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는 심방이 만든 ‘이야기 문서’, 그 속에 문화질서 담아”

[북 토크] 강순희 작가 초청 ' 물음표로 읽는 제주신화'

‘제주 신화의 숲’(2022, 한그루) 강순희 작가 초청 강연이 18일 저녁, 남원드림센터에서 열렸다. 제남도서관이 ‘2024 제주로 책을 잇다’ 프로그램으로 마련한 행사인데, 시민 30여 명이 참석해 작가와 대화를 나눴다.

이날 강연의 주제는 ‘물음표로 읽는 제주 신화’인데, 강순희 작가는 ▲신화는 왜 만들어졌는가? ▲제주에 신화가 많은 이유는? ▲자청비는 누구인가? ▲제주 동북부에 신화 전승이 많은 이유는? ▲남원읍의 신은 누가 있는가? 등을 포함한 7가지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제주 신화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냈다.


▲ 강순희 작가 초청 강연이 18일, 남원드림센터에서 열렸다.(사진=장태욱) 

작가는 “이형상 목사가 1702년에 제주도내 ‘당 500, 절 500’을 타파하고 유교질서를 재편한 게 기록에 남아 있다.”라고 전한 뒤 “1702년에 그렇게 무속을 정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후기를 거쳐 1950년대까지 심방 조직은 탄탄하게 있었다. 제주도에는 늘 심방이 많았다.”고 말했다.

제주도에 심방이 많은 것은 도내 생산양식이 다양하고, 출륙금지령으로 육지와의 교류가 막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작가는 “육지부는 벼농사 중심, 혹은 어업 중심으로 생산양식이 단조로운데, 제주도는 농업과 어업, 목축 등 생산이 다양해서 각각에 맞는 신이 필요했다”라고 주장했다. 또, “1800년대 출륙금지령으로 문화전파가 느리고 육지와의 교류가 막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 많아졌고 그런 영향으로 유교적 문화전파가 차단돼서 무속이 원행대로 남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 많은 시민이 참석해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사진=장태욱)

설문대할망의 신화에 대해서는 “설문대할망 모든 이야기의 중심은 한라산이고, 사람들은 설문대할망 이야기를 기준으로 제주도 내에서 방향과 거리를 가늠하고 이해했으며, 이야기를 기반으로 도내에서 이동했을 것이다”라며 “그런 의미에서 설문대할망 신화는 일종의 이야기 지도”라고 해석했다.

자청비 신화에 대해서는 일종의 ‘이야기 문서’이고 신화에는 문화질서가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작가는 자청비라는 말은 ‘자친밭’(갈아엎은 밭)에서 기원했고, 자청비의 애를 태우는 문도령은 씨앗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정수남이는 소를 상징하는데, ‘정이 어신 정수남이’는 아직 편자나 코뚜레를 착용하지 않아 농경을 위해 길들여지지 않은 소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 강연장에 들어오는 시민들(사진=장태욱)

작가는 과거에 사람들이 농사, 목축, 물질을 하는데 정보가 많지 않았고, 심방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이야기 문서로 만들었는데 그게 신화라고 설명했다. 심방은 메밀과 조, 산듸 씨앗을 뿌려봤을 때 가장 잘 되는 품종, 방식을 이야기로 남겼을 것이고, 심방이 남긴 ‘이야기 문서’ 대로 하면 농사가 잘 되고 어업, 목축이 잘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작가는 “과거 심방은 문화질서를 잘 아는 사람이고, 이들이 만든 신화에는 문화질서가 숨어 있다.”라고 말한 뒤 “신화는 환타지라 그냥 읽어도 재미있는데, 문 하나만 더 열면 우리 할머니의 할머니,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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