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복지시설 원장 상습 갑질 논란... 원장 "진행상 문제"
[탐사]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서귀포시 노숙인시설 ②
11일 서귀포사람들 기사('하루 출근에 직원 한 달 급여 받는 촉탁의사')가 나간 후 L복지시설의 운영이 제주도의회에서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위원장 김경미)는 12일 오전 제428회 제1차 회의를 열고 '2023회계연도 제주도 결산 승인의 건' 등 3가지 안건을 심의했다. 이 과정에서 김경미 위원장과 이상봉 의원 등은 고택수 서귀포시 복지위생국장을 상대로 L복지시설의 촉탁의사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12일 열린 삼임위 회의에서 김경미 위원장이 고택수 서귀포시 복지위생국장을 상대로 L복지시설의 촉탁의사 문제를 추궁하는 장면이다.
이상봉 의원은 고택수 국장에서 "(L복지시설과 관련해)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맞냐?"라며 물었고, 고 국장은 "정확한 내용은 확인해봐야 하는데, 대체로 맞다"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이어 "서귀포시가 이 복지시설에 1년에 약 10억 정도 지원한다"라며 "왜 문제가 누적된 곳에 위탁을 주나? 다시 한 번 특별지도감독을 하더라도 그런 곳에는 위탁을 주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김경미 위원장은 "(2019년)11대 보건복지안전위원회 때 이 복지시설 문제가 쟁점이 됐다. 서귀포시가 특별지도감독을 다녀온 후 위탁 법인을 바꾸려고 애썼는데, 2∼3차례 공모를 해도 수탁을 하겠다는 법인이 나오지 않았다"라며 "그래서 다시 그 법인에서 사업을 가져가는 것을 보면서, 의원으로서 자괴감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김경미 위원장은 "12대에서도 다른 내용이지만 그 법인이 논란이 되는데, 민간위탁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제도가 마련됐다"라며 "서귀포시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말한 대로 2019년부터 L복지시설 관련 여러 문제가 불거졌고 그로 인해 2021년 원장이 교체됐다. 그렇게 사회적 비난을 받고 책임자가 교체됐지만, 복지시설의 운영방식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이날 도의회는 L복지시설의 촉탁의사 이슈만을 추궁했지만, 문제가 거기에 그치는 게 아니다.
직원들은 L복지시설이 안고 있는 가장 고질적인 문제로 원장의 '갑질'을 꼽는다. 내부 제보에 따르면, H원장은 취임한 후 지난 3년 동안 직원들에게 고함을 지르거나 결재판을 던지는 등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했다고 한다. 해당 원장이 부임한 후 2023년 6월까지 그런 분위기 속에서 총 14명의 직원이 일터를 떠났다.
큰사진보기서귀포시에 있는 노숙인재활시설인데, 직원들은 원장의 갑질이 끊이지 않는다며 여러 차례 서귀포시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직원 일부는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2022년에 한 차례, 2023년 두 차례 감독기관인 서귀포시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처음 두 차례 진정은 별 효력이 없었는데, 마지막 진정에는 서귀포시가 반응해 진상조사와 대책마련에 나섰다.
직원 10명은 2023년 6월 제출한 진정서에서 H원장이 ▲개인적 감정에 따라 횡포에 가까운 언행을 일삼아 직원을 주눅 들게 하는 점 ▲개인적인 감정으로 특정 직원을 업무에서 배제하는 점 ▲직원들 사이 분열을 조장하는 점 ▲사전 공지나 협의 되지 않은 업무를 수시로 지시하는 점 등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감독기관인 서귀포시가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진정서를 접수한 서귀포시는 L복지시설을 방문했다. 서귀포 담당 주문관은 서명에 동참한 직원은 물론이고 동참하지 않은 직원까지 차례로 불러 개별면담하며 진상 파악에 나섰다. 그리고 원장에게 직원협의회를 구성하고 복지시설 운영계획서에 이를 포함하도록 지시했다.
원장 갑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서귀포시가 나서자 H원장은 처음엔 바짝 몸을 낮췄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시청의 지시와 재발방지 약속은 사실상 모두 없던 일이 됐다. 직원을 향해 "어린 것"이라고 막말을 하고, 회의 중 화를 내고 문을 박차고 나서기도 했다는 게 직원들의 주장이다. 또 업무 지시가 부당하다고 말하는 직원에게 시말서를 작성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직원협의회 구성은 무산됐다. 직원들은 자신들이 직원협의회 임원을 선출하려 하자 원장이 "일이나 똑바로들 하라"라며 대놓고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시청에 제출할 운영계획서에는 직원협의회를 구성하는 것으로 작성했다는 것이다.
기자가 서귀포시에 관련 내용에 대해 질의하자 서귀포시 관계자는 "우리는 운영계획서에 직원협의회 내용이 있어서 운영되는 줄 알았다. 직원을 상대로 조사했을 때도 운영된다는 대답을 들었다"라며 "다시 한 번 직원협의회가 운영되는지 확인하겠다"라고 말했다.
L복지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귀포시가 요구한대로 우리는 직원협의회를 준비하고 있다. 직원협의회 회칙이 필요해서, 지금 그걸 준비하는 중이다"라며, "회칙이 마련되면 직원에게 공표하고 대표자를 선출할 계획이다"라고 답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H원장은 14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나의 태도에 직원들 입장에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운영상에 미숙한 점이 있었을 것이다. 진행상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것(주장)엔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 있다. 그리고 갑자기 생기는 일도 있는 것이라 그럴 때는 계획에 없는 일도 지시하게 된다"라고 해명했다.
H원장은 직원들이 진정서를 제출한 후 서귀포시가 복지관을 방문해 점검도 했고, 법인 이사회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면담을 진행했다며 모두 원장을 해임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또 직원협의회와 관련해서 H원장은 협의회 구성을 반대하거나 막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일부 직원이 나서서 협의회 임원을 구성하려 해 자신이 '임원 선출은 전체 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H원장은 직원협의회는 직원들이 구성할 일이니 본인이 이렇다 저렇다 말할 사안이 아니라고도 말했다. "일이나 똑바로들 하라"라는 말은 해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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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욱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