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례리에 ‘별씨’ 내리고 그 향기에 잠자던 용이 꿈틀

초대형 정령 퍼레이드와 풍요기원 ‘하례귤꽃별씨축제’ 27일 개최

백하르방이 전한 별씨인 귤꽃이 봄비를 잔뜩 머금고 참았던 웃음보따리를 풀었다. 꽃향기가 사방천지에 진동하니, 긴 내창에 배를 깔고 깊은 잠에 빠졌던 용이 비늘을 꿈틀대며 잠에서 깬다. 백하르방의 별씨 선물을 반겨 온 마을 주민들이 함께 춤을 추고 성대하게 잔치를 열 시간이다. 마을은 기쁜 마음으로 ‘하례귤꽃별씨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 하례1리에 귤꽃이 피었다.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하례귤꽃별씨축제'를 개최한다.


생태관광마을 하례리가 4월 27일(토), 하례1리 경로당과 수둠모루 일대에서 ‘하례귤꽃별씨축제’를 개최한다. ‘귤꽃은 기원이다!’라는 슬로건 아래 귤꽃이 만발하는 시절, 한 해의 풍요를 기원하는 자리다. 주민들은 초대형 용과 정령들을 앞세워 마을 일대에서 퍼레이드를 펼치고, 제주 전통 잔치음식을 함께 나눌 계획이다.

서귀포에서도 가장 먼저 귤꽃이 피어나는 지역인 하례마을 주민들에게 흐드러지게 피어난 귤꽃은 곧 풍요를 상징한다. 한라산 정상에서부터 물길(효돈천)을 따라 용의 모습으로 내려온 백하르방이 마을에 별씨를 뿌려준 것이 곧 하례마을의 귤꽃이라는 설정이다. 백하르방이 마을에 오실 때 마을 주민들은 이를 환대하며 함께 행진하고 잔치를 벌인다.

하례마을은 2014년 생태관광마을로 지정된 이후 10년간,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열의로 하례마을만의 창의적 스토리를 개발, 다양한 형태의 축제와 문화예술 콘텐츠를 선보여 오고 있다.


▲ 주민들은 축제를 위해 대형 용을 제작하고 있다. 용은 하례리 내창을 상징한다.(사진=장태욱)

▲ 주민들은 자연과 생태를 상징하는 만장을 준비했다. 축제는 마을이 지닌 가치를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사진=장태욱)


이번 하례별씨축제의 주요 프로그램은 ▲정령마을 입촌(정령이름받기, 정령페이스페인팅, 내영혼의 싱잉볼, 소원등토템만들기, 도마뱀별씨길투어, 하례당근마켓) ▲정령들의 퍼레이드 ▲백하르방 퍼포먼스와 소원등 점등식 ▲정령마을 풍요기원잔치와 도감 퍼포먼스 등이다.

주민들은 이야기를 퍼레이드로 표현하기 위해 직접 초대형 용과 퍼레이드에 쓰일 만장 등을 연일 제작하는 중이다. 용의 몸통은 12개의 반을 상징하는 정령의 문양과 만장으로 장식되며, 이를 쓰고 그리는 과정 역시 마을 주민 전체가 함께 참여하여 진행된다. 행사 당일 주민들과 축제 참가자들이 어우러지는 용의 행렬은 60미터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백하르방을 환대하는 퍼레이드는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로 약 1km의 코스에서 진행된다. 마을 안길을 돌아오는 퍼레이드는 다함께 소원등을 걸어 불을 밝히고(▲소원등점등식) 백하르방이 축원을 하며 별씨를 뿌려주는 퍼포먼스(▲백하르방 퍼포먼스)로 그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 마을 가로등에 깃발이 걸렸다. 푸른 하늘 아래 축제를 알리는 깃발이 펄럭인다.(사진=장태욱)

잔치에 음식도 풍성하게 마련된다. 제주 잔치음식인 괴기반이 준비되고 있으며, 당일에는 잔치고기를 썰어 모든 이들에게 고루 나눠주는 ‘도감’ 퍼포먼스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전통적인 방식대로 남자들이 솥을 걸어 고기를 삶고 불 관리를 하며 순대를 뜨는 일을 하고, 도감이 고기를 나누는 동안 여자들이 고기 삶은 물에 모자반을 넣고 몸국을 끓여 두부와 함께 차려낸다.  축제가 마을 노지문화 전통의 계승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도 갖는다.


이번 축제는 서귀포시 문화도시센터가 주최하는 ‘2024 봄꽃하영이서 귤꽃향기축제’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는 지난해부터 제주감귤과 문화예술을 결합한 플랫폼 축제로 ‘귤꽃향기축제’를 주최했는데, 하례1리가 2년 연속 대상마을에 선정됐다. 4월 27일부터 5월 12일까지 마을별로 서귀포시 8개 마을이 상황에 맞게 출제를 개최하는데, 하례1리는 신례1리와 함께 가장 먼저 축제를 개회한다.


방문자들은 ▲정령이름받기 ▲정령 페이스페인팅 ▲내 영혼의 싱잉볼 ▲소원등 토템만들기 ▲도마뱀별씨길투어 ▲하례당근마켓 등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


● 찾아오시는 길 : 하례1리 경로당 (서귀포시 남원읍 하신로 187번길 29)

● 주차공간 : 하례1리 경로당 인근 도로변
● 문의 : 카카오톡 채널 ‘하례귤꽃별씨축제’
● 사전예약 안내
- 사전예약은 <하례귤꽃별씨축제> 공식 인스타그램 @fest.harye 프로필링크
- 사전예약을 하신 분께는 소원등키트(5천원)+기원잔칫상(1만원)을 1만원에 제공합니다.
- 위의 두 프로그램을 제외한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입니다. (예약 시 유료/무료 선택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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