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높은 파스타와 뇨끼, 팔불출 아빠가 딸 입맛 저격했다

[동네 맛집 ⑦] 서홍동 ‘라피스 제주’

경기도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딸이 설을 앞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고졸로 10대에 일을 시작했으니 애비로서 마음이 짠하기도 하고, 고단한 직장생활을 여태 계속하고 있으니 대견하기도 하다. 음식 소개 기사 첫 단락에 이런 얘기를 꺼냈으니, ‘딸 바보’, ‘팔불출’이란 놀림은 들을 각오쯤은 하고 있다.


▲ 주문한 음식 세 종(사진=장태욱)

오랜 만에 딸과 밖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으니, 백반정식이나 순대국밥 같은 취향은 잠시 내려놓고 젊은이 입맛으로 돌아가야 한다. 얼마 전 취재차 들렸던 퓨전 레스토랑 ‘라피스 제주’를 딸에게 제안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도 한번 가보고 싶어서 오늘 저녁에 친구들과 여기서 만나기로 약속했어.”라고 답했다. 중년에 이른 아빠가 젊은이들이 갈 만한 음식점 이름을 말하니 놀랍다는 반응이다.

‘라피스 제주’ 박지훈 대표는 비어있는 창고를 빌려서 수리한 후 지난해 가을에 문을 열었다. 음식점 밖에서는 이곳이 어떤 곳인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은데, 안으로 들어가며 천 높은 창고를 개조한 홀이 고풍스러운 분위기까지 풍긴다.

서양식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를 대신해 딸이 음식을 주문했다. 아빠는 ‘쉬림프 투움바 파스타’, 엄마는 ‘새우베이컨 필라프’, 딸은 ‘트러플오일 감자뇨끼’. 발음도 어려운 음식 세 접시를 주문하고 맛을 나누기로 했다.


▲ 새우베이컨 필라프(사진=장태욱)

쉬림프 투움바 파스타, 음식 이름에 호주 퀸즐랜드 주에 있는 도시인 ‘투움바’라는 지명이 들어있는데, 투움바와는 아무 관련이 없고 아웃백에서 개발한 음식이라고 한다. 크림소스에 버터로 새우와 버섯 등을 볶아 맛을 냈다. 크림소스가 듬뿍 들어있는 파스타가 고급스럽다. 다만, 매운 맛이 있어서 다른 서양음식과는 차별점이 있다.

새우베이컨 필라프, 이건 중년 성인들의 입맛도 쉽게 저격할 만한 음식이다. 필라프는 서아시아나 중앙아시아에서 쌀을 기름에 졸여서 만든 일종의 볶음밥이다. 마늘과 새우, 베이컨, 브로콜리 등을 넣고 볶았고, 그 위를 달걀지단으로 덮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크림소스로 마무리. 중화요리에서 볶음밥은 기름 냄새가 깊이 배이고 느끼한 맛이 뒤에 남는데, 여기 필라프는 단백하고 깔끔하다.


▲ 트러플 크림 감자뇨끼

트러플 크림 감자뇨끼, 이건 너무 낯설다. 뇨끼는 감자와 밀가루를 섞어 만든 것으로 우리의 수제비와 비슷하다. 밀가루는 넣은 듯 만 듯하고, 감자가 뇨끼의 주재료다. 크림소스 위에 뇨끼가 둥둥 떠 있고, 주변을 붉은 토마토 조각으로 수를 놓았다. 크림소스 안에, 새우와 브로콜리 등 다채로운 재료가 있어, 화려하고 맛 또한 풍요롭다.

세 가지 요리를 맛봤는데, 한국인 입맛에 잘 맞췄기 때문인지 느끼하거나 냄새가 자극적이거나 하지 않다. 다 먹은 후에도 MSG가 주는 거북함도 없다.


▲ 쉬림프 투움바 파스타(사진=장태욱)


중년은 익숙한 것에, 청년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끌리게 마련이다. 세 가지 음식 가운데, 아빠와 엄마는 새우베이컨 필라프가, 딸은 트러플 크림 감자뇨끼가 입에 맞는다고 했다.

딸은 “프랜차이즈도 아니고, 셰프가 손수 만든 음식을 1만3000원 안팎에서 먹을 수 있는 건 정말 행운”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음식을 서울에서 먹으려면 2만원 정도는 지불해야 한다고.

‘라피스 제주’ 박지훈 대표는 대구 출신이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2016년 졸업과 동시에 제주도로 이주했다. 서귀포에서 취업한 후 커피와 베이커리 일을 몸으로 익혔다. 그리고 지난해 독립해서 이곳에 ‘라피스 제주’ 문을 열었다.

‘라피스 제주’ 공간은 원래 창고로 비어있는 공간이었다. 이곳이 비어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수소문한 끝에 주인을 찾았다. 그리고 창고를 빌려 배부를 고치고 개조해 카페로 만들었다.


▲ 홀의 내부(사진=장태욱)

박지훈 대표는 “내게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서귀포로 이주했는데, 이곳에 창업할 수 있어서 감격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곳에 사람이 많이 머무는 게 내 꿈이다. 공간을 채워주시는 손님이 너무 고맙다.”라고 말했다.


라피스 제주 : 서귀포시 홍중로 28-1

쉬림프 투움바 파스타 1만2900원, 새우 베이컨 필라프 1만2900원, 트러플오일 크림뇨끼 1만3900원

<저작권자 ⓒ 서귀포사람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