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제13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아카이브] 1984년 5월(1)

1984년 제주도에겐 매우 중요한 해였습니다. 그해 5월 25일 제13회 전국소년체육대회가 제주공설운동장에서 열렸기 때문입니다. 이는 제주도 역사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전국적인 체육행사였습니다.

당시 필자는 중학교 3학년이었는데, 소년체육대회 성화를 들고 달리기도 했고 개막식에도 동원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가수 정수라가 불렀던 ‘아! 대한민국’이 소년체육대회 행사 내내 울려 퍼졌습니다.


▲ 1984년 5월 25일 열린 제13회 전국소년체육대회 개막식에서 표선중학교 표성 선수가 성화를 들고 계단을 오르는 장면(사진=국기기록원)


최근 우연히 어느 전시장에 갔는데, 40년 전 소년체육대회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게 됐습니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이 마련한 ‘기억과 기록을 잇다’ 전시입니다. 박물관 개관 4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인데, 5월 24일부터 11월 3일까지 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립니다. 5월 24일은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개관 40년이 되는 날입니다. 전시장엔 1984년 5월 24일 박물관 개장과 25일 소년체육대회 개막이 서로 관련됐다는 걸 알리는 자료가 있습니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은 1978년 착공해 1984년에 준공됐는데, 개관식에 대통령과 정부 측 인사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개관식을 소년체육대회 개막과 맞췄다는 내용입니다. 교통이 불편하고 대통령과 장관 등이 제주도를 찾을 일이 잦지 않던 시절이라 그렇게 일정을 조율했던 것입니다.


▲ '기록과 기억을 잇다' 전시가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린다.(사진=장태욱)

전시장엔 제주도가 문화공보부에 개관식을 알리는 공문과, 문화공보부가 청와대에 대통령에게 개관식 참석을 요청하는 공문이 전시됐습니다. 제주도의 구상대로 전두환 대통령 부부와 정부 인사들은 5월 24일 박물관 개장식에 참석했고, 25일에 소년체육대회 개막식에 참석했습니다. 국가기록원에는 전두환 대통령 일행이 소년체육대회에 참석했을 때 촬영한 사진이 남아 있습니다.

당시 소년체육대회는 제주도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행사였습니다. 이 행사를 위해 공설운동장에 실내 체육관과 수영장, 보조구장인 애향 운동장, 연정 정구장, 야구장 등이 건립됐습니다. 제주도에 종합 경기장이 생긴 것입니다.


▲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개장을 위해 작성했던 공문이 전시장이 있다.(사진=장태욱)

1984년 5월 25일에 방송된 대한뉴스 제 1490호 대본을 보면 제13회 전국소년체육대회가 얼마나 소란스러웠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제13회 전국소년체육대회가 전두환 대통령 내외분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공설운동장에서 열렸습니다. 가랑비가 굵어지는 가운데 13개 시도와 제일동포선수단 등 1만1500여 명이 입장한 소년체전, 제주도에서 우리나라 체육 역사상 처음으로 큰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교육과 관관의 체전’, ‘인정의 체전’을 표방한 이날 소년체전 입장식에서 경주에서 봉송돼 온 성화가 최종 주자인 표선중학교 표성 선수에 의해 성화대에 점화됐습니다.


이날 전두환 대통령은 식사에서 젊은 세대에게는 웅지와 이상을 마음껏 펼쳐나갈 수 있는 크나큰 기회와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말하고 소년·소녀 여러분은 영광된 미래를 창조해나갈 주인공으로서 스스로 실력을 갖춰나가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소년체육대회가 젊은 세대들의 힘찬 기상과 굳센 체력을 길러주는 교육이 도장이 되도록 가꾸어 나가는 동시에 86년 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의 주역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요람이 되도록 정성을 기울여나가야겠다고 말했습니다.
식전 공개행사로 민속놀이인 ‘방앗돌 굴리기 놀이’가 있었고 개막식 공개행사로는 초등학교 혼성 마스게임인 ‘탐라 새싹의 날개’에 이어서 남자 중학교 체조 마스게임인 ‘선진대열의 푸른 꿈’이 펼쳐졌습니다. 여중 민속 마스게임인 ‘태평양의 속삭임’은 거친 파도를 헤치며 굳건히 살아온 제주해녀들의 기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6800여 명이 펼치는 연합 마스게임 ‘뻗어가는 한라의 얼’이 펼쳐지자 대통령 내외분을 비롯한 2만5000여 관중은 하나가 돼서 태극기를 흔들며 새싹들의 잔치를 경축했습니다.
<대한뉴스 제 1490호>


▲ 전두환 대통령이 소년체육대회 오찬에 참석한 장면을 담은 사진이 남아 있다.(사진=국가기록원)

당시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전두환 대통령 내외와 이영호 체육부장관, 정주영 대한체육회장, 최재영 제주지사 등 내빈이 참석했고, 관중석엔 시민과 학생 2만5000명이 참석해 선수단을 응원했습니다. 그리고 소년체전 마스게임에 6800여 명이 동원됐습니다. 사실 관중 대부분도 동원된 시민과 학생이었으니, 개막식에만 3만 명 넘게 동원됐던 것입니다. 전두환이라는 독재자에게 알아서 기는 사회적 분위기도 있었지만,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전국단위 대규모 체육대회라 분위기가 한층 소란스러웠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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