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시민 진정 3년 뭉갠 道, ‘특별해도 너무 특별한’ 자치도

[탐사-D씨의 행정소송 ④] 2019년 道에 진정 냈는데 2022년에야 서귀포시로 이송

앞서 수차례 보도한 대로 서귀포시청이 표선면 소재 도로를 대지로 지목변경하면서, D씨 일가족의 삶은 깊은 수렁에 빠졌다.

D씨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D씨는 서귀포시청 공무원이 표선리 ★-8번지 토지의 지목을 도로에서 잡종지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담당직원이 직무권한을 남용한 혐의가 있다는 내용으로 서귀포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하지만 서귀포경찰서는 현장 확인도 거치지 않고 답변을 통해 사건을 불송치한다고 밝혔다.


▲ 제주도청. 민원인의 진정서를 처박아두고 답변을 보내지 않을 만큼 매우 '특별한 자치도'다.(사진=장태욱)

이 일을 바로잡기 위해 D씨는 고발장 접수 말고도 참으로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일을 했다. D씨는 2019년 12월, 제주특별자치도에 현장조사를 통해 억울함을 해소해 달라는 취지로 전정서를 제출한 것도 그중 한 가지다. D씨는 진정서에서 자신이 당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서귀포시청과 감사위위원회에 진정을 올렸으나 답변이 불성실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받았다며 제주특별자치도가 나서서 바로잡아줄 것을 요청했다.

당시 D씨가 제출한 진정은 크게 ▲도로를 대지로 지목 변경해 입은 피해 ▲표선지구 배수개선사업으로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합의 미이행 등 크게 두 가지다.

서귀포시청이 도로를 대지로 지목변경한 건은 D씨가 입은 핵심의 핵심으로, 기자는 그동안 여러 차례 그 내용을 기술한 바 있다. D씨는 진정서에서 표선리 ▲-1번지 토지(도로)가 지방도로로 활용되고 있어서 지목이 변경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자신이 건축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는데, 표선지구 배수개선사업(돈오름로)을 진행하면서 2018년 8월경에 인접 토지 표선리 ★-8번지(도로)를 ★-8번지(잡종지)와 ★-11번지(도로)로 분할해 경계석을 쌓으면서 표선리 ▲-1번지 24㎡가 도로 밖으로 경계가 획정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절차가 관련 규정에 의해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제주특별자치도가 나서서 조사해주라고 요청했다.

표선지구 배수개선사업은 서귀포시가 지역 업체를 통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돈오름로에 시행한 사업이다. D씨는 시공사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자신의 땅을 무단으로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조경수도 제거했고 자연석도 무단으로 방출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임시 가도를 설치하면서 아스콘 포장을 해서 자신의 토지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자신이 항의하자 시공사 현장 대리인과 감리감단이 공사 완료 시에 원상복구하고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으로 합의서를 작성했는데, 보상금 350만 원을 지급한 걸 제외하고는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관련 약속을 이행하라는 취지로 시공사와 감리책임자, 서귀포시청에 내용증명을 보냈는데, 시공사는 답변을 하지 않았고 서귀포시청은 이에 대해 해결이 어렵다는 내용으로 답을 보냈다고 했다. D씨는 배수개선사업이 서귀포시청이 시행하는 사업이라 시청이 공사에 관련한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렇게 무책임한 답변을 하는 서귀포시청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 D씨가 제주도에 제출한 진정서(좌)와 서귀포시청이 D씨에게 보낸 답신. 진정서는 2019년 12월에 작성됐는데, 2022년 11월에야 답신을 받았다. D씨는 자신의 절박한 심정을 담아  '존경하는 원희룡 지사님'을 진정서 첫 문장으로 넣었는데, 그런 절박한 심정은 행정의 벽에 부딪혔다. 무례한 공무원들은 3년 동안 진정서에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

D씨는 이번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다보니 상습적인 진정인, 고질적인 민원인으로 낙인찍히고 있다면서도 개인의 권리가 이렇게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진정서를 올린다고 호소했다. 그리고 행정의 벽은 너무나 두텁고, 자신에게 너무 비협조적인 시실을 실감했다며 사실조사를 통해 진정인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덧붙였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도의 모든 행정을 총괄한다. D씨는 제주도가 지위를 이용해 자신이 겪은 억울한 일을 해결해줄 것이라 기대했다. 당시 제주도지사는 원희룡이었고, D씨가 제출한 진정서는 ‘존경하는 원희룡 지사님’이라고 시작한다. 자신이 겪은 억울한 일이 바로잡히길 기대하는 절박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제주도는 관련 진정서에 반응을 하지 않았다. 도청은 진정을 받고 계속 뭉개기만 하자 D씨는 진정을 접수했으면 이에 대해 도청이 답변을 해달라고 요구한 게 여러 차례다. 그리고 기다려도 반응이 없자 2022년 10월에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서귀포시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그때까지 뭉개던 제주도가 2022년 11월이 되어서야 진정을 서귀포시청으로 이송했다. 진정을 넣은 지 3년 만이다. 그사이 제주도지사는 오영훈으로 바꿔있었다. 진정을 3년 동안 캐비넷에 박아두고 있던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서귀포시청의 행정행위를 바로잡아 줄 것을 요청하는 진정을 서귀포시청으로 돌려보내는 행위도 어이가 없다.

서귀포시청은 진정 민원에 대해 ‘이미 지목변경은 완료됐고, 진정인이 서귀포시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만큼,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답했다. 진정이 이송된 시점과 시청의 답변을 보면, 제주도청과 서귀포시청은 D씨가 행정소송을 제기하길 기다렸다는 듯하다. 진정의 본질적 내용은 손을 대지 않아도 될 명분으로 ‘진행중인 소송’ 만큼 편리한 게 없기 때문이다.


시민의 권리 침해 쯤은 3년 동안 뭉개도 아무 문제가 없는 듯 처신했던 특별자치도다. 제주도가 진정을 접수하고 성의 있게 나섰다면,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을 수도 있었고, D씨 일가족이 이렇게 오래도록 고통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특별해도 너무 특별한’ 특별자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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