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 전지용 전동가위, 한순간 부주의 대가 혹독했다
[농업인 재해] 농업인 오 씨가 사고를 겪고 손가락 접합수술 받기까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인데, 대가는 혹독했다. 전동가위가 지나간 손가락엔 연신 피가 흐르고, 119 구급대원은 도내에서 치료할 병원이 없다고 했다. 제주시내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서울에 있는 전문병원까지 가려는데 주말이라 도무지 항공권을 구할 수 없었다. 그 난감한 상황에서도 기적 같은 일이 연속해서 일어났다.
서귀포시 남원읍 주민 오명섭(56) 씨는 지난 4월 13일 표선면 토산리 감귤농장에서 전지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전지작업이 많이 밀려 있어서 친구 현종철(56) 씨에게 도움을 청해 함께 작업을 했다.

그런데 작업 도중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가지를 자른다고 전동가위 방아쇠를 누른 것 같은데, 손가락에서 통증이 느껴지면서 피가 쏟아졌다. 순간적으로 벌어진 사고라, 정확한 경위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행히 옆에서 작업하던 현 씨가 상황을 파악했다. 천으로 손가락을 싸매고 장갑을 끼운 후에 119로 사고를 신고했다. 119 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하고 오 씨를 제주시내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송하는 동안 대원은 “제주도내에 수지접합수술을 할 병원이 없기 때문에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안내했다.
오 씨는 제주시내 병원에서 상처부위를 소독하고 지혈하는 등의 응급처치를 받았다. 병원의 의사는 앞서 119 대원들이 안내한 것처럼 서울에서 수술을 받으라고 권했다. 그리고 서울에서 수지접합수술 전문 병원을 안내했다.
오 씨는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가려는데 문제는 항공권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 4월 12일 제주공항은 에는 강풍경보와 급변풍 경보가 발령되어 항공기 이착륙에 지장이 발생했다. 12일 하루 동안 제주공항을 오가는 항공기 485편 가운데 107편이 결항된 여파로 13일 하루 동안 제주공항은 북새통을 이뤘다.
오 씨는 제주공항의 상황을 보니 도저히 항공권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다친 손가락을 부여잡고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도움의 손길이 나타났다. 오 씨의 안타까운 사정을 들은 대한항공 서 모 과장이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비행기표 한 장을 구해줬다. 오 씨는 그걸로 서울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고, 제주도 의사가 알려준 전문병원을 찾아갔다.
서울 병원에는 도착한 것은 오후 5시. 24시간 운영하는 병원이라 바로 의사를 만나 상담하고 검사를 받았다. 그런 과정을 끝낸 후 수술은 자정 무렵에야 받을 수 있었다. 근육을 당겨서 연결하고, 끊어진 혈관을 잇고 뼈에 핀을 박는 고난도 과정이 이어졌다. 수술을 다음날 새벽 4시 경에야 끝이 났다.
그리고 병원에 입원한 채로 며칠 동안 치료를 받았다. 일주일이 지나자 담당 의사는 2차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뼈와 뼈 사이에 빈 공간에 생겼다며, 그 사이를 채워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2차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병원에서 2주 넘게 더 치료를 받은 후, 5월 6일 퇴원했다. 사고를 당하고 처음 수술을 받은 지 23일 만이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오 씨는 매주 화요일마다 서울로 가서 손가락이 아무는 상태를 검사받고 추가 치료를 받는다. 그리고 상처가 아물고 근육과 혈관이 정상적으로 붙었다 해도, 손가락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끈질긴 재활치료를 거쳐야 한다.
오 씨는 “한순간의 부주의로 너무 큰 비용을 치르고 있다. 병원비도 1천만 원이 훨씬 넘고 한 달 넘게 일을 못해서 농사일에도 인부를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주변에서 도와준 사람들이 있어서 서울에서 수술이라도 받을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도와준 사람들 은혜를 평생 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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