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성된 오리고기 위에 파슬리와 갈릭 토핑, 밤중에 이걸 먹는 게 어디?

[동네 맛집] 깐부 정육고깃집 남원점

우물쭈물 하다가 저녁 시간을 놓쳤다. 아내와 저녁 9시 가까운 시간에 남원읍사무소 주변에서 문이 열린 식당을 찾아 나섰다. 자주 가던 밥집 대부분이 문을 닫은 터라, 그냥 불이 켜진 식당에 들어섰다.



테이블 6개쯤 있는 음식점인데, 가격표를 보니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오겹살 1인분(200g)이 1만원, 대패삼겹살 1인분(200g)이 1만1000원이다. 닭고기도 파는데 1마리가 4만원, 반마리가 2만2000원이다. 모두 제주산, 혹은 국산이라니 믿을 수 없는 가격이다.

그런데 상차림 비용을 별도로 받는다. 2인 상차림이 5000원, 4인 상차림이 1만원, 이러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래도 믿지는 것 같지는 않고 달리 갈 곳도 없어서, 오리고기 반 마리를 주문했다.

먼저 밑반찬과 고기와 함께 익힐 김치, 콩나물, 양파가 나왔다. 반찬은 고사리무침, 쌈무, 양파장아찌, 파지가 기본이고, 쌈용 채소로 깻잎과 상추, 고추가 나왔다. 그리고 곧 넓적한 쟁반에 붉은 색깔을 띤 닭고기가 도착했다.



닭고기는 밝은 빛을 띠어 싱싱해 보이는데, 가루 같은 게 묻어 있었다. 주인장은 “오리를 숙성시킨 후에 파슬리와 갈릭으로 토핑을 했다.”라며 “이렇게 내놓는 집은 우리 밖에 없을 것이다. 맛이 좋을 것이다.”라고 말해다.

불판에 김치와 콩나물, 양파를 올리고, 오리고기와 함께 가열했다. 오리가 노랗게 익어갈 무렵, 가위로 자른 후 상추에 싸서 입에 넣었다. 느끼한 맛이 전혀 없고, 부드럽게 넘어갔다. 저녁에 먹기 좋은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가게는 원래 제사나 명절 상에 오르는 전을 파는 식당이었는데 최근에 고깃집으로 업종을 바꿨다고 한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텐데, 일단 저녁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고 있으니 단골 입장에서 좋을 것이다.



고기를 다 먹은 후에 볶음밥 한 그릇을 주문했다. 양념이 되고 김이 듬뿍 얹힌 밥이 나왔다. 그걸 불판에 남은 고기와 김치, 파전 등과 섞어서 뜨거운 온도에서 익혔는데, 정말 고소하게 익었다. 매콤하면서도 바삭한 볶음밥에서 오리고기가 쫄깃하게 씹히는 느낌이 좋았다.

이 집은 고기 가격은 저렴한데, 상차림 비용은 물론이고 달걀찜이나 된장찌개 모두 요금을 추가로 받는다, 그러니까 꼭 필요한 것만 주문해야 가성비를 높일 수 있다. 그리고 개인적 입맛으로는 김치가 너무 매웠다. 한국인 식성으로는 고기에 김치를 곁들여 먹는데, 매운맛 때문에 고기와 김치를 균형(?)있게 먹기가 불편했다. 그럼에도 저녁 10시30분까지 장사를 한다니, 늦은 시각에 갈 수 있는 음식점 한 군데 알아놓은 게 보람이고 소득이었다.

검색해보니 같은 상호로 영업하는 식당이 제주도에 두 군데 더 나왔다.

깐부 정육고깃집 남원점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 688, 064-76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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