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토종 돼지고기메밀뭇국이 8천원, 재산 늘어난 것처럼 기쁘다

[동네 맛집] 상희네숯불구이

오래전에 먹었던 음식에는 특별한 풍미가 있다. 그 음식을 만들어줬던 사람, 같이 먹었던 사람, 주고받았던 대화가 음식과 함께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초여름에, 근처 음식점에 점심 음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었다. 돼지고기메밀뭇국과 순두부찌개를 점심시간에만 각각 8,000원에 판다는 내용이다. 순두부찌개는 모르겠고, 메밀뭇국은 참을 수 없는 음식이다. 한번 가봐야지 마음을 먹었는데, 한 달이 지나서야 맛을 보러 갔다.


▲ 돼지고기메밀뭇국, 제주도의 토종 음식이다.(사진=장태욱)

돼지와 메밀로 만든 메밀뭇국은 그야말로 제주섬의 척박한 토양이 만들어낸 ‘선물’이다. 메밀은 제주도에서 ‘신이 내린 작물’로 인정을 받는다. 토양을 가리지 않는 데다 재배 기간이 짧아서 먹을 게 귀하던 제주도에선 귀한 작물로 인정을 받았다. 사람들은 집집이 돼지를 길렀다. 변소에 풀을 깔고 돼지를 놓아길렀는데, 돈분은 풀과 섞여 거름이 됐다. 돼지를 기르는 목적은 고기를 얻고자 하는 것도 있지만, 거름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메밀과 돼지를 재료로 만든 메밀뭇국, 그건 제주도의 환경과 문화의 핵심이 만들어낸 음식이다.

음식점 안에는 손님 20여 명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대부분 돼지고기 제육볶음을 먹고 있는데, 메뉴명이 ‘항아리양념고기’라고 했다. 옆에서 하도 맛있게 먹고 있어서 ‘우리고 이걸 먹을까?’하고 잠시 고민도 했지만, 당초 계획한 대로 돼지고기메밀뭇국 2인분을 주문했다.


▲ 반찬(사진=장태욱)

열무김치와 감자볶음, 미역무침, 사과샐러드, 소시지볶음 등이 밑반찬으로 상에 올랐다. 그리고 7분쯤 후에 밥과 함께 돼지고기메밀뭇국이 나왔다. 국은 상에 오르고도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동안 뿌옇게 김이 오르는데, 고명으로 얹은 파의 향이 퍼지면서 코를 자극했다.

수저로 국물을 뜨고 식혀가면서 맛을 보았다. 무를 잘게 깍둑썰기를 한 후 푹 끓여서 국물에서 달짝지근한 맛이 났다. 돼지고기는 다리 살을 쓴 것 같은데, 오래 끓여서 질기지 않고 쫀득했다. 그리고 메밀은 너무 걸쭉하지 않아 국물을 삼키는 느낌이 상쾌한데, 고추를 잘게 썰어 넣어서 조금 매콤한 맛도 있었다.

제주도에서 먹는 메밀뭇국, 혹은 메밀뼈국, 접짝뼈국 등은 모두 요리방법이 비슷하다. 고기나 고기가 붙은 뼈를 무와 함께 오래 끓이고 도중에 메밀가루를 조금 풀어 넣는다. 그리고 파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하면 요리가 끝난다. 비교적 간단한 요리인데, 이게 자꾸 당기는 이유는 오래전부터 먹던 음식인 데다 재료가 모두 토종이기 때문이다. 이런 음식엔 입맛을 속일만한 어떤 잔기술이 들어갈 여지가 없다. 그야말로 단순하고도 솔직하고, 담백한 그 맛이 좋다.



반찬은 대체로 무난한데, 미역무침이 가장 입에 맞았다. 싱싱한 미역에 맛있게 간을 해서 속까지 시원해지는 맛이 났다.

음식을 먹고 있는데 디저트로 수박이 나왔다. 기대도 하지 않았던 터라 여간 고맙지 않았다. 저렴한 음식을 먹으면서 이것저것 받아먹는 게 미안한 일이다.

상호 ‘상희네 숯불구이’는 주인장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주인장은 지난 2015년에 요리사 자격증을 따고 다른 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다가 재작년에 지금의 자리에 건물을 짓고 새로 시작했다. 상호가 말하는 대로 저녁에는 돼지고기 숯불구이를 판다. 생갈비, 양념갈비, 삼겹살 같은 것을 파는데, 가격도 맛도 무난하다는 평을 받는다.

돼지고기메밀뭇국, 내 소울 푸드를 가까운 곳에서 먹을 수 있는 건 재산이 하나 늘어난 것처럼 반가운 일이다.

목요일은 쉰다.



상희네숯불구이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항구로 16, 064-762-9888
돼지고기메밀뼈국 8천원, 보말국 1만원,
흑돼지두루치기 1만원, 항아리양념고기 1만2천원
돼지양념구이 1만4천원, 삼겹살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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