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호수 얌드록쵸 ‘치유효과’ 대신 머리가 지끈, ‘올 게 왔다’

[2024 티베트 여행기 ④] 얌드록쵸-장체 쿰붐사원-시가체.

여행 4일차인 8월 6일 화요일 아침, 라싸의 호텔에서 일찍 조식을 먹고 티베트의 4대 성호 중 하나라는 얌드록쵸로 향했다. 가는 길에서 만나는 인가 근처의 바위산에서는 하얀 페인트로 사다리 모양을 그려 놓은 곳이 많았다. 가이드 박선생에게 물어보니 붓다가 타고 내려 올 사다리, 혹은 영혼이 극락으로 가기 위해 오르는 사다리를 그려 놓은 것이라 한다. 티베트 민간 신앙과 불교가 결합한 표식이라 생각됐는데, 종교를 향한 사람들의 절절한 염원이 표현된 것 같았다. 버스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끝없이 달린다.


▲ 암드록쵸 가는 길(사진=유효숙)

얌드록쵸로 향하며 얄륭창포 강의 지류를 지날 때 가이드 박선생이 티베트의 장례문화에 대해 설명을 한다. 매장이나 화장도 하지만, 티베트사람들에게 가장 명예로운 장례방식은 천장이라 한다. 우리가 어제 오후 방문한 세라 사원의 언덕 높은 곳에 천장터가 있다고 하는데 외국인은 참관이 허용되지 않고, 사진 촬영도 금지되어있다 한다. 천장은 장례를 주관하는 천장사가 새들이 먹을 수 있도록 사체를 절단하고, 뼈도 부셔서 새들이 먹기 좋게 준비해 준다. 천장터를 맴도는 큰 독수리들, 까마귀 떼들이 순식간에 먹어치운다 한다. 죽은 이의 영혼을 새가 좋은 곳으로 데려간다고 믿기에, 티베트사람들은 천장 혹은 조장이라 불리는 이 장례 방식을 가장 선호한다.

또 다른 장례방식인 수장은 정해진 강의 수장터에 사체를 던진다. 병이 들어 죽었거나 어린 나이에 죽은 이들에게는 천장이 허용되지 않고, 수장을 한다고 한다. 티베트는 고산에 위치하고 건조한 기후이기 때문에 사체가 쉽게 부패하지 않아 매장을 선호할 수 없는 여건이고, 연료비가 많이 드는 화장도 일반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천장과 수장이 일반적 장례방식일 수 있다는 것은 이해되었다. 낯설기도, 기묘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죽어서 육신이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순환되는 방식의 장례이겠다 싶었다.


▲ 암드록쵸. 해발 4488미터 고지에 있는 호수다. 티베트사람들은 이 호수를 신성하게 여기는데, 일행 중에는 호수가 치유의 효과가 있다고 믿어 물을 마시는 이도 있었다.(사진=유효숙)

▲ 카롤라 빙하. 지구 온난화기 진행되면서 빙하는 계속 녹고 있다.(사진=유효숙)

그런데 이상하게도 장례 이야기를 들은 이후, 식사에 나오는 가금류 요리에 손이 가질 않았다. 독수리나 까마귀를 요리해서 내놓았을 리는 없는데도 말이다. 여행의 후반으로 갈수록 먹음직스러운 커다란 생선 요리에도 손이 가지 않았다. 이성적으로는 아닌 걸 분명히 알면서도 이상한 심리적인 저항이 섭식장애를 유발하는 듯 했으니 ‘마음이란 참 간사하구나.’ 싶었지만,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

얌드록쵸는 해발 4488m에 위치한 호수로 라싸에서는 2시간30분 정도가 걸린다. 쵸는 티베트어로 호수라는 뜻이다. 얌드록쵸는 바다가 융기해 생긴 염호로 산 위의 목초지란 뜻을 지녔는데, 날씨가 좋으면 눈이 부시게 푸른 호수를 볼 수 있다 한다. 해발 4990m의 감발라 패스를 통해서 가는데, 차에서 잠시 내리니 안개가 짙어 호수는 거의 얼굴을 감췄다가 반짝 얼굴을 보여준다. 우리가 찾은 날은 비도 간간히 오는 흐린 날씨여서 아쉽게도 푸르른 호수가 아닌 안개가 낀 회색의 호수를 볼 수 있었다. 얌드록쵸는 티베트사람들이 순례를 오는 성스러운 호수이고, 호수의 물은 치유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한다.

일행 중에는 용감하게 호수 물을 떠서 한 입 마셔보는 사람도 있었다. 호수를 떠나 다시 버스를 타고 해발 5020m의 카롤라 빙하 전망대에 도착하니 몸이 떨릴 만큼 춥다. 기후 온난화로 점점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다 한다.

낭가체로 이동하여 점심식사를 하였는데 가이드가 김치와 라면을 가져가서 김칫국 같은 김치찌개도 나왔고, 식당에 부탁해서 한국라면을 끓여서 내왔다. 비도 오는 으슬으슬한 날씨였기에 모두들 맛있게 라면을 먹었다. 버스로 지나가며 1904년 영국이 침략했을 때 두 달 동안 1000여명의 티베트 군이 치열하게 저항했다는 드종 요새(장체종)를 멀리서 보았다.


▲ 쿰붐사원, 15세기에 건립됐는데, 전성기 때는 승가대학이 17개에 이르렀을 정도로 대규모 사원이다.(사진=유효숙)


▲ 쿰붐사원 불당 내부.(사진=이순)

장체에서는 티베트에서 가장 큰 스투파(탑)가 있는 쿰붐사원을 방문했다. 쿰붐은 티베트어로 ‘십만 불상’이라는 뜻이다. 쿰붐사원 혹은 펠코르 체데사원(백거사)으로 불리는 이 사원은 15세기에 건립되었고, 티베트불교의 다양한 종파가 혼합된 사원이라 한다. 전성기 때에는 17개의 승가대학이 있을 정도의 대규모 사원이었다. 백색의 스투파는 높이 37m의 9층 건물로 77개의 불당이 있다. 각기 다른 분위기의 작은 불당들이 층층이 있고, 티베트 순례자들은 열심히 참배 중이다.

티베트 제 2의 도시이자 교통의 요지라는 시가체에 도착하여 저녁식사 후 호텔에 들어오니 두통으로 머리가 조이듯이 아프고 손, 발이 부었다. 라싸 보다 더 고지대인 3900m의 시가체에서는 나에게도 고산 증세가 나타난 거다. 가이드가 신신당부했음에도 고산증상이 거의 없었던 나는 라싸 호텔에서 살짝 샤워도 하고 머리도 감았더니만, ‘결국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친구도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호텔 방에는 산소를 공급하는 버튼도 있어서 열심히 누르면서 산소를 공급했다. 가져온 타이레놀을 나눠 먹고 따뜻한 캐모마일 차를 마시고 일찍 잠을 청했다.

유효숙
서울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몇 년 전 은퇴했다. 지금은 바다가 보이는 제주도의 집에서 책을 읽고 번역을 하며 노랑 고양이 달이와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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