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같은 아침, 세상 아름다운 것들이 모두 내 차지다

거리에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개화를 재촉이나 하듯 아침까지 비가 내렸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날씨를 핑계로 오름 등반을 미루고 전망 좋은 곳에서 커피나 한 잔 마실 요량이었다.

그런데 발길은 어느새 전망 좋은 찻집이 아니라, 전망 좋은 산을 향했다.
감산리 마을회관 근처에 차를 세우고 안덕계곡을 향해 걸었다.
용암 절벽에 새겨진 다채로운 요철과 문양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치 신이 빚은 것처럼 경이롭다.
그리고 절벽을 뒤덮은 나무와 풀, 이끼..
계절을 잊은 듯 초록 생명을 자랑한다.

군산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니 대평마을과 박수기정이 눈앞에 들어온다.
그리고 바람이 조금 더 세게 밀려온다는 느낌이 들 무렵, 군산 정상에 닿았다.
이곳에 서니 사방이 시원하게 열렸다.
범섬에서 송악산, 산방산, 가파도까지 가장 아름다운 것이 모두 내 차지다.


선물 같은 주말 아침이다.



PHOTO BY 양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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