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제로 서귀포 어린선수들, 야구 전국대회에서 대반란

‘2025년 U-10(상반기) 전국리틀야구대회’에서 강호들 격파하며 3위에 올라

야구 불모지 서귀포의 어린 선수들이 전국대회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전국 강호들이 참가한 전국대회에서 최강의 팀들을 격파하며 4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준결승전에서 1점차 패배를 당했지만, 서귀포시 리틀야구단(단장 김민규)이 보여준 발군의 기량에 야구계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어린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전환점으로 제주도 야구사를 새롭게 써가고 있다.


▲ 서귀포시 리틀야구단 선수들이 연습을 시작하기 전에 오장훈 감독으로부터 연습할 내용을 듣고 있다.(사진=장태욱)

‘2025년 U-10(상반기) 전국리틀야구대회’가 5월 16일부터 26일까지 경기도 화성드림파크 야구장에서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회를 주최하고 한국리틀야구연맹이 주관했다. 전국 87개 팀 1500여 명이 참가해 기량을 겨뤘다.

서귀포시 리틀야구단은 이번 대회에서 부전승으로 1회전 관문을 통과했다. 그리고 18일 열린 2회전 경기에서 고성군 리틀야구단을 만나 9대 8로 신승을 가뒀다. 19일에 열린 3회전 경기에선 화성시서부 리틀야구단을 만나 11대 3으로 대승을 거뒀다. 이 경기를 계기로 선수들이 사기가 치솟았다.

그리고 22일 16강전 경기를 치렀는데 상대는 오산시 리틀야구단. 이 팀은 전국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거둔 강호다. 그런데 서귀포 선수들은 경기에서 11대 3으로 대승을 거두며 야구계를 뒤집어 놓았다. 24일 열린 8강전에서 송파구A·강북구 리틀야구 연합팀을 만나 5대 0으로 압승을 거뒀다.


▲ 선수들에게 중요한 것은 기본기. 오장훈 감독은 항상 기본기를 반복해서 가르친다.(사진=장태욱)

25일 준결승전에선 동대문구 리틀야구단을 만났다. 서귀포시 리틀야구단은 이 경기에서 아쉽게 7대 6으로 패배해 공동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서귀포시 리틀야구단 학부모 한 명은 경기를 지켜본 후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쉬운 플라이 볼도 잘 잡지 못하는 선수들이었다. 아이들 기량이 이렇게 빠르게 오르고 전국에서 파란을 일으킬 줄은 기대도 안 했다.”라고 말했다.

서귀포시 리틀야구단은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이 고른 기량을 보인 게 장점으로 돋보였다. 5차례 경기를 치른 동안 무려 36점을 얻을 정도로 모든 타자가 불방망이를 과시했다. 거기에 탄탄한 마운드를 바탕으로 모든 선수가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줬다. 선수들 간 고른 기량, 공수의 균형이 선수 12명밖에 되지 않는 팀을 준결승까지 안내했다.


▲ 선수들이 준경승전에 진출한 것을 기념하며 남긴 사진(사진=서귀포시 리틀야구단)

대회에서 모든 선수가 잘 했는데, 주장 최현우(새서귀초 5학년) 선수의 기량은 돋보였다. 최현우 선수는 모든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10이닝 동안 1실점으로 짠물피칭을 선보였다. 매 경기 2이닝씩 책임졌고 팀이 이길 때마다 선발승을 챙겨 유망주로 이름을 알렸다.

최현우 선수는 “3년 전부터 야구를 시작했는데, 야구가 정말 재미있어요. 프로 선수가 될 때까지 야구를 열심히 할 계획이에요.”라며 야구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오준민(새서귀초 5학년) 선수도 이번 대회의 공신이다. 오준민 선수는 타율 8할 대를 기록할 정도로 타석에서 맹타를 휘둘렀고, 최현우 선수가 내려간 마운드에 올라 경기를 마무리했다.


▲ 오장훈 감독(사진=장태욱)

오민준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투수로 3실점 한 게 아쉬워요. 공을 던지는데 전광판에 내 이름이 새겨진 걸 보니 부담이 생기고 긴장이 됐어요.”라며 솔직한 심정을 보였다.

김새원(동홍초 5학년)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신성을 주목을 받았다. 작년 8월에 야구를 시작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홈런을 4개나 쳤다. 오산시 경기에서는 만루 홈런으로 팀이 이기는데 크게 기여했다.

김새원 선수는 “육지 선수들과 겨뤄보니 해볼만하다고 생각했어요. 대회를 통해 자신감이 생겼어요.”라고 말한 후,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야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리틀야구단 오장훈 감독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귀포시 리틀야구단은 존재감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기본기 중심으로 열심히 연습했더니 선수들 기량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겨울에 동계훈련 온 팀들과 연습경기를 해보니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다. 상대 팀들도 서귀포에 이렇게 잘하는 선수들이 있는지 몰랐다고 하더라. 그때 좋은 결과를 예감했다.”라고 말했다.

오장훈 감독은 “내가 어릴 때 서귀포에 야구할 곳이 없어서 초등학교부터 육지에 나가서 운동을 했다. 야구하고 싶은 아이들이 중학교 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기본기를 다지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주장 최현우 선수(사진=장태욱)

오장훈 감독은 의귀초등학교에서 야구를 시작했는데, 팀이 해체되는 바람에 서울 영일초등학교로 전학해야 했다. 이후 성남고등학교, 홍익대학교를 거쳐 롯데자이언츠에 입단해 프로선수로 활약했다. 두산베어스로 이적한 후 2016시즌을 끝으로 프로생활을 마무리했고 2023년부터 서귀포시 리틀야구단에서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야구를 하고 싶은 어린 선수들이 서귀포 안에서도 야구 기본기를 익힐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말에서, 야구를 위해 어린 나이에 객지 생활을 했던 경험을 다른 아이들이 반복하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MLB CUP 전국리틀야구대회가 6월 13일 경기도 화성에서 열릴 예정이다. 서귀포시 리틀야구단은 이 대회에서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해 다시 기량을 닦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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