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항구에 울려 퍼진 옛 노래, 추억과 애수를 부른다

‘가시리 반딧불이 빅밴드’ 17일, 서귀포문화유산 야행에서 공연

뮤지션들이 청바지와 오렌지색 티셔츠를 입은 걸 보면 꽤나 젊어 보인다. 그런데 머리에는 패랭이를 썼고, 패랭이를 벗고 보니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회원들도 있다. 색소폰과 전자기타, 전자 오르간, 드럼 소리가 어우러져 밤 항구를 수놓았다. 공연 덕분에 관객들은 여름밤, 깊은 추억과 애수에 잠겼다.

‘2024 서귀포문화유산 야행’이 14일부터 18일까지 서귀포 항구 주변에서 열렸다. 17일 지역 뮤지션들의 공연이 칠십리야외공연장에서 펼쳐졌다. ‘가시리 반딧불이 빅밴드’가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다.


▲ '가시리 반딧불이 빅밴드'가 17일 서귀포 칠십리야외공연장에서 공연을 펼쳤다.(사진=장태욱)

‘반딧불이 빅 밴드’는 음악을 좋아하는 주민들이 모여 결성한 음악 그룹이다. 표선면 가시리에서 활동하는 보컬그룹에 시초가 됐는데, 다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참여하며 2년 전에 ‘반딧불이 빅밴드’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회원은 15명인데, 프럼펫과 트럼본, 색소폰, 전자 기타, 전자 오르간, 드럼 등 연주하는 악기도 다양하다. 회원 가운데 음악 활동 경력은 제각각이다. 해병대 군악대 출신이 2명, 육군 군악대 출신이 1명, 고등학교에서 음악 동아리 활동을 했던 회원이 4명이 있다. 그리고 전자 오르간을 연주하는 회원은 현직 학원 음악 강사다. 처음 악기를 만지는 초보 회원도 4명이 있는데, 초보자들은 모두 색소폰을 연주한다.


▲ 노래 공연으로 혜은이의 '감수강'을 불렀다.(사진=장태욱)

또, 표선면 토박이가 있고, 육지부에서 온 이주민들도 있다. 음악경력과 출신이 제각각인데, 음각과 표선면을 공통분모로 하모니를 이룬다. 회원들은 매주 일요일 오후에 가시리 마을회관에 모여 기량을 갈고 닦은 결과, 도내 음악계에 이름을 알릴 정도가 됐다.

별도로 강사가 있는 건 아니고, 회원 정양훈 씨가 회원들에게 필요한 것을 가르친다. 정양훈 회원은 “내가 해병대 군악대 출신이라 웬만한 악기는 다룰 줄 안다.”라며 “내가 악보도 준비하고, 연습도 이끌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딧불이 빅 밴드’는 연습만 열심히 하는 게 아니고, 공연 활동에도 활발하다. 지난해에는 서귀포칠십리출제와 탐라문화제, 표선리축제, 서귀포문화유산 야행 등 도내에서 마련된 다양한 무대에 올랐다. 올해부터는 정기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정양훈 회원은 “우리가 표선면 기반이라 표선면에서 공연 요청이 들어오면 공연비에 상관없이 웬만하면 참가한다. 표선을 벗어나더라고 액수를 따지지는 않지만, 시간과 악기 운반 등에 비용이 들기 때문에 공연비를 조금은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밴드는 이날 무대에서 연주곡으로 ‘베사메무쵸’, 남진의 ‘가슴 아프게’, 설운도의 ‘다함께 차차차’ 등을 선보였다. 그리고 노래 공연으로 혜은이의 ‘감수강’을 불렀다. 무더운 날씨에도 회원들은 열정적인 연주를 선보였고, 객석에 모인 시민과 관광객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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