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심 좋은 주인과 8천원 국밥, 누구나 '풍성한 마음'

[동네 맛집 ⑤] ‘남원 또와국밥’

한 차례 비가 내린 후 다시 추위가 몰려왔다. 이런 날씨엔 따뜻한 국물 한 그릇이 그리워진다. 인심 좋은 주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북적대는 객들에 섞여 국밥 한 그릇 비워내면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다.

가마솥에서/ 뿜어 나오는 뜨거운 김
주인 아낙/ 넉넉한 인심 같아라
무거운 가방 내려놓고/ 얼큰한 국밥 한 그릇 마주 하면
왁자지껄한 장터 잠시 잊고/ 풍성한 마음이 된다


김난민의 시 ‘국밥’의 전문이다. 가마솥에서 모락모락 뿜어 나오는 하얀 김과 주인의 넉넉한 인심이 있어 국밥은 서민의 위로가 된다.


▲ 맛있는 반찬과 밥이 먼저 나온다.(사진=장태욱)

내게 형이나 마찬가지인 서점 임 대표는 국밥 마니아다. 살면서 어려운 일을 겪다가도 국밥 한 그릇 앞에 놓고 소주한 잔 곁들일 땐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국밥과 소주를 번갈아 맛보면서 “인생 뭐 있냐?”라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 걸 보면, 국밥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신앙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임 대표가 남원읍사무소 근처에 자주 가는 국밥집이 있다고 했다. 남원읍내에 볼일이 있으면 그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고 했다. ‘남원 또와국밥’이다.

점심 때 국밥집에 들렀다. 두 칸으로 분리된 식당인데, 남쪽 칸엔 테이블이 놓였고 북쪽 칸은 마루가 깔렸다. 40명 쯤 앉을 수 있는 식당인데, 약 30명이 밥을 먹고 있었다.

테이블에 앉으니, 주인장이 금새 반찬과 밥을 내온다. 음식 주문을 받는 말씨가 부드럽고 친절하다. 반찬으로 배추김치와 깍두기, 오징어젓갈, 양파와 풋고추가 나왔는데, 모두 품짐하고 정갈하다. 국밥에 고명으로 넣을 부추도 역시 푸짐하게 내왔다. 김난민의 시가 그린 인심 넉넉한 주인장을 떠올렸다.

돼지국밥과 고기국밥 한 그릇씩 주문했다. 돼지국밥은 돼지머리 고기를 넣었고, 고기국밥은 돼지고기 수육을 넣어 만들었다. 돼지국밥은 8000원, 고기국밥은 9000원이다.


▲ 국밥 고기 건더기가 풍성한데, 국물 맛 또한 진하고 담백하다.(사진=장태욱)

국밥의 국물맛은 진하고 담백하다. 간을 하도록 새우젓을 내왔지만, 간을 하지 않아도 국물맛은 충분했다. 주인장은 돼지 무릎 뼈를 오래 오래 끓여서 국물맛을 냈다고 했다. 고기국밥은 맛이 깔끔한데, 돼지국밥은 돼지고기 머리가 들어가서인지 특유의 냄새가 있다.

국밥의 건더기를 보니 더울 놀랐다. 고기국밥 안을 수저로 휘저었는데, 수육이 묵직하다. 밥을 빼고 수육만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은 비주얼이다.

반찬으로 낸 깍두기도 씹는 느낌이 생생하고, 맛이 달짝지근하다. 산삼보다도 몸에 좋다는 제주도 겨울무로 만들어서, 자꾸 젓가락질을 부른다. 배추김치와 젓갈도 장터 느낌을 낼 만큼 풍성하고 토속적이다.




밥을 먹는데 손님들이 계속 들어온다. 테이블 앞에는 지인이 일행과 함께 순대 한 접시를 시켜놓고 소주 한 잔 하고 있다.

국밥은 예전에 장터에서 주로 파는 음식이었다. 오래 끓여둔 국물에 밥을 말아서 먹는데, 여럿이 같은 국물을 나누는 서민적 미학이 있다. 그 공동체적 서사를 좇아 많은 이들이 식당을 찾는다.

식당은 휴일도 없이 영업을 한다. 인심 좋은 주인장은 7년 넘게 그렇게 위로의 국을 끓이고 있다. 누구나 그곳에 가면 풍성한 마음이 된다.

돼지국밥 8000원, 순대국밥 8000원, 내장국밥 8000원, 모듬국밥 9000원, 고기국밥 9000원이다. 위치는 서귀포시 남원읍 남조로 26.

<저작권자 ⓒ 서귀포사람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