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간단 시설 럭셔리, 제주 워케이션 감탄이 절로

[제주도 지원 워케이션 이용기] 백예인 작가

지난달에 제주도가 지원하는 워케이션을 다녀왔다. 제주도를 워낙 좋아하는 터라 혼자서 여러 번 제주에 왔고 지난해엔 혼자 2주 동안 자비를 들여 워케이션을 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제주도에서 지원하는 워케이션을 다녀올 생각은 아니었다. MBTI의 대문자 P인 탓에(즉흥적이라는 뜻) 봄이 시작되면 제주도에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하고 무작정 날을 잡았는데, 이를 안 지인이 제주의 공유오피스 한 곳을 추천해 줬다. 그곳 홈페이지를 방문했다가 제주도 지원사업이 있다는 걸 알았다.


▲ 치열한 통창 옆 자리를 놓치고 그나마 창밖이 보이는 자리를 차지하였다. 노란 유채꽃과 초록밭이 보이는 자리가 “여기 제주야”하고 말을 거는 느낌이었고,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모션데스크가 놓여있어서 편리했다. 커피와 차, 토스트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어서 카페에서 일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원래는 혼자 갈 요량이었으나, 지원사업이 2명부터 이용비의 거의 100%를 지원한다는 걸 확인한 후 급하게 동료를 끌어들였고 회사의 허가를 받았다. 회사에서 허가를 받고 서류 신청을 해서 제주에 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주말 빼고 딱 이틀! 지원 사업인데도 불구하고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 속도에 적잖이 놀랐다.

제주도에 도착하니 노란 유채꽃이 공항에서부터 반겨주었다. 비가 내리긴 했지만 그깟 ‘비가 대수랴’ 싶었고 때마침 온 버스에 몸을 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 있는 버스였다. 행운이 우리를 뒷받침 해준다 싶었다. 한 시간 가량 달려 서귀포에 도착하였을 때는 이미 해가 질 무렵이었고 우리는 동네 주민들이 간다는 맛집을 우연히(!!!!) 발견했고, 맛난 고등어조림을 쉴 새 없이 감탄하며 먹었다. (이후 우리는 동네 주민들이 주로 가는 식당만 어쩌다 골라서 가게 되었는데 동네분들이 워낙 친절하시고 음식이 맛나서 100% 만족했다.)

도착한 공유오피스는 호텔이었던 곳을 리모델링한 곳이라 더 그랬는지 너무나 황홀한 곳이었다. 눈부시게 찬란한 초록색을 브랜드 컬러로 사용해서 그런지 정말 머무는 동안 이름 그대로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 줄 것만 같았다. 숙소에 도착하기 전부터 공유오피스 측은 친절하게 카톡으로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어서 숙소를 이용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공유 오피스 공간은 작지만 알차게 마련되어 있었다. 무선 키보드나 헤드폰, 심지어 목디스크 예방 보호대까지 구비되어 있는 것을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일한 아쉬운 점이란 제주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통창이 있는 ‘명당’을 차지하려면 아침 일찍부터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점뿐이었다.


▲ 숙소에 걸려있는 사진이었는데, ‘더 열심히, 잘, 빠르게, 강해지려고 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지금 너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것 같이 들려 아주 마음에 들었다.

오피스에서의 3일은 전에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낼 때와는 전혀 달랐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으며 카페와 도서관에서 일했던 지난 번 워케이션은 2주 살기 느낌이었다면, 지원사업 워케이션은 완전 럭셔리 휴가 같았다. 워킹맘으로 살면서 누리기 어려운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은 플러스 알파였다.

제주 워케이션은 회사에서 먼저 법인카드로 결제하고 제주에서 워케이션을 마친 후, 환급 신청서를 작성하고 제출하면 일정 기간 후에 회사 계좌로 환급해주는 제도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지원 사업 치고 서류작성이나 신청과정이 복잡하지 않아서 정말 편리하고 만족스러웠다. 사진을 찾으려 공유오피스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4월에도 워케이션 지원을 신청 받는다는 공지가 뜬다. 마음 같아선 또 지원받아 제주에 워케이션을 지원받아 가고 싶지만 아쉽게도 기 신청자는 안 된다고 한다. 수국이 피는 철에 혼자 자비로 워케이션이나 떠나야겠다.

**백예인 작가는 「영어, 10살에 시작해도 될까요」 (빌리버튼, 2020)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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