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 모락모락 가마솥에 수육과 순대, 이 풍경이 진짜 잔치

하례1리 27일, ‘하례귤꽃별씨축제’ 열어

27일 오후, 하례1리 마당에서 장작이 타오르고 가마솥이 김을 내며 끓었다. 가마솥에서 갓 삶아낸 돼지고기 수육과 옛날식 피순대가 도감의 손을 거쳐 접시에 오르는데, 이런 풍경을 처음 보는 손님들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서로 처음 보는 얼굴들인데, 음식상을 받은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생태관광마을 하례1리(이장 김시철)가 27일(토), 하례1리 경로당과 수둠모루 일대에서 ‘하례귤꽃별씨축제’를 열었다. 귤꽃이 피는 계절에 주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져 음식을 나누고 퍼레이드를 펼쳤다. 그리고 각자 건강과 풍요를 염원하는 마음을 소원등에 담아 걸었다.

주민들은 이날 행사에 앞서 초대형 용과 퍼레이드에 쓰일 만장 등을 제작했다. 그리고 예날시 잔치를 재현하기 위해 가마솥과 장작 등을 준비했다. 하례1리 관계자는 “옛날 잔치를 재현하기 위해 가마솥이 필요했는데, 그동안 쓰지 않았던 터라 녹슬었던 솥을 꺼내 기름칠하고 닦아내느라 애를 먹었다”라고 말했다. 이번 잔치를 주관한 하례1리 농어촌체험휴양마을(회장 양의석)은 주민 가운데 도감과 솔밑할망 등을 정해 고기를 삶고 가르고 나누는 일을 맡겼다.




오후에 노인회관에서 정령마을 입촌식이 진행됐다. 방문자들은 자신에 맞는 정령이름을 받고 얼굴에 정령을 상징하는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주민들이 마련한 프리마켓에도 참가하고 마을길도 둘러보며 하례1리와 친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오후 5시 무렵에 기다리는 잔치가 시작됐다. 따끈하게 삶아진 수육과 순대가 도감의 손을 거쳐 접시에 오르면, 주민과 방문객들이 어우러져 함께 먹었다. 젊은 여성들은 제주식 순대가 정말 맛있다며 가마솥 주변에 오래 머물었고, 직접 칼을 들고 순대를 썰어보기도 했다. 단백한 몸국에 밥을 말아먹거나, 술을 나누노라니 주민과 방문객 사이 구분도 사라졌다.




마을 어르신 한 분은 옛날 잔치가 재현되는 것을 보고, “옛날엔 돼지고기가 정말 맛있었는데, 오늘 그걸 다시 맛보는 것 같아 기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분은 “우리 마을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여 잔치를 여니 기분이 좋다. 젊은 사람들이 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광준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장은 “문화도시 휴먼라이브러리에서 도감을 발굴했는데, 어느새 도감이 제주도 축제에서 주류가 되고 있다.”라고 반가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날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용을 앞세운 퍼레이드. 마을에 별씨를 뿌려준다는 수호신 백하르방이 용의 머리를 타서 퍼레이드를 지휘했다. 김시철 이장이 백하르방 역을 맡았다. 용의 거대한 몸통과 만장이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주민과 방문객이 뒤섞여 용을 따라 1km에 이르는 마을 길을 돌았다. 퍼레이드 도중에 노인 공연단이 댄스공연을 펼쳐 박수를 받기도 했고, 마을 어린이과 방문 어린이들이 어우러져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퍼레이드가 끝난 뒤, 소원등 점등식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염원을 담은 소원등을 줄에 걸었고, 백하르방이 나타나 별씨를 내려줬다. 진행자가 소원등에 적힌 글귀를 읽었는데, 가족의 건강을 바라는 내용이 많았고 여자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백하르방이 옥상에 별씨(비눗방울)을 뿌려주는 것으로 모든 퍼포먼스는 마무리됐다.

양의석 하례1리 농어촌체험휴양마을 회장은 “축제를 준비하는 동안 많은 주민이 도와줬다. 생각했던 것보다 참석한 사람이 많이 기쁘기도 하고, 뭔가 부족한 것이 있는 것 같아 아쉬움도 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더 잘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하례귤꽃별씨축제’는 서귀포시와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가 주최하고 하례1리 농어촌체험휴양마을이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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