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마을·양배추마을의 전쟁, 오해에서 시작했다”
『4·3·2·1』 어린이 작가 사인회 6일 오후, 안덕면 광평리 소재 카페 ‘산록’에서 열려
제주4·3을 소재로 작가 10명이 소설을 썼고 그걸 엮어서 책을 냈다. 그런데 작가들은 모두 영어교육도시에서 국제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인데, 이들은 글을 쓰기 위해 제주4·3 현장을 누비벼 제주4·3을 공부했다. 출판을 기념하는 사인회가 열렸는데, 제주도 부지사는 4·3의 세계화를 위해 활용할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4·3·2·1』 어린이 작가 사인회가 6일 오후, 안덕면 광평리 소재 카페 ‘산록’에서 열렸다. 제목 『4·3·2·1』은 ‘모두에게 4·3(4·3 to everyone)’을 줄여서 만든 것이다. 어린이 10명이 제주 4·3을 소재로 영어 단편소설을 썼는데, 그걸 묵어놓은 소설집이다. 행사는 소설 집필에 참여한 10명의 어린이 작가가 자신의 책을 소개하고, 글을 쓰면서 드는 생각을 발표하는 자리다. 북위드지니(대표 김지윤)가 행사를 주최했다.
이번 출판을 기획한 북위드지니 김지윤 대표가 책을 펴낸 과정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가르치다보면 아이들이 영어로 책을 만들고 싶어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 과정은 참 교육적이기도 하고 재미도 있는데, 직접 해보니 쉬운 일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제주4·3을 주제로 정하고 어린이 작가를 모집했다. 그렇게 10명을 모집해서 제주4·3평화기념관을 방문해서 역사적 배경을 배웠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는 것에 감사하고, 사람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법을 배웠다.”라고 말했다.
어린이 작가를 격려하기 위해 한국외국어대학교 이윤 교수가 참석했다. 이윤 교수는 “어린이들이 자신이 태어나지도 않았던 시대의 일을 가지고 고운 소리로 얘기하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가장 큰 선물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어린이들이 국제학교에 다니는, 우리사회에서는 선택된 아이들인데 어린 시절 이런 경험과 기억이 아이들이 바른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밑천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어린이 작가들이 차례로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소감을 전했다.
이대건 어린이는 “처음엔 막연했는데, 주제를 정하니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재미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다. ‘오해’를 주제로 정했다. 오해에서 시작한 싸움은 풀기 어렵기 때문에 오해가 생기기 전에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대건 어린이가 쓴 작품은 「The Fall of the Orchard」. 사과 마을과 양배추 마을이 등장한다. 사과 두 개가 양배추들이 잘 사는 법을 배우고 오는 길에 사과 하나가 죽었는데, 사과 올리버가 마을로 돌아가 남은 사과들에게 오해를 품도록 거짓을 얘기해 전쟁이 발생했다는 내용이다.
이대건 어린이는 “진실을 덮으려 해서 오해가 생기고 끔찍한 생각이 들어서 정신상태가 불안해진 것이다. 오해가 생기면 큰 일이 생기기 때문에 오해하기 전에 다시 생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노연재 어린이는 “이번 기회를 통해 제주4·3을 새롭게 알게 됐다. 제주에서 어머니와 밭을 일구던 민주라는 어린이가 제주4·3에 휘말리는 내용의 이야기를 썼다.”라고 말했다.
노연재 어린이가 쓴 소설은 「The Dawn」인데, 민주의 어머니는 제주4·3 당시 군인들에 의해 사망하는 사건으로 시작한다. 민주는 마을에 돌아왔는데 마을이 불타는 것을 확인했고, 현장에서 군인들에 체포됐다. 그리고 어머니의 뒤를 따라 바다에서 희생됐다는 슬픈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노연재 어린이는 “이 이야기는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인데, 군인들이 민간인을 학살할 일이나, 주민들이 군인의 폭력을 피해 동굴로 피신한 일이나 구체적 사실을 포함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 열악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돌아보며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 주인공을 통해 불행한 상황에서도 빛이 비춘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김애숙 제주도 정무부지사가 참석해 행사를 축하하고 어린이 작가들을 격려했다. 김애숙 부지사는 “제주4·3의 의미에 어린이들이 함께 해줘서 고맙다.”라며 어린이들의 아이디어를 제주도가 응원하고 어린이 작가들이 제주4·3의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말고 말했다.
행사 말미에 어린이 작가들은 구매자들이 들고온 책에 사인하며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 『4·3·2·1』에 포함된 작품과 작가
「The Fall of the Orchard: The Tragic Tales of Oliver the Deceiver」/ 이대건 (KIS 4학년)
「Friends, Forgiveness, and A+」/ 김태율 (NLCS 4학년)
「A Lesson in Kindness」/ 노유진 (BHA 1학년)
「San's Big Idea」/ 김산 (NLCS 2학년)
「Jenny and the Colors of Harmony」/ 김도연 (NLCS 5학년)
「Molly and Morgie: A Friendship Beyond the Trees」/ 이승휘 (SJA 3학년)
「1947.3.1」/ 이한율 (SJA 5학년)
「The Dawn」/ 노연재 (BHA 6학년)
「The Shadows of Jeju」/ 김태리 (BHA 6학년)
「The Night that Changed Everything」/ 임도우 (BHA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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