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지옥’에서 날 건져준 구세주, “중간고사 기간인데 무대에”
[브라보 마이 라이프] 청소년 뮤지션 김현서 군
26일, 고사리축제 무대에서 도민가요제 예선전이 열렸다. 당초 선착순으로 참가자 30명을 선발했는데, 도내 각처에서 신청자가 몰렸다. 이날 대부분 참가자들이 트로트 가요를 부르며 객석의 호응을 유도했다. 사실, 초청가수 노래를 포함해 행사장에 하루 종일 트로트가 울려 퍼졌던 터라 살짝 지겨워질 무렵, 나를 ‘트로트 지옥’에서 건져준 참가자가 있다.

내게로 걸어오는 그대 난 바라볼 수가 없었지
걸어오는 그대의 모습 너무 눈부시기 때문이지
이제서야 비로소 나 나 새로운 사랑에 눈을 뜬거지
기타 하나 들고 묵직한 목소리로 박진영의 ‘허니’를 부른 나의 구세주는 남주고 2학년 김현서 군. 이날 가요제 무대에 오른 사람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참가자다. 예선전에서 15명을 선발해 27일 열리는 본선에 올리는데, 김현서 군은 15명에 이름이 올랐다.


고맙기도 하고, 궁금한 점도 있어서 김현서 군을 따로 만나 얘기를 나눴다.
김현서 군은 중학교 1학년, 자유학기제 때 우크렐라를 시작하며 음악에 흥미를 가졌다. 중학교 2학년 때는 동아리 활동으로 기타를 배웠는데, 3학년 때 학교에 밴드가 창설되자 단원으로 활동했다. 중학교 때 같이 활동했던 친구들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밴드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고 인근 청소년문화의집에 모여 활동하고 있다. 김현서 군은 밴드에서는 메인 보컬로 활동한다.
4월 24일부터 29일까지는 남주고등학교 중간고사 기간이다. 다른 친구들이 중간고사 준비에 열심인데, 김현서 군은 가요제에 참가했다. 25일에는 친구들과 함께 천지연폭포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버스킹 페스티벌에도 참가했다니, 음악에 빠져도 제대로 빠진 것이다.
음악은 김현서 군의 생활이고 미래다. 대학교 실용음악과에 진학하는 걸 이후 진로 목표로 삼고 있다.
“제가 고등학교 입학할 때 성적이 좋았거든요. 실용음악을 하겠다고 했더니 부모님이 처음엔 반대하셨어요. 그러다가 지금은 제 마음을 이해해주시고 응원도 하십니다. 다만, 제가 열심히 해야 하는 걸 전제로요.”
친구 김해름 군이 김현서 군을 응원하기 위해 현장에 함께 왔다. 김해름 군은 친구가 선보인 무대에 대해 “정말 잘했고, 관객의 반응도 좋았다.”라고 격려했다. 그런데 김현서 군은 “정말 아쉬움이 많았다. 연습할 때보다 훨씬 부족했다. 결국 연습이 부족한 거다.”라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오늘 무대에서 긴장했는지 물었더니 “무대에 서면 늘 긴장돼요. 대중음악은 결국 관객을 즐겁게 해주는 건데, 그걸 잘 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 당연히 긴장이 되죠.”라고 말했다.
실용음악과에 진학하려면 공부와 실기를 다 준비해서 100대 1을 넘는 경쟁을 넘어야 한다고 한다. 진로를 생각하면 늘 긴장과 고민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긴장되고 불안정해야 재미도 있고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가수는 소수빈이라고 했다. 기자도 소수빈을 좋아한다고 했더니, “오랜만에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서 감동”이라고 했다. 친구들은 아이돌 가수만 알고 소수빈을 모르니 말을 할 수 없었다고.
28일에도 중간고사 시험을 봐야 하지만, 김현서 군은 본선에서 부를 곡을 연습하기 위해 학원 연습장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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