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국수 7천원과 몸국 8천원, 착한 가격의 비밀은 착한 건물주
[동네 맛집 ㉛] 동완식당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선 튀기는 냄새가 몰려왔다. 4인용 식탕 5개가 전부인데, 메뉴는 10개가 넘을 듯 했다. 다른 음식점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음식가격, 주인장이 30년 가까이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예전에는 서귀포 버스터미널이 천지동 중앙로터리 인근에 있었다. 터미널 인근에는 다방과 식당이 즐비하게 마련, 한때는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터미널이 신시가지 대륜동으로 이전하면서, 구 터미널은 사람 발길이 뜸해졌다.
옛날 터미널 인근에서 3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온 식당이 있다. 밥집인데, 국밥, 옥독미역국, 비빔밥, 순두부, 갈치국, 갈치조림 등 여러 가지 음식을 판다. 동원식당, 우연히 인근을 지나다 사장님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밥 한 번 먹으러 간다고 약속했는데, 연말이 가까워서야 아내와 함께 찾게 되었다.
식당에 들어서면 생선 튀기는 냄새가 풍긴다. 백반 반찬으로 나오는 고등어를 기름에 튀길 때나는 냄새일 텐데, 익숙한 냄새여서 정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허름한 벽지, 장사한 세월을 가늠하게 한다. 벽에 어느 스님이 써준 글귀가 붙어 있는데, 종이가 누렇게 색이 바랬는데,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떨어져 가가기 직전이다.
4인용 테이블 5개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자리가 좁다. 테이블마다 한 명 혹은 두 명이 앉아서 밥을 먹고 있다. 팔순은 훨씬 넘어보이는 어르신도 있고, 젊은 여성도 있다.
처음 메뉴판을 보면서 놀랐다. 백반, 순두부, 몸국이 8000원인 건 있을 수 있는데, 옥돔미역국과 갈치국이 1만원이다. 옥돔국과 갈치국은 보통 1만5000원은 줘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고기국수 7000원도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가격, 주인장이 땅 파서 장사하는 건 아닐 테고.
취향대로 난 몸국을, 아내는 순두부를 각각 주문했다. 주문하면 김치, 멸치조림, 호박무침, 콩나물무침, 고추장아찌 등 반찬이 먼저 나온다. 그 다음에 요리가 되는 순서대로 순두부, 몸국이 차례로 나왔다.
순두부는 뚝배기에서 펄펄 끓는 채로 나오는데, 붉은 국물이 김을 모락모락 내는 게 그 모양만으로도 입맛을 자극한다. 순두부 재료가 부드럽기도 한데, 국물맛도 보기와 달리 부드럽고 담백하다. 양파, 대파 등 채소가 많이 들어 있어서 건강한 맛을 낸다.
그리고 기다리던 몸국. 이건 제주도 몸국 치고는 특별하다. 보통은 뼈 삶은 국물에 모자반과 순대를 넣고 끓인 후, 메밀을 넣어 국물을 걸쭉하게 한다. 그런에 이 집 몸국은 걸쭉하 대신에 맑은 국이다. 메밀을 넣지 않았다. 게다가 순대 대신에 돼지고기를 넣었다. 모자반이 들어가 몸국인데, 맑은 몸국. 무겁지 않고 맑은 음식이어서 다이어트에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기국수도 한 그릇 추가로 주문했다. 배가 고파서라기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맛이 궁금해졌다. 주인장이 약속한 대로 7분 안에 고기국수가 나왔다.
소면을 끓였는데, 거기에 대파와 당근 등 채소가 많이 들었고, 고기도 듬뿍 올랐다. 다른 식당에서는 삼겹살 수육을 고명으로 얹는데, 삼겹살 대신 다릿살을 올린 것으로 보였다. 국물맛과 면발도 괜찮은 편이다. 몸국과 고기국수는 모두 돼지 무릎뼈를 끓여서 국물맛을 낸다고 했다.
식당 실내에 벽지가 색이 바랄만큼 오래된 식당이다. 주인장은 표선이 고향인데 여기서 30년 쯤 장사를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음식값을 많이 안 올린 건 건물 주인이 한 차례도 임차료를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좋은 건물주인 만나서 오래 장사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옛 서귀포의 훈훈한 인심만큼이나 훈훈한 음식을 맛봤다.
동완식당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앙로 81
백만 8천원, 찌개류·몸국·국밥 8천원
옥돔미역국·갈치국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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