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물소리와 젖은 등산화, 우릴 위해 간밤에 비 쏟아졌나

어린이날,
하늘 뚫린 듯 종일 비 쏟아졌는데
날이 새니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맑은 하늘이 열렸다.
폭우에 지치고 놀란 가슴을 달래려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도착한 노로오름과 한대오름
 안개를 헤치며 천아숲길을 걷는데
시냇물소리와 새소리에
나뭇잎 가볍게 진동하고
걷는 발길은 훨씬 가벼워진다.

몽환적인 안개 터널 지나니
여리되 강한 풀, 연둣빛 나뭇잎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질퍽한 등산화 세 켤레
전날 폭우는
오늘 우리 세 사람을 위해 내렸나보다.


PHOTO BY 양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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