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에 소 들어온 것처럼 마을에 굴삭기 들어온 날

감귤연구센터 4일, 하례2리에 농업용 굴삭기 무상기증

빈집에 소가 들어온 것처럼, 마을에 굴삭기가 그냥 들어왔다. 남원읍 하례2리(이장 강승필)에 소재한 감귤연구센터(센터장 안현주)에서 10년 넘게 사용한 굴삭기를 마을에 무상으로 기증했는데, 주민들은 굴삭기 작업에 비싼 비용을 지출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기대했다.

4일 오전 10시, 하례2리 사무소에서 굴삭기 인수·인계식이 열렸다. 감귤연구센터가 2011년 구입해서 작업에 사용하던 굴삭기를 마을에 무상으로 기증하는 자리다. 감귤연구센터 관계자는 “그동안 센터 내 시험장에서 사용하던 것인데, 10년이 넘었다.”라며 “이런 경우 공개 매각하거나 폐기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아직 사용할 만해서 마을에 도움을 주면 좋겠다는 판단에서 무상으로 기증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 안현주 소장이 강승필 이장에게 굴삭기 등록증 등 관련 서류를 전하는 장면이다.(사진=장태욱)

감귤연구센터는 감귤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지난 1993년에 하례2리에 문을 열었다. 그동안 감귤과 관련한 연구를 하면서 하례2리 주민을 고용하기도 하고, 테니스장을 개방하며 마을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굴삭기를 기증하는 것도 마을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안현주 소장은 “내가 1994년 공무원으로 처음 발령받은 곳이 감귤연구소다. 첫 근무지여서 당시 기억이 생생하다.”라며 “당시 마을에 체육대회가 열리면 참가해서 같이 즐기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안 소장은 올해 3월에 센터장으로 감귤연구센터에 다시 부임해서 감회가 새롭다며, 마을에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기증식에 참석한 사람들(사진=장태욱)

감귤연구센터는 지난 2022년, 하례2리에 농업용 트랙터를 역시 무상으로 기증하기도 했다. 트랙터는 주민들이 필요한 농작업에 활용되고 있다.

강승필 하례2리 이장은 “감귤연구센터가 트랙터에 이어 굴삭기까지 무상으로 기증해서 무척 고맙다.”라며 “굴삭기를 잘 관리해서 주민들이 필요한 곳에 사용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기증하는 굴삭기는 두산 DX15 캐빈형 1.5톤 미니 굴삭기다. 지난해 정기검사를 통과해, 오는 2026년까지 검사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감귤연구센터는 무상 기증에 앞서 사용에 문제가 없도록 정비도 했다고 한다.


▲ 감귤연구센터가 하례2리 마을회에 무상으로 기증한 굴삭기(사진=장태욱)

강승필 이장은 “이번 굴삭기는 면허가 있어야 하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책임자를 정해 관리하고 운행하도록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마침 고진호 청년회장이 건설회사에 근무한 이력이 있어, 굴삭기 교육을 받고 있다.”라며 “면허를 취득하면 굴삭기 관리와 운행 책임을 맡기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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