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고장으로 5시간 동안 공항에서 발만 동동, 일그러진 수학여행
초등 동창생들과 43년 만에 수학여행, 에어부산 비행기 수리로 출발 지연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43년 만에 친구들과 1박 2일 수학여행을 떠났는데, 비행기가 5시간 동안 출발하지 못하면서 모든 일정이 일그러졌다. 점심식사를 예약한 식당에 양해를 구해 식사를 못 할 것이라고 통보했는데, 식당 사장님의 목소리가 여간 어둡지 않았다. 항공사에서 제공한 쿠폰으로 간단하게 빵과 음료를 구입해 점심을 대신했는데, 시작부터가 영 불길해졌다.

5일 밤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6일, 초등학교 친구들과 경기도 포천으로 여행을 떠나기 때문이다. 9시20분에 제주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가는 에어부산 비행기를 타야 하기에, 새벽에 집에서 출발해야 한다.
6시30분에 친구 승용차를 얻어 타서 제주공항으로 출발했다. 제주공항에서 15명이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가서 도외에 사는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다. 이미 관광버스와 식당, 호텔을 모두 예약했기에, 서울에 도착해서는 모든 걸 계획대로 따라가면 된다.
8시50분 경 비행기가 계류장에 도착했고, 승객들은 탑승구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줄을 섰다 그런데 오전 9시 무렵에 출발지연 안내방송이 나왔다. 비행기에 안전 이상이 확인돼서 점검이 필요하다며 출발이 20분 정도 지연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상 상황은 쉽게 개선되지 않았고, 출발시간은 한 시간 이상 늦춰질 조짐을 보였다.

그런데 상황은 쉽게 개선되지 않았고, 직원들이 비행기를 계류장에서 분리해 다른 곳으로 끌고 갔다. 에어부산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이므로, 아시아나 정비사들이 비행기를 수리하고 있다고 했다. 10시 무렵에 탐승구 직원이 안내하기를 “부품을 교체해야 하는데, 다른 곳에서 가져와야 한다.”라며 “부품이 도착하려면 12시는 되어야 한다.”라고 했다. 그리고 승객들에게 공항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식음료 쿠폰’을 나눠줬다. 점심때까지 수리가 안 될 것이라는 안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쿠폰으로 커피와 빵을 사서 허기를 달래는 사이, 다른 승객들은 항공원 예약을 취소하고 다른 비행기를 알아봤다. 우린 15명이 단체로 항공권을 구입했기 때문에, 다른 비행기를 알아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점심을 예약한 식당에 연락해서 사정을 얘기했다. 25명 점심 예약을 취소한다고 말하는 게 여간 미안한 일이 아니다. 식당 주인장은 알았다고 대답은 하는데,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실망감이 여간하지 않았다,

오후 1시30분이 되고 탑승구를 변경하고서야 출발 안내가 떴다. 오전 9시20분에 출발하기로 예약됐던 비행기는 오후 2시를 넘기고서야 이륙했다. 비행기를 수리했기 때문인지 날씨가 좋아서인지, 비행기는 너무도 부드럽게 활주로에서 떨어져 하늘로 올랐다. 좌석 옆을 보니 여섯 석 가운데 다섯 석이 비어있었다.
항공사에서 지연에 대한 보상으로 항공료의 30%를 돌려준다고 했다. 항공사도 손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다섯 시간을 공항에서 기다리면서도 항공사 직원에게 화를 내는 친구들은 없었다. 나이 쉰을 훨씬 넘겼으니 많은 게 이해가 된다. 안전하게 점검해서 가는 게 개인으로나 가정으로나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하다.

오후 3시30분이 되어서야 김포공항에 환영을 나온 친구들을 만났다. 25명이 모여 버스를 타고 포천으로 갔더니 저녁이 되어 버렸다. 살면서 이런 일도 저런 일도 겪는 게 인생이다. 예상치 않은 일을 겪어서 남은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여겨졌다. 초여름, 포천 한탄강지질공원과 광릉숲의 바람이 참으로 맑고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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