라오스 여행 중 닥친 코로나19, 국제 미아 생활에서 창업 경험 쌓았다

[힘내라, 스타트업] (주)바이오누리지 이은경 대표(1)

이은경 씨는 1993년 서귀포시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서귀포시 도순동에서 미생물센터를 창업해 운영했고, 지금은 아버지가 가업을 잇고 있다. 이은경 씨는 어려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 아래 미생물과 익숙한 환경에서 자랐다.

서귀중앙여중과 신성여고를 졸업하고 제주대학교 사범대학에 입학해 물리교육을 전공했다. 아버지가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해서, 물리에 대한 환상이 컸다고 했다.

그런데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물리학은 고등학교에서 배운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과목이었다. 물리에 수학의 비중이 높아서 머리를 쥐어뜯을 만큼 난해했다. 거기에 사범대라 교육학도 공부하기 만만치 않았다. 이 머리 아픈 공부를 계획해야 하는지 고민이 사라지지 않았다.


▲ 바이오누리지 이은경 대표. 자신이 겪은 일들을 얘기하는 동안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사진=장태욱)

방황이 깊어졌다. 2012년에 입학해서 휴학과 복학을 반복했다. 같이 입학한 여학생들이 2016년에 졸업했는데, 이은경 씨는 2019년에야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

“집안 어른들은 제가 교사가 되길 원했어요. 할아버지는 여자 직업으로 교사가 최고라고 하셨고, 어머니는 임용시험에 합격하면 자동차를 사준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건 어른들 생각이고 제 인생은 제가 사는 거잖아요.”

스스로 자유로운 걸 좋아하기 때문에 학교와 같은 틀에 박힌 생활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졸업할 때까지 뭘 해야겠다는 목표를 정한 것도 아니었다. 졸업하고 1년은 방황의 연장이었다.

2020년는 라오스로 ‘한 달 살기’로 여행을 갔는데, 라오스에 도착하자마자 코로나19 대유행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국제선 항공기 운항이 중단해 이은경 씨는 귀국도 못하고 라오스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전 세계가 대혼란에 휩싸일 때, 국제 미아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던 것이다.

낯선 땅에서 당장 생존방안을 모색해야 했는데, 현지에서 사귄 친구들이 의지가 됐다. 거기 있는 동안 친구들과 김밥도 만들어 팔아보고, 막걸리를 만들어 미국인이 운영하는 펍에 납품도 했다.


▲ 자유롭게 유쾌한 성격이 느껴졌다. 그게 스타트업을 끌고 가는 힘일 지도 모른다.(사진=장태욱)

그러다가 캐나다 계 기업인 나오네츄럴(não-natural)에 취업한 적도 있다.  EM(유익 미생물, Effective Microorganisms) 효소를 이용해 현지 식물을 발효시켜 샴푸나 비누, 음료를 만드는 회사였다. 이은경 씨는 거기서 발효음료를 개발하는 일을 했는데, 마트에서 제품이 제법 팔렸다.

이은경 씨가 막걸리를 만들거나 발효음료를 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어려서부터 미생물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라오스에 가기 전부터 스스로 미생물을 활용해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 사용해보기도 했다.

“제가 어려서부터 아토피가 심했어요. 아토피가 있어서 9년 동안 미생물 음료와 화장수를 만들어 써봤어요. 뱀딸기가 피부에 좋다는 얘기를 듣고 그걸 재료로 썼어요. 사람의 소화기관도 결국 피부의 연장이잖아요. 미생물 음료를 마시거나 천연 화장수를 바른 날은 확실히 가려움이 사라졌어요.”

라오스에 가기 전에는 스스로를 치료하기 위해 미생물 제품을 만들었고, 라오스에서는 현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품을 개발했다. 그런데 판매할 제품을 만드는 건 좀 다른 차원이었다. 제품의 원리와 효능을 소비자에게 설명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미생물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과 정보가 필요했다. 그런 것을 제대로 하기 위해 제주도에 있는 아버지께 통화로 많이 물었다. 라오스 생활은 이은경 씨에게 미생물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귀국해서는 미생물 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창업할 결심을 했다. 아버지가 개발한 미생물 기술을 활용하기로 했다.

“2021년 귀국해서 창업을 결심한 이후에도 회사를 설립하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정보를 얻고 자금을 조달하는 일에 시간이 필요했던 거예요. 사업계획서도 많이 썼고, 교육도 많이 받았어요.”

그런 과정을 통해 설립한 회사가 주식회사 바이오누리지(BioNewledge)다. 이은경 씨는 이 회사의 대표이자 유일한 주주다.

실질적 창업에 필요한 돈은 할머니에게 빌렸다. 할머니께 빌린 돈 2000만원으로 회사를 설립했다면서, “돈을 꼭 갚아야 할까요?”라고 거꾸로 물었다.

먹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해썹(HACCP)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면 많은 시설비가 필요하다. 결국, 해썹(HACCP) 인증이 필요 없는 천연 탈취제를 생산하기로 했다. 처음으로 만든 제품이 미도블랙(美道BLACK)이다. 미생물을 통해 아름다운 길을 열어가자는 취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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