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색 숨을 쉬며 상념은 나무에 걸어두었다

주말이면 야속하게 찾아오는 비
일요일 낮에야 그쳐
오후 2시에야 길을 나섰다.

발길 닿은 곳은 서귀포 돌오름길
미지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출입문이 열린다.
밤새 내린 비로 계곡에 진동하는 물소리
삶의 의지 불태우는 근육질 나무에
연두색 잎들이 애교를 부린다.

숨 가쁘게 달려온 막바지 봄
여름 무더위 앞두고 잠시 숨을 고른다.
나무마다 다르게 피어나는 실록
너로 인해 연두색 숨을 쉬고
푸른 노래를 불렀다.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았는데
상념은 나무에 걸어두고 왔구나.


PHOTO BY  양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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