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인구, 국제학교 ‘약발’ 끝났고 동포재단 이탈 뼈저리다

[분석 : 서귀포시 인구 변화] 성산읍·대륜동·동홍동 감소하고 안덕면·표선면 증가
성산읍은 부동산 거래 허가제와 제2공항 논란 장기화, 월동채소 가격 부진 등 겹쳐
대륜동은 혁신도시 내 재외동포재단 이탈 영향
동홍동, 경기침체와 부동산 임차료 상승 등이 영향
안덕면 여러 마을에서 인구 증가, 신화역사공원 활성화 영향으로 분석
표선면, IB학교로 유입인구 증가

지난 14년 뜨거웠던 제주도 이주열풍이 사그라지고 인구 유출이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비록 1687명이 인구 순유출이지만, 유출 인구가 유출 인구를 넘어서면서 제주도 경제와 사회에 침체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이 1월 31일 ‘2023년 국내 인구이동 통계’를 발표했다. 통계청 발표로는 지난해 인구 8만1508명이 제주도에 전입했고, 8만3195명이 전출했다. 1687명이 순유출됐다. 전출 사유는 직업이 1만2412명으로 가장 많았다.


 ▲ 지난 2014년부터 2023년 말까지 9년 간 제주도와 서귀포시 인구 변화 그래프.2022년까지 모두 증가하다가, 2023년 들어 감소세로 전환됐다.

출생자수가 사망자수보다 많은 인구 자연감소로 전환된 가운데 인구가 순유출 기조로 돌아서면서, 인구 감소는 당분가 거스릴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의 인구는 지난 2014년 12월 60만7346명에서 꾸준히 증가해 2022년 12월에는 67만8159명을 기록했다. 이 기간 제주도 이주열풍이 인구 증가를 이끌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67만5259명으로 2022년 12월 보다 2900명 줄었다.

서귀포시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서귀포시 인구는 지난 2014년 12월 15만8512명이었는데, 2022년 12월에는 18만4770명을 기록했다. 이 기간 인구 2만6258명이 늘어, 9년간 16.6%나 증가했다. 이주열풍으로 인구가 급증하는 동안 제주 제2공항 계획이 발표되면서 부동산 광풍까지 몰아쳤다.

그런데 부동산 가격 폭등이 지역 발전의 발목을 잡았다. 귀농을 계획했거나, 사업을 준비했던 이주민들이 오를 대로 올라버린 부동산 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돌아갔다. 부동산 가격 폭등의 영향으로 물가가 다른 시도에 비해 크게 올라,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수도 줄고 있다. 이주열풍이 거세던 시기에 시공했던 주택공사가 마무리됐는데, 구매자 찾기가 쉽지 않아 많은 주택이 공실로 남아있다.

그런 결과, 서귀포시 인구는 지난해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2022년 12월 18만4770명이던 인구가 2023년 12월에는 18만3598명으로 1172명 줄었다.

특히, 성산읍과 대륜동, 동홍동의 인구 감소가 눈에 띈다. 2022년 12월에서 2023년 12월까지 성산읍은 276명이 감소해 감소율 1.8%를 기록했다. 성산읍 전 지역이 오래도록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여있는데, 제2공항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한때 성산읍의 효자 작물이던 월동무도 몇 해째 가격이 부진하다. 지역이 갈수록 활력을 잃고 있다.

대륜동은 같은 기간 인구 230명이 감소해, 감소율 1.5%를 기록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임직원 78명이던 재외동포재단이 혁신도시에서 철수한 게 뼈저리다.

동홍동은 같은 기간 259명이 감소해 감소율 1.1%를 보였다. 동홍동은 그동안 인근 동촌지역의 인구가 유입하며 꾸준히 증가세를 기록했다. 초·중·고등학교 교육여건이 좋고, 병원과 시장을 모두 끼고 있어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지역이었다. 그런데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거주비 부담이 커졌고, 경기가 하강국명으로 진입하면서 상권이 침체로 돌아섰다. 주거용이나 장사용으로 부동산을 임차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에 이르렀다.


▲ 안덕면 산방산 앞에서 관괭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안덕면은 표선면과 더불어 지난 1년 서귀포시에서 인구가 증가한 지역이다.(사진=장태욱)

대정읍의 감소도 주목할 만하다. 대정읍 인구는 같은 기간 175명이 감소해 감소율 0.8%를 보였다. 그동안 영어교육도시 영향으로 인구가 꾸준히 유입됐는데, 그 한계를 지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안덕면과 표선면의 증가가 도드라졌다. 안덕면은 1년 사이 82명 증가해 증가율 0.7%를, 표선면은 77명 증가해 증가율 0.6%를 기록했다.

안덕면은 화순(58명), 사계(20명), 덕수(30명), 서광서(28명), 동광(35명) 등 12개 행정리 가운데 5개 마을이 비교적 고른 증가를 기록했다. 신화역사공원이 활성화되는 영향이라는 분석이 있다.

표선면은 하천(66명), 세화1리(30명), 표선리(29명) 등이 증가했다. 표선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지역 학교들이 IB학교로 지정되면서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서귀포시 인구증가를 견인했던 영어교육도시와 혁신도시는 이제 ‘약발’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IB학교가 새롭게 인구증가를 이끌었는데, 그것도 효과가 많이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지역 침체국면을 맞고 보니, 지난해 재외동포재단이 혁신도시에서 빠져나간 것이 너무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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