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회 한류에 중독, 결혼과 출산 정책은 한국이 프랑스에서 배워야”

[인터뷰] 프랑스 여행객 클레르 도나디유(김명혜) 씨

클레르 도나디유(한국명 김명혜) 씨는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유학했다. 현지에서 프랑스인 앙리 도나디유 씨와 결혼하고 지금은 파리에서 생활하고 있다. 부부는 두 아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를 시킬 만큼 애정이 깊다. 지난 3월 말 여행 차 남원읍을 방문했는데, 북타임에서 부부를 만나 각각 인터뷰 했다. 남편 앙리 도나디유 씨 인터뷰 기사에 이어 아내 클레르 도나디유 씨 기사를 발표한다.

-프랑스에 살면서도 한국을 자주 다녀가셨다. 프랑스 사회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가?
10년 전 쯤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부를 때 한류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넷플렉스의 영향도 큰데, 한국드라마를 본 사람은 대체로 한국의 매력에 빠진다. 한국드라마에 마약과 같은 매력이 있다. 드라마를 본 사람은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드라마에 먹는 내용이 많아서 한국 음식점에 많이 간다. 한국식당에서 음식을 맛보면 이들에게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거다. 불고기는 스테이크보다 달짝지근하고 썰지 않아도 되지 않나? 라면은 따뜻하고 간편하며 값도 싸다. 일본식당에는 사람이 없는데, 한국음식점, 특히 포차스타일은 앞에서 줄을 서야 한다. 그러면 한국 식품점에 가서 같은 음식을 집에서 만들어서 먹어본다. 한국식품점이 많이 생겼는데, 손님이 한국인보다 프랑스인이 많다.

BTS도 크게 공헌을 했다. 샌강 여름축제가 열리면 젊은 아이들이 거기서 BTS 음악에 맞춰 율동을 하는 게 보인다. BTS 말고도 한국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 부르는 젊은이들이 많다. 한국어 가사를 뜻도 모르면서 부르는 거다. 아직도 프랑스인들은 축제에서 사이의 강남스타일을 부르며 말춤을 춘다. 강남스타일은 이제 프랑스에서 고전음악이 됐다. 70~80년대에 프랑스 문화가 한국에 영향을 많이 줬는데, 지금은 한국문화가 프랑스에 영향을 준다. 우리 아들 둘은 프랑스 친구들이 한국을 오고 싶다고 해서, 작년에 친구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여행을 다녀갔다.


▲ 클레르 도나디유 씨가 프랑스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다.(사진=장태욱)

-프랑스에 한국의 소멸 가능성을 언급한 뉴스가 보도됐다고 들었다.
프랑스 뉴스에 한류가 소개됐는데, 그거와 연결해서 한국이 인구가 감소하고 소멸될 지도 모르는 위험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은 사라질 것’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결혼한 부부도 아기를 낳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한국 안에서보다 밖에서 한국의 인구감소 문제를 심각하게 다룬다. 밖에선 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는데, 한국에 와보니 이런 걸 크게 다루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선거 기간에 인구감소나 소멸위기를 말하는 후보가 없지 않나?

-프랑스는 일찍이 출산율 하락의 위험을 겪었고, 정책을 통해 성공적으로 문제를 극복한 나라로 꼽힌다. 한국이 프랑스 정책 가운데 배울만한 게 어떤 게 있나?
프랑스는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참으로 많은 정책을 쓴다. 일단 아기를 낳으면 정부가 가구에 보조금을 준다. 아기 하나를 낳을 때, 둘 낳을 때, 셋 낳을 때 보조금 액수가 누진적으로 증가한다. 출산을 하면 산모가 4달 간 산휴휴가를 쓰고 아빠도 함께 육아휴가를 쓸 수 있다. (프랑스는 지금까지 산전 6주와 산후 10주 등 총 16주의 출산휴가를 쓸 수 있는데, 마크롱 대통령은 앞으로 부부 모두의 산후 휴가를 6개월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1월에 발표했다.-편집자) 
소득세를 낼 때 가족 수가 많으면 세금을 많이 할증해준다. 아기를 낳을 때마다 세금이 줄어드는 거다. 사회적 분위기도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 출산한 여성이 육아 후에 직장으로 돌아가면 밀리는 분위기가 있는데, 프랑스는 여성의 인권이 발달해 경력단절에 대한 걱정이 별로 없다. 프랑스는 한국과 달리 교육비가 들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사교육비는 물론이고 대학도 학비가 들지 않는다. 프랑스에 유니버시티라는 이름이 붙은 대학이 100여 개 인데 모두 국립대학이다. 좋은 대학은 오히려 학생이 돈을 받고 다니는 편이다.


▲ 외국에서 볼 때 한국의 출산율은 심각하다며  프랑스처럼 한국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정책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사진=장태욱)

-프랑스 결혼 풍습과 한국의 차이가 크다고 들었다.
한국은 일단 결혼하려는 젊은이가 줄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결혼하자는 얘기를 못한다. 결혼식에 대한 부담이 크고, 주거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랑스에선 결혼하는데 돈이 들지 않는다. 프랑스에선 결혼을 두 번 한다. 종교적 결혼식과 법적 결혼식인데, 종교적 결혼식은 선택이고 법적 결혼식은 의무사항이다. 간단하게 하려면, 종교적 결혼식을 생략하고 결혼할 부부가 증인 두 명만 데리고 시청에 가면 결혼이 성립한다. 아니면 가족과 친구를 많이 데리고 가도 된다. 시청, 구청, 동사무소에서 가장 아름다운 방을 웨딩홀로 만들었고, 시장이 나와서 무료로 주례를 서준다. 한국에서는 결혼식장을 빌리고 손님에게 비싼 식사를 대접하고 주례비를 줘야 하는데, 그 비용이 너무 많이 들지 않나? 프랑스에선 그런 비용 없이도 결혼식을 치를 수 있다.

-종교적 결혼은 어떤가?
종교적 결혼식을 하려면 성당에 신청만 하면 무료로 할 수 있다. 교인이 아니어도 자기가 사는 주거지 관할 성당에 가서 무료로 결혼식을 치를 수 있다. 하객을 원하는 만큼 초대해도 된다. 신부가 교인인지 아닌지 따지지도 않고 무료로 결혼 주례를 서 준다. 이혼이 늘다보니 프랑스인들은 결혼에 많은 돈을 쓰려하지 않는다. 식사는 가족을 포함해 소수만 참여하고, 하객은 칵테일 한 잔 정도 마시고 헤어진다.

-결혼을 하면 결혼 전보다 좋은 점이 있나?
결혼을 하면 주거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한국에선 결혼하려면 전세비로 목돈이 필요한데, 프랑스에선 그렇게 큰돈 없어도 결혼해서 살 수 있다. 부부로 살면 세금도 줄일 수 있다. 결혼은 싫은데 이런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결혼식 없이도 부부처럼 살아보는 사람도 많다. 팍스(PACS·시민연대협약)라는 제도가 있는데, 팍스에 가입하면 정식 부부와 똑같이 세금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한국은 우선 결혼부터 해야 은행에서 전세금도 대출해주고 하는데, 프랑스에선 결혼에 신중해서 우선 이런 제도를 도입했다.

클레르 도나디유 씨는 “프랑스에선 80년대에 지금 한국이 겪는 것처럼 출산율이 하락하는 문제를 겪었지만 좋은 제도를 만들어서 출산을 장려하는데 성공했다”라며 “한국도 늦기 전에 젊은이들이 결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출산 가정을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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