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지원, 동티모르 어린이들 정서적 회복력, 마음 챙김에 기여”

(사)글로벌이너피스 18일, 동티모르에서 구스마오-제주 평화어린이 도서관 이양식

21세기에 최초로 독립한 신생독립국 동티모르의 국부를 기념하는 공공도서관에 제주 평화어린이 도서관이 들어섰다. 제주도가 추진하는 국제개발사업을 통해 가난 때문에 방치됐던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꿈을 키우고 있다.

국제개발협력 시민단체 글로벌이너피스(대표 고은경)는 제주특별자치도 국제개발협력(ODA)사업의 일환으로 동티모르 수도 딜리에 ‘사나나 구스마오(Sala de Leitura Xanana Gusmao)–제주 평화어린이 도서관’을 조성하고 이양식을 열었다고 22일, 밝혔다.


▲ 제주도가 지원하는 ODA 사업으로 동티모르에 8번째 어린이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사)글로벌이너피스는 도서관 시설을 갖추는 일을 넘어서 현지어로 동화책을 만들어 보급하고, 장난감과 교구를 보급한다.(사진=(사)글러벌이너피스)

동티모르는 17세기 이후 포르투갈과 일본, 인도네시아의 식민지배를 받은 역사를 간직한 나라다. 1976년 인도네시아에 편입된 이후 동티모르민족해방군을 조직해 독립운동을 벌였는데, 당시 조직을 이끌었던 인물이 사나나 구스마오다. 1999년 들어 호주를 중심으로 하는 유엔평화유지군이 파견된 이후에야 인도네시아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2002년에 대통령 선거를 실시해 구스마오을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구스마오 태통령은 영화 ‘맨발의 꿈’(2010)에 국제대회에 출전한 자국 어린이들을 마음으로 응원하는 모습으로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동티모르는 식민지배에서는 벗어나고 대통령이 4차례나 바뀌었지만 가난에서는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발표로는, 동티모르는 전 인구의 약 65%가 농업에 종사하는 농업국가인데, 생산성이 낮아 농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7%에 불과하다.

인구가 134만 명에 불과한데, 주민 상당수가 산간 오지에 거주하고 여전히 돌 아궁이에 나무 땔감을 태워서 간단한 요리를 한다. 주민의 구매력이 없기 때문에, 제조업을 육성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 1인당 국민소득은 1730달러(230만원)에 불과하다.


▲ 18일 도서관 이양식에 참석한 사람들(사진=(사)글로벌이너피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린이들은 제대로 먹지도 공부하지도 못한다. (사)글로벌이너피스은 어린이들이 처한 현실에 주목하고, 이들을 위한 공적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으로 동티모르에 제주 평화어린이도서관 지원 사업을 수행하는게 대표적이다. 지난 2021년부터 수도 딜리, 아따우루 및 아일레우 등 지방에 8개의 도서관을 개관하여 운영 지원하고 있다. 동티모르에 제주 최초의 어린이도서관인 ‘설문대어린이도서관’의 모델을 적용해 독서문화 확산에 기여를 하고 있다.

올해는 동티모르의 독립운동가이자 국부로 존경받는 사나나 구스마오 기념 공공도서관 내 어린이 서가를 설치하고 현지 현실에 맞는 기술을 활용해 도서관 디지털화를 추진했다.

동티모르에서 도서관이라야 우리나라 마을문고 규모를 벗어나지 못한다. 사나나 구스마오 기념 공공도서관도 마찬가지다. 해당 건물 규모가 작은데, 박물관과 성인 도서관, 어린이 공간 등으로 구분된다. 어린이 공간을 제주도의 지원을 받아 어린이도서관을 만들었다. ‘사나나 구스마오 – 제주 평화어린이 도서관’ 이다.

문제는 도서관이 있어도 어린이 전용 책이 부족한 게 또 다른 숙제였다. 동티모르에는 포르투갈어 및 테툼어(Tetum)가 통용된다. 일반 국민은 포루투갈어를 모르고 테툼어를 사용한다. 문제는 테툼어로 된 어린이 책이 거의 없다는 것. (사)글로벌이너피스는 테툼어 동화책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한국어로 된 동화책을 동티모르에 보냈고, 그 책을 현지 활동가와 코디네이터가 머리를 맞대고 현지어로 변역해 책을 냈다.

고은경 대표는 “우리나라 동화책이 외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을 만큼 수준이 높다. 그런 걸 기반으로 우리가 동티모르에 동화를 보급하는 일을 한다.”라며 “그런 책을 몇 천권 보급했는데, 현지 학부모와 어린이들이 너무 좋아했다.”라고 말했다.

▲도서관 현판. 제주도의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졌다.

책만 보낸 게 아니다. 아이들이 도서관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장남감과 교구도 보냈다. 문화의 혜택을 제대로 누려보지 못한 현지 어린이들에겐 큰 선물이었다. 


그런 과정을 거친 끝에 11월 18일 도서관 이양식을 열었다. 주동티모르 대한민국 대사관 박성희 참사관과 글로벌이너피스 고은경 대표, 사나나 구스마오 도서관 총괄자인 마리아 아마랄 구테레스 매니저 등이 참석했다. 또 도서관 관계자 및 딜리 시민, 어린이들이 참석해 도서관 개관을 반겼다.


도서관 총괄자인 마리아 매니저는 인사말에서 “이 협력은 학습의 장일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삶의 모든 영역에서 봉사할 수 있는 내면의 평화, 정서적 회복력, 마음 챙김을 키울 수 있는 안식처가 될 것입니다.”라며 “이 꿈을 실현하는 데 있어 아이들을 위해 지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도서관에 대한 제주도와 글로벌이너피스의 공헌은 이 도서관을 방문한 어린이뿐만 아니라 더 밝고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우리나라 전체에 선물이 될 것입니다.”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고은경 대표는 “글로벌이너피스는 제주특별자치도와 함께 오늘 8번째 어린이 도서관을 열었습니다. 저는 제주도민(제주도 사람)으로서 그리고 글로벌이너피스의 구성원으로서 오늘 이 8번째 도서관을 여는 이 순간이 너무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제주도에 돌아가서 오늘 제가 느낀 이 마음을 제주도민들에게도 잘 전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사)글로벌이너피스
국가, 종교, 정치적 이념을 초월하여 지구촌이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며 지구촌 평화에 기여하고자 국제개발협력과 세계시민교육을 하는 제주 기반의 비영리 시민사회단체다. 제주특별자치도 국제개발협력사업으로 동티모르에 지원된 여러 도서관에서 독서지도사 양성과정 운영, 독서·토론활동 교육, 그림책 제작·발간, 북 페스티벌 개최 등 다양한 도서관프로그램을 운영 지원하고 있다. 제주도의 지원사업 외에도 어린이 독서교육 및 독후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해 동티모르 지역사회 내에서 교육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저작권자 ⓒ 서귀포사람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