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량 늘었는데 가격마저 고공행진, 대세는 천혜향

재배면적과 수확량 꾸준히 증가했는데, 역대 최고 수준 가격 기록

2023년산 천혜향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재배면적도 늘고, 생산량도 예년보다 많은 상황에서 가격마저 높게 형성되면서 재배 농가들이 환화성을 지르고 있다.

남원읍에서 천혜향을 재배하는 고 아무개는 지난 17일 비가림하우스에서 재배한 천혜향을 수확해 수집상에게 판매했다. 500평 남짓한 비닐하우스에서 8000kg 정도 소출을 올렸는데, 수집상에서 1kg 당 5000원에 판매했다. 고 씨는 500평 시설하우스에서 4000만원을 벌어들이 셈이다. 물론, 비닐하우스 유지보수 비용가 농약, 비료 구입비가 들기는 하지만, 비닐하우스 시설 규모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의 소득을 올렸다.


▲ 천혜향. 2023년 산 천혜향이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예년에 비해 생산량도 많은 상황에서 가격마저 높아 재배농가는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사진=장태욱_

고 씨는 “수확시기와 수확량, 품질 모두 작년과 비슷한데, 작년보다 수입이 1000원 가까이 늘었다”라며 “다른 대체과일이 부족하다보니 천혜향 가격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고 씨는 최근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거래한 가격이 매우 높다고 생각했는데, kg 당 5700에 거래한 농가가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는 것. 이런 높은 가격에 재배농가들도 입을 다물지 못하는 실정이다.

2023년 기준으로 제주도 감귤 재배면적은 2만2108ha에 달하는데, 그중에 올주감귤이 78.6%인 1만7377ha에 해당한다. 그리고 만감류(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기타)가 21.4%인 4731ha에 해당는데, 그중 천혜향이 차지하는 면적은 1109ha로 전체 감귤면적의 약 5%를 차지한다.

지난 2015년까지만 해도 온주밀감이 전체 감귤재배면적의 약 90%를 차지했는데, 당시 천혜향이 차지하는 면적은 전체의 1.3%에 불과했다. 그런데 2016년 북극한파가 제주도를 강타해 많은 피해를 남긴 후 시설재배 면적은 꾸준히 증가했다. 그리고 만감류 3종 가운데 천혜향과 레드향이 주목을 받았다.

천혜향은 2020년에 4.5%, 2021년 4.6%, 2022년 4.8%, 2023년 5.0%로 꾸준히 증가했다. 레드향 재배면적도 2015년 0.7%에서 2023년 4.5%까지 증가해, 천혜향과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천혜향은 례드향에 비해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많고, 해거리 피해가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레드향은 천혜향에 비해 당도가 높고 조기에 수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수확량이 적고 해거리와 열과 피해가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가격은 그동안 레드향이 천혜향에 비해 1kg 당 1000원 정도 높았다.

그런데 올해 천혜향은 수확량도 예년에 비해 적지 않은데도, 가격이 예년보다 높은 특이한 현상을 보인다.

천혜향 생산량은 지난 2020년 1만3137톤에서 2021년 1만6197톤, 2022년 1만6535톤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2023년은 아직 출하가 끝나지 않았는데, 2월 21일 기준으로 1만6600톤을 기록해 예년 출하량을 뛰어 넘었다.

2023년 산 천혜향의 생산량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가격 또한 예년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지난 2월 20일 기준, 전국 9대 공판장에 상장된 천혜향의 평균 낙찰가는 3kg 한 상자 기준으로 2만4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날 1만4300원, 2022년 같은 날 1만7800원보다 각각 43%, 15%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천혜향 가격이 출하가 끝날 때까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는 장담하기 어렵다. 전국 9대공판장에서 거래된 천혜향 3kg 한상자 평균 가격은 지난 2월 1일에 2만1800원을 기록한 후 설대목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리고 설이 지난 2월 13일에는 2만2900원까지 올랐다가 이후 조금씩 하락해 2월 17일에는 2만700원을 기록했다. 최근 가격 흐름을 보면 조금씩 하락하는 추세을 보인다.

개학과 입학을 앞두고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다, 정부가 오렌지를 전체 5000톤 범위 안에서 낮은 관세(50%→10%)로 수입할 수 있도록 유통업체에 할당관세 배정을 공고했다. 대형유통업채 최근 낮은 관세로 들여온 오렌지를 판촉하고 있는데, 천혜향 가격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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