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충망 수리 봉사, 영건들 덕분에 ‘슈퍼 똥손’도 밥값 했다

남원읍주민자치위 4일, 방충망 수리 봉사활동

4일, 남원읍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현승민)가 방충망 수리 봉사활동을 하는 날이다. 남원읍 남원리에 홀로 사시는 어르신 가정에 낡은 방충망을 새것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만나기로 약속한 대로 오전 9시에 남원읍사무로 마당으로 갔다.

신참 주민자치위원으로서 봉사활동에 참가는 했지만, 이런 날은 참으로 난감하다. 집에서는 아이들이 인정하는 ‘슈퍼 똥손’, 만지면 멀쩡하던 것도 망가뜨리기 일쑤인데 가면 뭘 할 수 있을까? 민폐나 끼치지 않을지 아침부터 어깨가 무겁다.


▲ 남원읍주민자치위원회가 4일, 방충망 수리 봉사활동을 펼쳤다.(사진=장태욱)

위원 28명 가운데 절반인 14명이 봉사활동에 참가했다. 평일이고, 지날 주말 열린 체육대회 때문에 집안에 밀린 일이 많았을 것이다. 잡업 조끼로 갈아 있고 인증샷 찰칵, 그리고 바로 현장으로 출동했다.

첫 번째 댁으로 갔는데, 작업은 일사천리다. 참가자들 대부분 이런 작업이 처음은 아닌 듯한데, 특히 현우진, 현응광 두 젊은 위원의 활약이 거침없다.

방충망을 교체하려면, 우선 고무 가스켓을 제거해 낡은 망을 분리해야 한다. 그리고 새 망을 설치할 때는 밀대 롤러를 이용해 고무 가스켓을 끼우며 망을 틀에 고정해야 한다. 기술의 핵심은 밀대 롤로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인데, 두 젊은 위원은 모든 과정이 정말 능숙했다.


▲ 방충망 교체 기술의 핵심은 밀대 롤러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 여부다.(사진=장태욱)

두 사람은 마을 청년회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방충망 교체 실력을 갈고 닦았다고 한다. 현우진, 현응광 위원은 모두 태흥2리 청년회장 출신이다.

현우진 위원은 “태흥2리 청년회가 해마다 마을 어르신 가정에 낡은 방충망을 교체하는데, 벌써 10년째”라고 했다. 10년 동안 청년회 활동으로 했던 작업이라, 어느덧 이 작업에는 베테랑이 됐나는 얘기다.

현응광 위원은 “태흥2리 청년회가 처음에 이 사업을 할 때는 일이 너무 많아 이틀 에 걸쳐 했는데, 꾸준히 하다 보니 낡은 방충망이 별로 남지 않아 지금은 작업이 빨리 끝난다.”라고 했다.


▲ 현우진 위원이 고무 가스켓을 끼우는 장면(사진=장태욱)

다른 위원들도 그동안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이런 작업을 해본 눈치다. 직접 교체작업을 하지 못하는 위원들도 방충망을 자르거나, 폐 방충망을 처리하는 일에 손을 보탰다. 그런데 이런 일이 처음인 사람, 난 뭘 해야 하나?

그런데 집 주인 할머니를 만나고 금방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았다. 92세인데, 위미리에서 태어나 남원리로 시집을 왔다는 할머니. 안씨(安氏) 성인데, 친정 식구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 내 외가와 같다.

시집 온 지 너무 오래되어서, 친척들 소식이 궁금하다고 했다. 젊은 시절 부산으로 두 번, 울산으로 한 번 원정 물질을 다녀왔다는 얘기도 했다. 봉사 나온 위원들을 위해 차를 내오겠다는 걸 겨우 말렸다.


▲집주인 할머니가 작업하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다.(사진=장태욱)

어르신과 말벗도 하고, 친정 소식도 더러 전해드렸으니 밥값은 하지 않았나? 일 끝나서 위원들과 함께 먹은 한치물회, 이건 정말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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