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앞당겨진 꽃잔치, 보기는 좋은데 ‘뜨거운 지구’와 연관 있나?

서귀포 최저기온도 거의 매일 영상 유지
비오는 날도 잦아 ‘고사리장마’ 수준
세계기상기구 경고한 엘리뇨와 연관 있는 듯

포근한 날이 이어지고 비가 잦아지면서 봄꽃이 일찍 꽃망울을 터트렸다. 산방산 아래 유채밭에는 지난 1월에 이미 유채꽃이 피었고, 주변 마당에도 2월에 목련이 피었다.

유채는 3~4월에 개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과거 4.3을 추모할 때 부르던 노래 ‘잠들지 않은 남도’에 ‘피에 젖은 유채꽃이여’라는 가사를 붙인 것도, 4월에 유채가 반발했던 것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 안덕면 산방산 앞 유채밭에 유채꽃이 1월에 꽃을 피웠다. 2월인데 꽃이 절정에 이르렀다.(사진=장태욱)

▲ 위미리 주민의 집 마당에 2월 20일에 목련이 피었다. 예년 보다 한 달 일찍 피었다.(사진=장태욱)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유채 개회시기가 2월 하순으로 앞당겨지더니 올해는 1월에 꽃이 피었다. 산방산 앞에서 만난 유채밭 주인은 “지난해 10월에 씨를 뿌렸다. 2월 말에나 꽃이 필 것으로 기대했는데, 올해는 1월에 꽃이 피었다.”라며 “겨울이 따뜻했기 때문인데, 너무 일찍 피어도 봄꽃놀이와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목련은 봄을 알리는 꽃이었다. 역시 3월 말이나 4월에 피었는데, 기화시기가 점점 당겨졌다. 효돈에서 토평으로 이어지는 일주도로변에 목련 가로수가 이어진다. 필자 기억으로는 목련이 2017년에는 3월 13일에, 2021년에는 3월 3일에 피었다. 그리고 올해는 2월 20일에 봉우리를 터트렸다.


▲ 지난 한 달 간 기온 변화를 알려주는 그래프(기상청 빅데이터 자료)

▲ 지난 한 달 강수량 분포 그래프(기상청 빅데이터 자료)

이 같은 일은 지난 한 달 서귀포에 봄 같은 날씨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23일 이후 서귀포의 평균 기온은 하루도 영하로 내려가지 않았다. 최저기온이 영하를 기록한 날도 1월 23일과 24일, 단 이틀에 불과했다. 예년에 3월에도 최저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날이 많았는데, 특이한 기상현상이다. 최저기온이 10도를 웃도는 날도 8일이나 되었다. 기온으로만은 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비도 반복적으로 내려 마치 고사리장마를 연상케 했다. 지난 한 달에 비 내린 날은 13일이나 된다. 나무가 새순을 내고 꽃을 피우기에 좋은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단정하기 어려우나 이 같은 현상은 엘리뇨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엘니뇨는 적도 주변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세계기상기구는 엘리뇨가 2024년 1월에 정점에 이르고 4월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역대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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