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단백한 우거지탕에 아늑함이 있다
[동네 맛집 ⑧] 남원읍 ‘언재호야’
돌솥과 뚝배기는 온돌을 닮았다. 비열이 높은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데우기 어렵지만, 한번 데워놓으면 좀체 식지 않는다. 돌솥과 뚝배기 요리를 맛보는 건, 겨울철 초가 온돌 아랫목에 몸을 녹이는 것처럼 소박하고도 아늑한 기쁨이다.
남원중학교 인근에 돌솥과 뚝배기로 음식을 내오는 음식점이 있다. ‘언재호야’라는 상호에 이리둥절했는데, 주인장 얼굴이 낮이 익다. 다른 곳에서 20년 넘게 하다 사정이 있어 그만뒀는데, 몇 해 만에 고향 가까운 곳에 식당을 개업했다. 오리요리를 하는 음식점 시설을 인수해 메뉴를 바꿨다고 한다. 식당 앞 남원중학교는 주인장이 졸업한 모교다. 마침 남원중학교 교사로 있는 손님이 밥을 먹다가 주인장이 옛 친구임을 알아보고 반가움을 표했다.
육개장, 내장탕, 우거지탕, 돌솥비빔밥 등 네 가지 음식을 한다. 탕은 모두 뚝배기에 내놓는다. 보글보글, 뚝배기에서 국물이 끓는 소리가 식당 안에 진동한다. 음식 가격은 모두 9000원이다.
돌솥비빔밥 한 그룻을 주문했다. 찬으로 배추김치, 깍두기, 두부전, 나물부침, 멸치볶음, 콩자반, 비트물김치, 풋고추, 양념장 등이 먼저 상에 올랐다. 찬은 모두 주인장이 직접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하면 비용을 좀 절약하고 맛에 더 정성을 기울일 수는 있는데, 그만큼 품이 드는 일이다.
찬을 내고 5분쯤 지나니 돌솥밥이 나왔다. 도라지와 무, 버섯, 당근, 쇠고기, 고사리 등을 각각 볶아 고명으로 올렸다. 그리고 김자반을 맨 위에 올렸다. 양념장을 넣어 비빈 후 한 숫갈 입에 넣었는데, 뜨거운 기운과 함께 고소한 냄새가 몸에 스민다. 돌솥밥은 밑에 눌러 붙는 일이 많은데, 이 집 것은 타는 것 없이 깨끗하게 입에 쓸어 담았다.
그렇게 점심 한 끼를 먹고 이틀 후 다시 찾았다. 이번엔 국물 요리를 맛보기로 했다.
우거지탕과 육개장 한 그릇씩 주문했다. 이전과 똑 같이 찬이 상에 올랐고, 몇 분 지나나 뚝배기 두 그릇이 나왔다. 보글보글 뚝배기 안에서 국물 끓는 소리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물이 식욕을 자극했다. 끓는 소리를 듣고 뿜어져 퍼지는 김을 보는 것만으로도 팔할은 만족이다.
우거지탕을 수저로 저어보니, 우거지 나물이 무겁게 느껴진다. 국물 한 숫가락을 입에 넣었는데, 담백하고 얼큰한 국물 맛이 진하게 올라왔다. 한우 사골을 오래 끓여 국물 맛을 냈는데, 시래기와 함께 수입 쇠고기 사태를 넣었다고 한다. 한우 사태로는 이 가격을 맞추기 어렵다고 했다.
육개장, 닭육수로 국물 맛을 냈고 고사리와 닭고기 살을 잘게 썰어 넣었다. 우거지탕보다는 국물 맛이 연하다. 닭고기는 너무 잘게 썰어 넣어 눈에 잘 보이지 씹을수록 고기의 식감이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우거지탕의 진한 국물맛과 돌솥비빔밥의 깔끔하고 고소한 맛이 가장 끌렸다. 그런데 주인장운 내장탕이 가장 잘 팔린다고 했다. 내장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잘나가는 음식인 만큼 다음번에 먹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상호 ‘언재호야’, 아리송한 이름이다. 어디에서 비롯된 이름인지 물었더니, 천자문 맨 뒤에 나오는 한자 네 개(焉哉乎也)를 붙인 것이라고. 네 글자 모두 어조사라, 어조사를 붙여 만든 상호다. 이건, 주인장 남편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오전 11시부터 장사를 시작한다. 저녁엔 갈빗살과 대패살도 파는데, 각각 1만7000원, 1만6000원이다. 위치는 서귀포시 일주동로 7146(남원중학교 북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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