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이상 기후, 올해 노지감귤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가을 고온과 일조 부족, 올해 3월에는 한파·고온에 봄 가뭄

농가의 기대와 달리 올해 제주산 노지감귤 생산량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지난해 열과 등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탓에, 나무의 수세가 좋아 착과량이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는데, 봄에 꽃눈이 나오는 양상은 농가의 예상과는 다소 다르게 나타났다.

지난해 제주도 감귤 생산량은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크게 감소했다. 서귀포 지역을 중심으로 열과 피해가 크게 발생해 생산량은 평년(46만1000톤)보다 20% 정도 감소한 37만1000톤을 기록했다. 특히, 8월 이후 고온현상이 이어지면서 껍질이 벌어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제주도농업기술원 발표로는 지난해 9월까지 노지감귤 열과율은 22%에 달했다.


▲ 올해산 노지감귤에서 꽃눈이 나오는 장면. 예년에 비해 꽃눈이 나오는 양이 적고 힘이 약하다.(사진=장태욱)

열과 현상이 발생하자 남은 감귤의 크기가 켜져서 대과가 많이 나타났다. 농가는 수확량이 적고 대과 비율이 높으면 나무의 수세가 좋아 이듬해 수확량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4월 들어 새순과 꽃눈이 나오는 양상을 보내 농가의 당초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노지감귤의 경우 꽃눈이 나오는 기대만큼 많이 관찰되지 않는다. 아직 개화기까지 기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속단하기 어렵지만, 3년 연속 흉년이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원장 고상환)도 지난 7일, 비슷한 내용의 자료를 발표했다. 지난해 가을철(9~11월) 고온과 일조량 부족으로 나무에 저장된 양분이 부족해 올해 노지감귤 착화량이 양극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농업기술원은 지난해 가을철 기온은 높고 일조량은 부족해 감귤나무에 저장양분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이런 경우 귤나무의 수세가 약해지고 꽃눈 분화가 불량해지는 등 생리장애로 이어져 나무가 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할 수도 있다. 꽃을 피우더라도 수세가 약해 낙과가 다량 발생할 수도 있다. 농업기술원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농가가 나무의 영양을 관리하기 위해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레드향에 꽃눈이 나오는 모습. 노지귤에 비해서 꽃눈이 힘있게 나온다.(사진=장태욱)

농민들은 지난해 가을철 날씨 못지않게 3월에 급변하던 날씨도 귤의 정상적인 생리활동을 방해했을 것으로 진단한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제주도의 3월 평균기온은 11.0℃로 평년(9.9℃)보다 1.1℃ 높았고(역대 7위), 작년(10.7℃)보다는 0.3℃ 높았다.

3월 초순에는 대체로 평년 수준의 기온을 보였으나 16일부터 19일까지 기운이 크게 떨어져 꽃샘추위를 보였다. 이 기간 북극으로부터 영하 40 ℃ 이하의 상층 찬 공기가 우리나라로 남하하여, 평년보다 낮은 기온을 보였다. 이 기간 제주도 전역에 눈이 내렸고, 산지에는 대설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21이 이후에는 평년보다 6℃가량 높은 고온이 지속되었다.

3월에 이상 강수량도 주목할 만하다. 3월 15일 이후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3월 하순 강수량(8.0mm)은 역대 하위 10위를 기록할 정도였다. 이렇듯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봄까지 이어진 날씨는 예년과는 크게 달라진 양상을 보였다. 햇빛과 물을 먹고 자라는 나무에게는 여간한 스트레스가 아니다.

예전 이맘때면 묵직한 꽃눈이 새순 사이로 얼굴을 내밀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게 잘 보이지 않는다. 개화기까지 기간이 남아 있어서 조금 더 기다려보기는 하는데, 바라보는 농민의 심정은 타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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