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의 손으로 태어난 1월 초록 숲의 향기

[전시] 이화정 터프팅 작가의 ‘1월의 숲’ 22일부터 카페 ‘라피스 제주’에서 열려

천지사방이 눈에 덮였지만 촉촉하게 물을 머금은 이끼는 푸른빛을 발한다. 사계절 초록생명을 자랑하는 종가시나무의 기둥은 콩짜개덩굴에게 천국의 보금자리다. 1월 제주도의 숲은 곶자왈이 있어 싱그럽고 평화롭다.

생명을 품은 1월의 곶자왈이 서귀포 도심 한복판으로 왔다. 곶자왈의 넘치는 생명력과 그 안의 아늑함이 젊은 작가의 섬세한 터프팅으로 되살아났다. 작품을 전시한 카페 구석구석이 싱그러운 기운으로 넘친다.


▲ 작품 '공존'. 곶자왈에 다양한 생물이 서로 뒤섞여 서로 생명력을 과시한다.


이화정 터프팅 작가가 ‘1월의 숲’을 주제로 개인전을 열었다. 1월 22일부터 31일까지 카페 ‘라피스 제주’에 작품 5점을 전시한다.

터프팅은 터프팅 총을 이용해 천 위에 잔디를 심듯이 실을 촘촘하게 박는 작업이다. 전시한 작품은 터프팅 기법으로 남무와 꽃, 풀, 고사리, 이끼, 돌 등 제주의 자연을 담은 것들이다. 터프트(tuff)가 ‘머리이 술’이나 ‘풀의 다발’을 의미하는 것처럼, 터프팅은 이끼와 풀의 다발을 묘사하기에 좋은 영역이다. 이화정 작가는 평소에 곶자왈을 좋아했는데, 터프팅을 처음 접하는 순간 곶자왈을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활동이란 걸 느꼈다.

전시된 작품은 ‘공존(共存)’(1330×940mm/ Acrylic, Wool), ‘포용(包容)’(700×700mm/ Acrylic, Wool), ‘호흡(呼吸)’(630×800mm/ Acrylic, Wool), ‘수명(樹命)’(450×1240mm/ Acrylic, Polyethylene, Aluminium), ‘조화(調和)’(830×650mm/ Acrylic, Aluminium) 등이다.

■ 공존(共存)
고사리가 바람에 흔들릴 것 같고 떨어지는 물방울에 이끼가 출렁일 것 같다. 나무와 이끼, 고사리, 풀이 조화롭게 살아있는 공간을 생동감있게 표현했다. 작가의 처녀작으로 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 식물이 서식하는 공간으로서 곶자왈의 조화로움과 아름다움을 담았다. 작가는 “곶자왈에 서식하는 생물이 다른 존재를 배려하는 것처럼, 서로 배려할 때 나도 존재할 수 있다”라고 했다.


▲ 이화정 작가와 작품 '포용'(사진=장태욱)

■포용(包容)
하트 모양 안에 돌과 이끼, 나무뿌리, 숨골 등이 섞여 있다. 서로 다른 것들이 섞여 안정적인 생태공간을 이룬다. 작가는 “이 안에서 서로 차별하지 않고 포용하는 성질을 표현했다”라고 말했다.

■ 호흡(呼吸)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구멍 주변을 흑갈색 돌과 갈색 흙이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그 주변을 푸른 혹은 연푸른 풀이 감싼다. 작가는 “풀 아래 땅, 땅 아래 바위, 바위 아래 구멍이 있는데,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을 불어주는 숨골을 표현했다”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곶자왈의 숨골을 묘사한 작품이다. 폐가 사람을 숨 쉬게 하는 것처럼 숨골이 있어 숲이 숨 쉬고 연중 초록 생명을 품는다.

■ 수명(樹命)
거친 나무 표면 위에 보드라운 이끼가 피어 있고, 그 위를 콩짜개 덩굴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이끼와 콩짜개덩굴은 돌과 나무, 어디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끼와 덩굴, 담쟁이에 자리를 내 주는 게 나무의 운명이다. 작가는 “더불어 살아보려는 이들의 경이로운 의지가 개발이라는 미명 속에 꺼져가는 게 아쉽다”라고 말했다.


▲ 작품 '호흡' 앞에서. 호흡은 곶자왈 숨골을 표현한 작품이다.

■ 조화(調和)
다양한 특수 실을 이용해 꽃과 이끼, 나무기둥 등을 표현했다. 이렇게 만든 여러 개의 작은 작품 조각을 거울에 부착했다. 터프팅 작품이 거울 프레임으로 사용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땅과 물, 나무, 이끼가 조화롭게 살아가는 이상향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방문자들이 터프팅을 체험할 수 있도록 카페 한켠에 터프팅 천과 실, 천 등을 비치했다. 방문자들은 방명록 대신에 실을 쏘아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또, 작가가 만든 키링과 컵받침 도 전시해, 터프팅이 실생활에도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화정 작가
서귀포여고와 제주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다.
2022년 Opushaus 창업반 과정을 수료하고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23년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터프팅 공예작가 단체전에 참여했다.
2023년 신사업창업사관 사업 대상에 선정되며 창업에 성공했다.
2023년 THE WAVE JEJU 전시에 참여했다,
지금은 한경면 저지리에서 공방 ‘띠키트 터프팅’(녹차분재로 549)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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