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좋아 선사인들 살던 곳, 군사기지로 깎이고 낡은 시설은 방치

[김미경의 생태문화 탐사, 오름 올라] 마른 섬에 물을 품은 오름들(24) 가시오름

 가시오름이라는 이름을 두고 분분한 해석

가시오름,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된다. 지도를 살펴보니 가시악 이름을 가진 오름이 동서 방향으로 마주 보고 있다. 가시오름은 오름인지 아닌지 구분이 어렵고 산담들과 농경지로 되어 있는 곳이다. 편하게 알려주는 네비를 의지하고 다니다 보면 이런 일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 멀리 마늘밭에서 바라본 가시오름(사진=김미경)

가시악으로 다시금 발길을 돌린다. 가시악은 동일리와 일과리 두 지역으로 나누어진 오름이다. 둘레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길이라 어느 쪽으로든 들어설 수 있다. 동서 방향으로 진지동굴도 표시되어 있지만 확인 할 길은 없다.

남서향으로 터진 말굽형인 오름, 수목이 무성하여 어느 곳으로 터졌는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이다. 평평한 오름 정상에 오르면 오름의 형태가 더욱 의심스럽다. 심지어 가시나무가 많이 자라 가시오름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정확히 어떤 나무를 지칭하는지도, 가시덤불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는 것조차도 납득할 수가 없다. 현재는 천선과나무가 빽빽이 숲을 이루고 있다. 지형의 변화로 이름의 유래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더욱 희미해진다. 예부터 물이 좋아 사람들이 모여 살았던 이곳, 오름을 둘러싸고 형성된 마을은 아마 오름의 지형적인 특색을 보고 이름을 짓지 않았을까.


▲ 가시오름 정상(사진=김미경)

오름 정상이 평평한 사연

탐방로를 오르다 보면 이젠 완연한 봄임을 알 수 있다. 들꽃들은 화사하게 자기 모습을 드러내고 겨울을 이겨낸 나무들도 이젠 봄을 맞이하며 연두연두 새순이 돋는다. 이것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정상에 다다랐다.

정상에 올라 남동쪽을 바라보면 모슬봉이 보인다. 이곳 지역 주민의 얘기를 들어보니 현재 모슬봉에 있는 군사기지는 원래 이곳에 만들려고 봉우리 전체를 깎았다고 한다. 무슨 이유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그 계획이 변경되어 현재의 모슬봉으로 옮겨지고 지금의 형태로 가시악은 남았다는 것이다. 정상은 평평하다. 이 지형은 그런 과거를 알려주는 흔적이다. 마을과 인접한 대부분의 오름에는 운동시설들이 놓여 있다. 이곳도 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사람들이 이용하는 흔적은 거의 찾아볼 길이 없다, 방치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왕벚나무가 꽃을 피우기 적전이다.(사진=김미경)


▲ 박주가리가 씨앗을 퍼트리는 모습(사진=김미경)

제주오름 중 정상이 평지로 되어 있는 오름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인위적이든 아니든 지금은 가시악의 독특한 모습이 되었다. 미래의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고 또 다른 이름을 붙이지 않을까?

지하수는 한번 오염되면 끝장

가시악을 주변으로 동일리 일과리 신평리라는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동일리 주변으로는 예부터 맑은 물이 솟아나는 샘물이 있어 신석기 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다는 흔적이 남아 있다. 문화재로 지정된 지석묘이다.

문제는 이 지역에 양돈단지가 생기면서 물은 오염되고 바람에 따라 이동하는 악취로 인해 주변인가에서는 민원이 빈번하다고 한다. 오름 동쪽으로는 지난 2020년 집중호우 시 주변 지역 침수 피해 예방 차 조성한 동일리 우수저류지 안에는 다양한 조류들이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소들도 방목하고 있다. 가축분뇨가 수질오염의 원인인데 저류지 안에 소를 방목하는 것이 문제는 되지는 않을지 걱정도 해본다. 인근 하류에 과거 대정읍과 안덕면 지역의 식수원이었던 서림수원지가 있다. 2011년 실시한 수질 검사에서 수질 기준에 부적합 판정이 나면서 2012년 8월부터 취수가 중단됐고,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현재까지 전면 폐쇄된 상태다. 상류에서 내려온 분뇨가 원인이라고 한다.


▲빗물 저류지에서 새떼가 놀고 있다.(사진=김미경)

▲ 오름 동쪽 저류지에 소들이 놀고 있다.(사진=김미경)


이 지역은 빌레 용암류분포 지대로 얕은 토양지층을 가지고 있고 투수성이 매우 높은 지질구조로 형성돼 있어 지하수 오염에 취약하다고 한다. 결국 토양으로 흡수된 오염수가 그대로 바다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있다.

자연환경이 한번 오염되면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때로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다. 자연은 다양한 방식으로 스스로 회복하려고 하지만, 인간 활동에 의해 오염이 심각하게 이루어진 환경은 그 회복이 더더욱 어렵다. 자연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잊고 사는 데서 오는 문제가 아닐까.

가시오름(가스름, 가시악)
서귀포시 동일리 1209번지 일대
표고 106.5미터 자체높이 77미터


김미경
오름해설사, 숲해설가 등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다. 오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사단법인 오름인제주와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 사무국장으로도 열심이다. 한림북카페 책한모금을 운영하면서 오랫동안 개인 블로그를 통해 200여 편의 생태문화 관련 글과 사진을 게재해 왔다. 본 기획을 통해 수많은 독자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마당을 만들어 갈 생각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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