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야성녀' 때문에 터진 것은 내 발바닥
일요일 새벽 6시, 해가 뜰 무렵에 길을 나섰다.
좌보미오름 가는 길, 눈앞에 떠오르는 태양을 두고 꽤 먼 길을 달렸다.
10개가 넘는 작은 봉우리가 장마철 삿갓조개처럼 주봉 주변에 붙어있다.
거친 들판 지나 경사로, 다음은 편백나무 숲길
오름의 생김새만큼이나 복잡한 길이다.
먼 길을 운전하고 난잡한 등반로를 지난 후에 겨우 닿은 주봉 꼭대기
그곳에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전망에 사방에 펼쳐진다.
동쪽에 펼쳐진 들판 너머 생선 비늘처럼 반짝이는 바다
일출봉과 우도를 품었구나.
서쪽 백약이오름 뒤로 수많은 오름 군락이 모습을 드러내고
한라산은 든든하게 뒤를 밭친다.
‘황량한 들판에 알몸으로 숨 쉬는 야성녀의 터질 듯한 젊음’
오름나그네 김종철은 이 오름을 그렇게 묘사했다.
그 젊은 야성녀 때문에 터진 것은 내 발바닥 물집이다.
PHOTO BY 양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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