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미분양의 무덤’ 서귀포시, 침체의 터널 앞에 섰다

한국은행 25일 보고서로 발표
주택시장 침체됐는데 평당 2750만원 ‘미친 분양가’에 발목 잡혀
‘준공 후 미분양’ 서귀포시가 제주시보다 많아
서귀포시 완공한 주택도 남아돌아 더는 공급 의미 없어
시공사 건축비용 회수 어려워 자금난 겪을 전망

2022년 이후 미분양 주택이 쌓이면서 지역 건설사들이 부실 위험에 처했다. 서귀포시의 경우, 동지역 미분양 주택이 100% ‘준공 후 미분양’ 주택으로 밝혀졌다. 완공해도 팔리지 않은 주택이 동지역에 쌓여있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더 이상 주택공급을 못하는 실정이다.


▲ 지난 2020년 분양된 아파트인데 200여 세대가 모두 분양됐다. 그런데 이후 분양된 주택 상당수가 미분양되면서 지역 시공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사진=장태욱 기자)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25일 ‘최근 제주지역 부동산시장 평가 및 리스크 점검’을 발표했다. 도내 주택시장은 분양가는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데 수요가 받쳐주지 않아 미분양 주택이 쌓이는 실정이다.

제주지역 주택가격은 2010~18년 중 전국 평균에 비해 2배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2019년 이후 하락 추세로 전환됐다. 정부가 투기성 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도 했고, 제주 이주열풍이 가라앉은 영향도 작용했다.

제주지역 주택시장에서 분양물량은 2022년에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고금리로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 ▲소득에 비해 턱없이 높은 주택가격 ▲제주 이주민 감소 등으로 주택 수요는 줄었다. 그런 상황에서 건축비가 상승해 분양가격마저 크게 올랐다. 공급은 늘었는데, 청약수요는 급감해 미분양 주택이 속출했다.

도내 미분양 주택은 2021년 말 836호에서 2023년 11월 2510호로 빠르게 증가했다. 2022~23년 제주도 분양된 주택 가운데 미분양으로 분류된 주택의 비중은 37.1%를 기록했는데, 이는 ‘미분양의 무덤’이라 불리는 대구(약 60%)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또한 전국적으로 2023년 들어 미분양주택이 완만히 감소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제주지역은 2023년에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공사가 끝나 사용승인이 났음에도 분양되지 못한 ‘준공 후 미분양주택’은 제주지역이 39.7%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평균(17.5%)을 두 배 넘는 수치다.

제주도에 미분양 주택이 쌓이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는데, 우선 높은 분양가를 들 수 없다. 제주지역 분양가격은 2023년 11월 기준으로 ㎡ 당 780만원(평당 2574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구에서 서울(1034만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분양가로, 전국 평균(518만원)의 약 1.5배에 이른다. 제주도 건축비와 지가가 타 지역과 비교해 높기 때문인데, 높은 분양가가 건설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두 번째로 금리상승, 대출규제 등으로 자금차입 여건이 악화되면서 외지인 투자요인도 악화됐다. 외지인의 제주지역 아파트 매입물량 및 비중은 2021년 상반기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해 최근까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서귀포시의 상황은 훨씬 열악하다. ‘준공 후 미분양’ 수치를 보면 서귀포시 시공사들이 당분간 할 일이 없을 정도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미분양 주택은 제주시(1550호)가 서귀포시(973호)보다 많다. 그런데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서귀포시(584호)가 제주시(417호)보다 많다. 미분양 주택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비중이 제주시는 동지역 39.3%이고 읍면지역 21.4%로 크지 않은데, 서귀포시는 동지역 100.0%, 읍면지역 41.9%로 모두 높다.

부연하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서귀포시 동지역 미분양 주택은 307호인데, 모두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다. 준공을 해도 분양이 되지 않은 주택이 쌓여있기 때문에, 시공사들이 더 이상 추가로 주택공급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니 시공사들은 당분간 일을 놓고,미분양 해소에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분양 주택 문제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므로, 시공사는 적잖이 자금난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 미수금이 늘어나면 건설사는 금융시장에서 운영자금을 차입하게 되는데, 늘어난 부채가 건설사의 발목을 잡게 될 수도 있다. 또,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해, 주택이 경매시장에 나올 수도 있다.

공인중개사 김 아무개는 “시행사에 자금을 빌려준 은행이 대출금 회수를 위해 법원에 경매를 신청해 지난해부터 경매물건이 많이 나왔다”라며 “올해는 작년보다도 더 많은 물건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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