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항상 가난한 나라, 제주도는 스마트폰 없이 여행 불가”
[인터뷰] 일본인 여행객 ‘아즈마 마사히로’
10여 년 전 교직을 그만 둔 후 한국문학과 한국역사를 공부하며 제 2막 인생을 살고 있는 일본인 아즈마 마사히로 씨가 제주도를 찾았다. 지난 7일 항공편으로 제주도에 입도한 후 자전거를 타고 섬을 여행하고 있다. 작은 책방을 방문하는 일정 가운데 17일, ‘북타임’을 찾았다. 기자는 17일 오후 북타임에서 아즈마 씨를 만나 한국에 대한 관심 사항과 이번 여행의 목적에 대해 들었다. 아즈마 씨는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웠고, 한국의 책을 통해 한반도 역사와 한국문학을 공부한다고 했다. 한국 작가 중에 작고한 박완서 씨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한국어에 익숙한 만큼 인터뷰도 한국어로 했다.
-본인 소개 부탁한다.
“일본 가마쿠라에서 온 ‘아즈마 마사히로’라고 한다. 가마쿠라는 도쿄에서 전차로 한 시간 걸리는 오래된 도시다. 일본 가마쿠라 시대의 수도였다.”
-일본에서 무슨 일을 했나?
“20년 동안 중학교 교사를 했고 그만둔 후에는 공부를 하고 있다. 특히, 한국문학을 읽고 공부하고 있다.”
-한국 문학에서 특별히 좋은 작가가 있나?
“박완서 작가가 특별히 좋았다. 우리 어머니 세대의 작가인데 제2의 어머니라고 느낀다.”
-특별히 생각나는 작품 있나?
“많은 작품을 읽었다. 전체 안에 살고 있는 느낌이 있다. 단편 ‘빼앗긴 가난’(실제 작품명은 ‘도둑맞은 가난’이다.)이 좋았다. 그 작품이 작가를 이해하는 길잡이가 됐다. 가난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하는 작가는 예전에 없었다.”
-박완서 작가는 식민지 시대에 태어나서 한국전쟁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냈다. 아마 역사상 가장 가난한 시대를 경험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일본에도 가난한 시대가 있지 않았나?
“일본은 예전에도 가난했고, 지금도 가난하다. 일본은 마음이 가난하다. 버블 경제 여파도 있지만, 서로 나눔이 부족하다.”
-일본문학과 달리 한국문학 만이 가진 매력이 있나?
“일본 현대문학이라면 ‘오에 겐자부로’처럼 민주주의에 관해서 깊이 생각한 작가가 있기는 하다. 그런데 겐자부로 역시도 일본이 전쟁이 끝나고 그 이후 시대를 ‘전후 민주주의 시대’라고 했다. 과연 일본에서 ‘전후’라는 시대가 있었는지 의심이다. 모두가 ‘전후 민주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오키나와에 살고 있다면, ‘전후’라는 말에 실감하겠나?"
-교직은 언제 그만두었나?
“지금 67세인데, 15년 전 52세 때 그만뒀다. 퇴직 후 역사를 다시 공부하고 있다. 공부할수록 한국사가 일본 역사의 열쇠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몇 차례 다녀갔나?
“예전에 한국 육지에 5번 다녀갔고, 제주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3주 동안 제주도에 머무르면서 자전거로 여행하고 있다. 지도를 가지고 제주시에서 출발해 반시계 방향으로 제주도를 돌고 있다.”
-여행에서 인상적인 건 어떤 건가?
“예약한 게스트하우스에 있는지 스마트폰이 없으면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제주도에 여행 오기 전에 스마트폰을 사서 공부를 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에 갔는데, 직원을 찾을 수도 없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제주도에서 느꼈다."
-방문했던 곳 중에 기억나는 장소가 있나?
“이번 여행의 목적은 작은 책방과 4.3과 관련한 현장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알뜨르비행장과 백조일손지묘를 갔는데, 상처가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일본인 가운데 오키나와에 상처가 남아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오키나와를 리조트 아일랜드라고 생각해서 찾는 사람이 많다. 왜 그렇게 모르는 채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제주도 책방은 몇 군데나 방문했나?
“책방 리스트를 미리 준비했다. 와보니 책방 몇 군데는 이미 폐업했고, 편집만 하는 책방도 있었다. 서점 ‘어떤 바람’을 갔는데 좋은 부부가 운영하고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북타임을 왔다. 자전거 여행을 하기 때문에 책을 사면 짐이 되는데, 그래도 책을 사고 싶다. 책을 소포로 일본에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일본에는 언제 돌아가는가?
"27일에 돌아간다. 날이 길면 편하게 여행할 수 있다. 짧은 여행인데 날씨가 나쁘면 아무것도 못하고 돌아갈 수도 있지 않겠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 있나?
“일본인은 한반도 역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 일본인들이 왜 한반도와 일본 사이의 역사에 대해 관심이 부족한지 모르겠다. 한국인보다 일본인한테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데,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매체가 없다.”
아즈마 씨에게 독립언론 ‘서귀포사람들’의 설립 취지를 설명했고, 시민 누구나 저널리스트로 활동할 수 있다고 알려줬다. 아즈마 씨는 매우 민주적인 언론이라며, 일본에도 이런 언론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본에 돌아가면 본인이 여행 중에 느낀 점을 원고로 써서 우편으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서귀포사람들’ 최초의 해외 저널리스트가 나올 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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