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군대 보내는 것처럼 머리 복잡한 귤나무 수출, 그러나

(주)가이아, 제주산 감귤목 4품종 인도네시아에 수출

제주산 감귤목이 인도네시아로 수출됐다. 살아있는 나무를 흙 한 점 없는 상태로 외국으로 보내는 일이라 생존율을 높이는 게 관건이고, 인도네시아 수출은 처음이라 물류 배치와 서류 준비도 쉽지 않았다.

(주)가이아(대표 정병욱)가 인도네시아에 제주산 감귤목 600그루를 수출했다. 감귤목은 지난 24일, 대한한공 KE-627편에 실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도착했다. 감귤목은 인도네시아 반둥 지역에 농장을 조성하는데 사용된다.


▲ 인도네시아에 수출되는 제주산 감귤나무(사진=장태욱)

인도네시아의 인구는 2022년 기준 2억755만 명으로, 전 세계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다. 고온 다습한 열대 몬순 기후 지역에 속하고 전 지역 평균 기온은 25~27℃, 연 강수량은 평균 2000㎜ 이상을 기록한다. 한마디로 무덥고 습한 나라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한국과 2020년 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해 한국에서 수입하는 물품의 93%에 대해 관세를 철폐했다. 한국 음식에 대한 선호가 높은 편인데, 농식품 가운데 커피조제품, 음료, 라면, 김, 과자류, 소스류, 딸기, 소주, 배, 인삼류를 주로 수입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제주산 감귤묘목을 수입해 인도네시아에 농장을 조성하겠다는 업체가 나타났다. 업체는 그동안 도내 감귤 전문가를 초빙해 재배방법 등을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황금향, 레드향, 유라조생, 카라향 등 4가지 품종을 재배하면서, 접목을 통해 면적과 개체수를 점차 늘린다는 구상이다.

(주)가이아는 인도네시아 업체와 수출입 조건에 합의하고 양묘업체 제주한라농원(대표 : 임경택)과 수출 절차를 밟았다. (주)가이아와 제주한라농원은 예전에도 나미비아와 라오스에 감귤목을 수출하면서 손발을 맞춰본 경험이 있다. 제주한라농원은 지난해 정부가 아랍에미리트에 감귤목을 선물하는 사업에도 공급업체로 선정돼 일을 준비해본 경험도 있다.

일반적으로 살아있는 식물을 수출하는 경우, 수출업체에는 까다로운 검역이 뒤따른다. 수출품을 통해 수입국에 없는 바이러스나 해충이 들여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실험실 검사를 거쳤다는 위생증명서를 요구하는 일이 많다.


▲ 검역관이 뿌리를 검사하는 장면(사진=장태욱)

그런데 이번 수출에는 실험실 검사는 필요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그런 조건을 내걸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감귤목 수출입에는 황룡병인 총채벌레, 녹응애 등이 관건인데, 인도네시아에 이런 병과 해충이 이미 있기 때문에 까다롭게 검역조건을 내세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발급한 수입허가서가 있고, 감귤목 뿌리에 흙이 붙어있지 않으면 검역조건은 충족한다. 현장에서 뿌리를 검사한  검역관은 “흙을 통해 바이러스나 해충이 옮겨갈 수 있기 때문에, 뿌리를 세척해서 흙은 제거하는 것은 식물 수출입의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흙은 제거하면 검역은 통과하는데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는 게 문제다. 제주도에서 인천으로, 다시 인도네시아로 이송해야 한다. 인도네시아에 도착해도 다시 통관절차를 밟으려면 며칠을 더 견뎌야 한다.


▲ 감귤목 포장 상자를 상차하는 장면(사진=(주)가이아)

그 사이에 나무가 말라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뿌리 수분을 지켜줘야 한다. 임경택 대표는 이를 위해 뿌리에 흙 대신에 코코피트(코코넛 껍질의 섬유질을 제거한 후 갈아서 만든 천연소재)를 부착하고 천으로 감쌌다. 코모피트에는 공기가 통할 수 있도록 산호가루를 섞어 뿌리가 숨을 쉴 수 있게 했다.

이번에 인도네시아로 수출된 나무는 황금향(3년생), 레드향(3년생), 유라조생(2년생), 카라향(2년생) 각 150그루씩 총 600그루다. 한 그루 수출가격은 16.25달러, 우리돈으로 약 2만2400원이다. 물류비를 아끼기 위해 세 그루를 한 포트에 넣고 한 상자에 30그루씩 포장했다. 포장과 운송에 200만 원 가량 소요되는데, 수입업체가 담당한다.


제주한라농원 임경택 대표는 “2년생을 공급하려고 했는데, 유라조생과 카라향은 보관 과정에서 뿌리가 약해 보였다. 잎이 떨어지면서 오염될 수 있기 때문에 잎을 모두 제거한 상태에서 보낸다”라며 “생존율을 놓이는 게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감귤목이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이후에도 통관 절차가 필요하다. 그런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면 제주산 감귤목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것이다.

(주)가이아 정병욱 대표는 “수출 과정은 복잡하고 신경 써야 할 일도 많다. 이번 수출로 큰돈이 벌리는 건 아니지만, 이 일을 계기로 감귤목 수출이 추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감귤산업이 더 다양하고 풍요로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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