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지근’한 돼지뼈 국물에 풋풋한 메밀칼국수, 겨울이라 더 좋다

[동네 맛집 ㉜] 정방동 태평식당

소한이 지나고 추위가 기승을 부른다. 전국에서 가장 따뜻한 도시라지만, 겨울 찬바람이 불면 몸과 마음이 시리다. 요즘처럼 험악하고 슬픈 뉴스가 신문과 방송을 도배할 땐 더욱 그렇다.

이런 날을 대비해서 조상님들은 우리를 위해 다양한 국물요리를 만들어 전수하셨다. 특히 제주도는 국물요리의 천국, 이 섬에서 겨울을 사는 건 축복이다.




제주도사람들에게 가장 대중적이면서 뇌에 박힌 국물은 뭐니 뭐니 해도 돼지고기를 통으로 오래 삶아 우려낸 것이다. 곰삭은 돼지뼈가 내는 진득한 맛, 그걸 먹고 ‘베지근하다’는 말이 나오면 평가는 끝난 거다. 주로 잔칫집에서 많은 손님을 대접할 때 만들었던 국물요리인데, 지금은 여러 식당에서 응용해 메뉴를 개발했다.

서귀포시 동문로터리 남쪽 가까운 곳에 맛있는 국물요리집이 생겼다. 아내와 함께 저녁을 먹을 마음으로 근처를 배회하다가 새로운 간판을 보고 들어갔다. 예전에 밀면을 팔던 자리인데, 새로운 주인장이 인수해 접짝뼈해장국과 뼈메밀칼국수, 전골 등을 판다. 아직도 개업 축하 화분이 있는데, 개업한지 한 달 남짓하다고 했다.

홀 안에는 손님 일행이 소주를 곁들여 전골을 먹고 있었다. 우린 접짝뼈해장과 뼈메밀칼국수를 한 그릇씩 주문했다.


▲ 접짝뼈해장국

접짝뼈해장국
국물은 일단 다리나 무릅 등 여러 가지 부위의 뼈를 삶아서 별도로 국물맛을 낸다. 그 국물에 갈비와 등뼈처럼 살이 많은 뼈 덩어리를 삶아서 내온다. 일반적으로는 이 국물에 메밀을 조금 풀어서 걸쭉한 맛을 내는데, 이 집은 메밀을 풀지 않았다. 대신 무와 파를 잔뜩 썰어넣어 단 맛을 더했다. 인삼보다 좋다는 제주도 겨울무가 더해져, 산뜻한 맛이 난다. 고춧가루와 고추장, 양념 등으로 맛을 내는 내륙의 해장국과는 다른 차원의 깊은 맛이다.

뼈메밀칼국수
국물맛은 접짝뼈해장국과 비슷하다. 살코기가 붙은 뼈가 나오는 것도 같다. 여기에 메밀을 반죽해 칼국수를 끓였는데, 느낌이 쫄깃하고 건강한 느낌이 난다. 메밀은 일반적으로 푸석한데 쫄깃한 느낌이 나는 이유를 물었더니, 반죽할 때 밀가루를 조금 섞었다고 했다.


▲ 뼈메밀칼국수

주인장 부부가 함께 식당을 운영한다. 요리는 남자 주인장이 하는데, 음식점은 처음이라고 했다. 직장을 다니다가 음식점을 운영할 마음을 먹고 도전했다. 어디서 레시피를 전수받은 것도 아니고 홀로 몇 개월 동안 메뉴 개발에 매달렸다고 한다. 정말 의지의 중년이다.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식당이 청결하고, 주인장과 일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밝고 상냥하다. 거기에 주인장이 홀로 메뉴 개발에 쏟은 열정까지 있다면 손님의 마음을 끌만한 모든 걸 갖췄다.




세상이 어지러워도 속을 채우며 살자. 찬바람이 부는 날이면, 서귀포 동문로터리에 가서 진하고 단백한 국물에 밥 한 그릇, 칼국수 한 그릇 먹고 속을 채울 일이다.

태평식당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태평로 452 1층, 064-904-1119
접짝뼈 해장국·뼈 메밀 칼국수 1만원
접짝뼈 전골(대) 4만5천원 접짝뼈 전골(중) 3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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