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준비해 출시한 첫 제품, 제대로 망했지만

[힘내라, 스타트업] (주)하이벨라 양예경 대표 (2)
시민독립언론 ‘서귀포사람들’은 신생 창업회사입니다. 이런 걸 스타트업(Startup)이라고 하는데, 소수의 창업가가 차별화된 아이디어와 종잣돈을 기반으로 시장에 도전할 때 부르는 말입니다. 서귀포시에는 독창적 아이디어와 기술을 무기로 척박하고 냉정한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창업자들이 있습니다. ‘서귀포사람들’은 그들의 용감한 도전을 응원하며 연재기사를 준비합니다. 젊은 창업인과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을 당부합니다. -편집자 주

(주)하이벨라는 제주산 천연물질을 소재로 미용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상품으로는 목욕할 때 욕조에 넣어 향기와 거품을 내는 배스밤(bath bomb)과 몸에 바르고 문질러 각질을 제거하고 피부 세정을 도와주는 바디스크럽(body scrub) 등 크게 두 종류다.


▲ 하이벨라 양예경 대표(사진=장태욱)

처음에는 '언노우 노스텔지아' 즉, 미처 경험하지 않았지만 그리워하는 정서를 주제로 3가지 시리즈 배쓰밤을 출시했다. '윌링 앤 딜링'(Willin' AND Dealin'), '로제타 네뷸라'(Rosette Nebula), 보라비(Borabi) 등인데, 세 가지 제품은 모두 독특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윌링 앤 딜링'은 1980년 뉴욕 코니아일랜드를 모티브로 미국의 놀이동산 정취를 담았다. 팝핑 캔디가 터지고 달콤한 향이 나는 배쓰밤이다. '로제타 네뷸라'는 우주에 있는 듯이 신비롭고 재미있는 상상을 하며 놀 수 있는 우주 배쓰밤이다. 한번도 우주에 가지 않았지 우주를 좋아하고 동경하는 마음을 담았다. ‘보라비’는 제주민화를 그리는 루씨손 작가와 함께 만든 제품이다. 배쓰밤 패키지에 고양이가 퀵보드를 타고 달리는 그림 작품을 넣어 출시했다.

 1년이 가까운 기간 노력을 기울여 제품을 출시했는데, 반응은 기대 이하였다. 주제가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았고, 영업을 처음 하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많았다. 제품은 플랫폼에 올려보지도 못하고 대부분 재고로 남았다. 실패의 맛은 정말 쓰라렸다.


▲ 여러 레시피로 제품을 만들어보는 양예경 대표(사진=(주)하이벨라)

하지만 좌절만 할 수는 없었다. 이번엔 제주도의 자연 이미지를 강조하기로 했다. 비자림, 동백꽃, 유채꽃, 함덕바다 등을 모티브로 제주 4계절을 담은 배쓰밤을 출시했다. 제주도 이미지에 묻어가는 것 같아 내키지 않았지만, 멘토들이 그렇게 하라고 조언했다. 그렇게 제품을 출시했는데, 이게 효자상품이 됐다. 플랫폼에서 꾸준히 매출이 발생하고 도내 판매 업체들도 계속 주문을 한다. 별 기대도 하지 않았던 제품인데 효자상품으로 커가고 있다.

“처음엔 내 제품은 없었는데 제품이 생겼고, 고객이 없었는데 고객이 생겼어요. 그런 과정에서 행복이 느껴졌어요. 이젠 하이벨라를 긍정적으로 보고 좋게 평가해주는 분들도 많아지고 있으니 의욕이 생깁니다.”

이렇게 제품을 출시하는 건 창업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데 자금을 관리하고 지출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금 지출 과정에서도 세금을 절약하려면 요령이 필요한데 그런 것까지는 잘 알지 못했다. 제품 개발과 판매 말고도 사업을 하려면 알아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제품 개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자금 관리와 회계 같은 것들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이런 걸 알아가는 과정이 힘들기는 한데, 그래도 재미있었다.


▲ 하이벨라의 효자상품인 제주 4계절 배쓰밤 (사진=(주)하이벨라)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던 일인데, 이젠 제법 회사 경영자로 성장하고 있다. 처음엔 돈을 뜯긴 적도 있고, 도중에 그만 두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아슬아슬한 시간도 보냈다. 그런데 이젠 스스로 일할 능력이 생기고 다른 업체와 사업 협상할 ‘깡’도 생겼다.

회사를 상징하는 바디피지를 만들어 내놓는 게 올해 목표인데. 출시가 멀지 않았다고 한다. 장기적 목표는 하이벨라를 소비자가 친근하게 성장하는 회사로 키우는 것이다.

“저도 그렇고 젊은 여성들은 아름다움에 관심이 많아요. 여성들이 우리 제품을 통해 아름다워지고, 자존감도 높아졌으면 좋겠어요. 제가 하이벨라를 만든 이유합니다.”

양예경씨는 지금도 신제품 출시를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낸다. 얼마 후 세상에 내놓을 제품을 생산하면 마음에 설렘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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