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에서 난 초록바람을 빨아들이는 나무

야속한 비가 주말 내내 내렸다.
날이 개길 기다리다가
일요일 오후에야 마흐니 숲길로 떠났다.
빌레 위에 숲을 이룬 곶자왈
한겨울 추위를 버텨낸 나무는
초록 잎을 자랑하고
바위를 덮은 이끼는
물을 머금고 연둣빛을 발한다.

나무만큼 사랑스러운 시를
쓸 순 없을 것 같아.
달콤하게 흐르는 대지의 젖가슴에
굶주린 입술을 대고 빨아들이는 나무.

-알프레드 조이스 킬머의 ‘나무들’ 중

안개 낀 숲길, 걷기에 좋을 만큼 촉촉하다.
이 길에서 난 초록바람을 빨아들이는 나무다.


PHOTO BY 양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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