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은행 부정만 센터장 “오석학교 오길 잘했다”

1일 오석학교 방문해 간식․후원금 전달, 글 모르는 어르신들 은행에서 겪는 불편도 들어

▲ 부정만 센터장(우)이 김승남 교무부장(좌)에게 후원금을 전달하는 장면(사진=장태욱)

글을 모른다는 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책이나 신문을 읽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디지털 시대인데,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보내려 해도 할 수가 없으니 답답하다.


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이 일상에서 가장 크게 불편을 경험하는 곳 가운데 하나가 은행이다. 애쓰게 마련한 돈을 맡기려거나 통장에 있는 돈을 찾으려면, 전표에 뭔가 기록을 해야 한다. 그런데 글을 모르니 어디에 뭘 어떻게 써야 할 지 막막할 따름이다. 어르신이 은행을 방문할 때면 손발이 저리고 몸에 식은땀이 나는 이유다.

지난 1일 저녁, 제주은행 서귀포금융센터 직원들이 서귀포오석학교를 찾았다. 이날은 제주은행 서귀포금융센터 개점 기념일이기도 해서 지역에 무슨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계획한 방문이다.

부정만 센터장은 “내가 서울에만 20년 넘게 근무해서 서귀포에 오석학교가 아직까지 있는지도 몰랐고, 이렇게 많은 자원봉사자가 활동하는지도 몰랐다”라며 “와서 오석학교의 활동을 보고 매우 놀랐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은행이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 좀 더 관심을 갖고 도울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석학교 측에서는 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이 은행을 찾았을 때 겪는 어려움과 글을 깨우쳐서 가장 기쁜 일이 은행에서 돈을 맡기고 찾는 일을 할 수 있게 된 점이라는 걸 잘 설명했다. 그리고 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동기 가운데 하나가 그런 불편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이란 것도 알렸다.


▲ 제주은행 서귀포금융센터 관계자들이 1일 서귀포 오석학교를 찾았다. 가장 오른쪽이 김승남 오석학교 교무부장, 두 번째가 부정만 센터장, 가운데가 박귀심 어르신이다.(사진=장태욱)

부정만 센터장은 “와서 이런 얘기를 들으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직원들에게도 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에게 좀 더 편의를 드리라고 전하겠다”라고 말했다.

하편, 제주은행은 지난봄에 오석학교에 장학금을 전달했다. 당시 장학금을 받았던 박귀심 어르신이 부정만 센터장이 방문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와 고마운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제주은행 지역센터는 오석학교에 빵과 음료 등 간식을 제공했고, 학교 운영에 보태라고 후원금을 전달했다.


<저작권자 ⓒ 서귀포사람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