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청 행정처분, 위기 가정 벼랑 끝에 서다

[탐사-D씨의 행정소송] 행정기관의 지목변경으로 막대한 피해 입게 됐다

제주시 화북동 주민 D씨(1957년생)는 교통사고 후유증이 심하게 남은 장애인이다. 사고로 얼굴이 찢어지고 뼈가 어스러지는 상처를 입었다. 복부에 마약펌프를 달아 통증을 억제하며 가까스로 삶을 영위하는데, 그런 몸으로 서귀포시청을 상대로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서귀포시의 어이없는 행정처분으로 일가족이 나락에 빠질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 서귀포의 행정처분으로 D씨의 땅은 상당 부분 맹지가 될 상황에 놓였다. 두 사람이 서 있는 곳이 도로에서 대지로 지목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건축은 중단됐고, 건축물은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있다.(사진=장태욱)

D씨는 지난 2005년 표선면 허브동산 주변에 ●번지 2320㎡ 남짓한 농지를 구매했다. 농지는 한라봉 하우스 시설이 있었는데,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매물로 나왔다. D씨는 “내가 농지를 구입할지 말지 고민했는데, 밤에 허브동산에서 환하게 불빛이 비치더라. 야간에도 손님이 드나드는 걸 보니, 훗날 이곳에서 장사를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D씨가 해당 농지를 구매한 이후, 서귀포시(당시는 남제주군)는 주변에 있는 자투리 공유지 두 필지(■번지, ▲번지)를 민간에 매각했다. 모두 이장을 마쳐 비어있는 묘지였는데, D씨는 이 두 필지도 매입해 자신의 토지와 병합했다. 농지 안과 주변에 묘지가 사려져 훨씬 쓸모 있어 보이는 땅으로 변신했다.

D씨는 농지를 구입한 후, 부인 K씨(1965년생)와 함께 이전 땅 주인이 했던 것처럼 한라봉 농사를 지었다. 그런데 한라봉 농사로는 큰 수익을 내지 못했다. 바람이 심해서 비닐이 찢기는 피해가 여러 번 반복되더니, 태풍 피해를 크게 겪기도 했다. 비닐하우스를 보수해 키위농사를 짓기도 했는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D씨는 비닐하우스 인근 토지를 빌려 그곳에 당나귀를 사육했다. 관광객이 당나귀를 타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시설을 만들었는데, 그 사업도 오래 하지 못했다. 목숨을 빼앗길 만한 큰 사고가 발생했다.

D씨는 2011년 어느 날, 부인과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제주시 오일시장 앞에서 신호대기 중이었다. 그때 지나던 차가 D씨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았고, 두 사람은 오토바이에서 튕겨져 나갔다. D씨는 온몸이 부서지고 얼굴이 찢겨진 상태로 응급실로 실려 갔다. 부인 K씨도 다치기는 했는데 남편의 몸을 손으로 붙들고 있던 터라, 어깨를 제외하고 다른 곳은 큰 부상이 없었다.

D씨는 전신마취 상태에서 수술을 받고 겨우 목숨을 부지했다. 하지만 사고 후유증으로 매일 고통과 씨름하며 살고 있다. 서울 대형병원에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진단을 받고, 적어도 한 달에 한 차례 서울로 가서 전신마취 치료를 받는다. 그리고 복부에 마약펌프를 달고, 마약으로 고통을 완화하며 생활하고 있다.

사고 후유증이 너무 컸기에, 더는 사업도 할 수 없었다. 결국 당나귀도 모두 처분했고, 수입도 없이 사고후유증과 싸우며 6년 넘는 세월을 보냈다.

D씨는 2017년 즈음에 이곳에 상가를 건축하고 장사를 할 계획을 세웠다. 장기적으로는 남는 땅에 공동주택도 지을 계획이었다.

D씨는 2018년 전체 농지 가운데 150㎡ 규모의 근린생활시설을 신축한다는 계획으로 표선면으로 부터 건축허가를 받았다. 건축사무소가 제안하는 대로 당시 건축물 대지 동쪽에 폭 8m로 진입로를 확보했고, 본격적으로 건축에 착공했다. 그렇게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런데 2019년에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이해할 수 없는 공문을 받았다. D씨가 진입로로 확보한 도로 일부분(기재부 소유)이 대지로 변경됐다며, D씨가 기재부 소유 대지 아래에 매설된 우수관과 전선 등을 철거하라는 내용이었다.


▲ ● 표시가 된 곳은 D씨가 처음 구매한 농지이고, ■와 ▲는 서귀포시가 공유지 매각할 때 구입했다. 분홍색으로 표시한 곳은 ▲-1번지로 도로였는데, 서귀포시가 대지로 지목을 변경했다.

도로에서 대지로 변경됐다는 땅은 지난 2005년 서귀포시가 D씨에게 매각한 공유지 ▲번지(96㎡)에 속했던 땅이다. 서귀포시는 매각 당시 전체 96㎡ 가운데 도로에 접한 일부분(24㎡)을 분할해 새로운 지번(▲-1번지)을 부여하고 매각에서도 제외했다. 그 땅을 최근까지도 도로로 사용되고 있었고, D씨가 건축허가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명백하게 도로로 남아 있었다.

도로에서 대지로 변경됐다는 땅(▲-1번지)은 기재부 소유인데,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관리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무슨 영문인지, 서귀포시에 해당 도로를 대지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고, 서귀포시는 자산관리공사의 요청대로 지목을 변경해버렸다. D씨의 입장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이미 단계별로 진행돼 있었다.

D씨의 땅 상당부분은 맹지가 될 처지에 놓였다. D씨는 뭔가 행정적인 착오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내막을 알아보기 위해 많은 기관을 방문해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 사이 상가 건축은 중단되고, 짓다만 건물은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

도내 국회의원실 3곳을 모두 모두 방문했고, 도지사와 시장 면담도 요청했다. 이 가운데 표선면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강연호 도의원과 화북동 지역구인 강성희 의원 등에게도 도움을 청했다. 도청 기자실을 찾아가 수많은 기자들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런데 제주시 을 지역구 김한규 의원실을 제외하곤 그에게 조금이라고 도움을 준 곳은 없었다. 시장과 도지사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성사도 되지 않았다.

D씨는 결국 지난 2022년 10월 법무법인을 통해 서귀포시장을 상대로 행정재산 용도폐지 처분이 무효라는 취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서울 병원을 오가는 가운데도 최근까지 법정에서 끈질긴 싸움을 이어왔다. 수차례의 변론기일을 거쳐 마침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사안에 대해 "K씨와 자산관리공사 사이 분쟁인데 서귀포시가 소송을 당했다"라며, 토지 소유주가 국가이고 관리 책임이 자산관리공사인 만큼 K씨와 자산관리공사가 해결했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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