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절반이 비트 농사 포기했는데, 난 아들과 일 저지른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농업회사법인 (주)과오름 오은경 대표
‘모두모루 페스티벌 놀멍장’이 3일과 4일, 서귀포시 서호동 소재 감귤길공원에서 열렸다. 놀멍장은 서귀포시 문화도시센터가 기획한 벼룩시장으로, 전시와 공연, 체험, 마켓을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도록 조성한 문화마켓이다.
5월 놀멍장은 문화체육관광부·제주도가 주최하는 ‘구석구석 문화배달’ 행사와 함께 열렸다. 현장에 온 시민과 여행객들은 음악과 댄스, 연극을 감상하면서 동시에 놀멍장에서 지역 상품들을 구매할 수 있었다.
플리마켓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대체로 자신의 매장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매장이 있더라고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서 홍보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놀멍장에는 독립서점 '느긋한 책방'과 도자기 공방 ‘행복공방’, 쿠키 전문점 ‘프리젠트’, 수제 뱅쇼 전문회사 ‘유월제주’ 등을 포함해 10여 개 업체 대표들이 참여했다.

4일 놀멍장에 나온 셀러들 가운데 어머니와 아들이 의기투합해 농산물 가공품을 홍보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농업회사법인 (주)과오름 오은경 대표와 오 대표의 아들 황하늘 씨인데, 비트로 만든 요거트와 차를 홍보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손님이 없을 때 짬을 내서 오은경 대표로부터 회사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오은경 대표 가족은 애월읍 곽지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가족이 재배하는 작물은 비트와 콜라비, 양배추, 초당옥수수, 단호박 등 계절별로 다양하다. 회사 이름이 '과오름'인 건, 오 대표 가족 농장이 곽지리 과오름 근처에 있기 때운이다.

“제주시내에서 다른 일을 하다가 3년 전에 농사를 시작했다. 시댁이 곽지리인데,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우리가 농사를 이어받게 됐다. 농사를 안 하다가 해보니, 농산물이 마땅한 판매처가 없다. 비트가 특히 그런데, 가락동 농산물 도매시장에 비트를 보내면 10킬로그램 한 상자에 2∼3만 원 정도 나온다. 한 상자에 비트가 20~30개 들어 있다. 그런데 마트에 가면 한 개 가격이 4~5천 원씩 한다. 애월읍에서 비트를 재배하는 농가는 절반 이하로 줄었다.”
오은경 대표가 농사를 지으면서 겪은 애로와 그에 따른 상실감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비트를 재배하는 건 옆에 아들이 있어서라고 했다.
“아들이 애월에서 카페를 한다. 아들과 비트로 일을 저질러보기로 의기투합했다. 그래서 연구를 시작했고, 가공품을 만들었다.”
이날 플리마켓에는 비트 요거트와 비트 차를 전시해 팔았다. 그런데 회사에는 비트를 재료로 만든 쿠키와 젤리, 떡 등 다양한 시제품이 있다고 했다. 법인을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지금은 유통업체에 샘플을 보내며 홍보에 주력하는 단계라고.

오은경 대표는 놀멍장에서 1년 동안 물건을 팔았는데, 홍보 효과가 적지 않다고 했다. 한 번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다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꾸준히만 나오면 효과는 그대 이상이라고 했다.
“비트가 몸에 좋은 채소다. 비트에 대해 성분 분석도 하고 있다. 내가 지은 작물로 가공품을 만들어서 소비자에게 판다는 점에 보람과 자부심이 있다.”
가족이 비트 농사를 힘들게 이어가고 가공품을 생산하는 일에 주력하는 것도, 비트에 대한 애정과 일에 대한 보람 때문이라고 했다. 오 대표 모자는 손님이 몰리면 열심히 설명을 하다가 손님이 지나간 후에는 쉼 없이 수다를 떨었다.
오 대표는 “우리 아들이 워낙에 애교가 있다.”라며 “아들 믿고 장사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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