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에 앉으면 봄꽃 향기와 사방으로 트인 전망, 하늘이 고맙다

[김미경의 생태문화 탐사, 오름 올라] 마른 섬에 물을 품은 오름들(21) 군산

오름은 하나인데 3개의 마을을 둘렀다

제주도에 여러 오름이 있다. 그 많은 오름 중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을 오르려면 세 개(예래동, 창천리, 대평리) 마을을 통해서 오를 수 있다. 그 마을마다 이곳은 자랑거리가 된다. 또 자동차로 정상 가까이 올라갈 수 있는 오름 중 몇 안 되는 곳이기도 하다. 멀리서 바라본 오름은 아늑하지만 정작 그 높이를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정상에 올랐을때 멀리 바라보는 전망이 그 높이를 예상이라도 할까, 아마 그 높이가 280미터라고 하면 믿기지 않는다.


▲ 군산 오르는 길에 유채가 노랗게 꽃을 피웠다.(사진=김미경)

래서 쉽게 오를 수 있는 곳이기에 많이 찾게 되는 오름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올레길 9코스를 지나는 명소이기도 하다. 삼삼오오 모여 걸음 하시는 사람들의 발걸음과 웃음소리가 경쾌하게 울린다. 동서남북 360도 방향으로 확 트인 경관에 감탄하고 일출과 일몰이 장관이라고 저마다 노래를 부른다.


가장 아쉬운 점은 저마다 다닌 곳을 가지고 평가한다. 각자 자동차를 가지고 다니기에 원점 회귀할 수 있는 코스를 선택하는 건 당연하다. 정상을 오를 수 있는 길은 다섯 군데가 된다. 어느 곳에서 오르면 가장 좋을지는 각자의 문제이긴 하지만 어떤 목적을 가지고 걷느냐에 따라 오를 수 있는 길 선택이 가능해진다. 역사적 아픔이 있는 현장을 확인하기 위한 길은 진지동굴 1코스부터 오르면서 7코스까지 이어지는 탐방로를 올라가길 바란다. 마을을 형성한 원천이기도 한 산물을 보기 위한 탐방길은 상예동에서 올라오는 길을 선택지로 하여 감산리로 향하여 내려가는 탐방로를 걸으면 좋을 듯하다. 물론 정상까지 차량으로 가장 편하게 오르려면 대평리에서 올라오는 길을 선택하면 되지만 위험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봄이 오는가 싶더니 다시 겨울인 듯하고...

봄이 오는가 싶더니 다시 겨울인 듯하고 요즘 최근 날씨는 이랬다. 변덕스런 날씨가 잠시 하늘을 열어 준 오늘을 선택하여 군산오름을 오른 건 큰 행운이고 좋아하는 벗과 함께여서 더없는 행복한 걸음이 되었다. 정상을 향한 걸음은 시원한 바람과 함께 잠시 멈춰 머물 수 있는 쉼의자 있어 좋다. 탐방로 올라가다 보면 확 트인 전망이 있는 곳에 지역 사람들은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양지바른 곳에 봄꽃들이 옹기종기 피어 우릴 반긴다. 모든 게 새삼 감사하다.


▲살아 있는 자가 쉬는 의자, 죽은 자가 쉬는 무덤, 이 오름엔 쉼터가 많다. 왼쪽 위 사진은 구시물 쉼터/ 오른쪽 위는 중허리 쉼터/ 오른쪽 아래는 정상 쉼터/ 왼쪽 아래는 중허리에 있는 무덤(사진=김미경) 

오름 기슭에는 구시물이 있다. 이 지역 사람들이 약수물로 이용하였고 바위틈사이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아 기우제를 지낼 때 이 물을 가지고 지냈다고 한다. 이 물의 효험이 있어 많은 이야기들도 전해 온다. 군산오름을 탐방하시는 분들이 오름 정상의 경관을 생각하고 올라가다보니 이곳을 지나치기가 쉽다. 아마도 이곳에 이런 귀한 물이 있다는 걸 상상조차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더 귀한 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구시물이 있는 이곳은 높이가 제법 되지만 그곳으로 향하는 탐방객들 따라 노랗게 피어 있는 유채꽃 향기가 바람결 쫒아 따라온다. 어쩌면 물 향기와 더불어 걷는 이들을 유혹하는지도 모른다. 가끔씩 주변을 살피며 걸음을 하다보면 이런 봄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행운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마그마가 물을 만나 터진 화산쇄설물들이 쌓이고 쌓여

제주의 오름은 제주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다는 건 누구나 흔하게 듣는다. 오름에서의 아픈 기억도 귀가 아플 정도로 듣고 그곳을 찾기도 한다. 역사를 기억하면서 그 아픔을 다시금 오지 않길 기원하며 그렇게 희생하신 분들이 있기에 지금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되는 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는 기회도 가진다.


▲ 진지동굴 가는 길(사진=김미경)


제주에는 태평양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1945년 제주에 들어온 일본군에 의해 제주도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민간인들을 강제 동원하여 만들어진 진지동굴이 있다. 일본군 작전계획(일본 국방부)에는 700여 개의 진지갱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 있었다고 한다. 현장 동원되었던 사람들은 600여 개 이상였다고 증언도 남겼다. 세월이 흐르면서 붕괴되기도, 흔적이 많이 사라지기도 한다. 오름의 숫자의 두 배 가까운 진지동굴들을 만든 흔적으로 만 보아도 그 아픔은 그 이상 말로 표현하기 힘든다. 군산오름에도 9개의 진지동굴을 만날 수 있다. 그 아픔을 직접 겪지 않은 우리들이지만 잊지말아야 할 역사임을 꼭 기억하길 바래본다.

고려 목종 7년인 1007년에 화산이 폭발하여 성서로운 산이 솟아났다는 기록이 있다. 그 용암 분출 장소가 군산이라고 추정돼 그렇게 믿고 싶어 했다. 하지만 최근 대한지질학회지에 의하면 군산과 그 옆의 월라봉은 기원전 83만 년부터 92만 년 사이에 동시에 솟아난 쌍둥이 화산체라고 한다. 마그마가 물을 만나 터진 화산쇄설물들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화산체이다. 이곳에서 오르다보면 돌들의 모습이 다름을 아마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산담’의 모습도, 정상의 바위모습 등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것 또한 걷는 이들이 맘을 열어야 만날 수 있는 모습이겠지만 말이다.

굴메오름이란 호수가 있는 오름

군산오름은 제주도 지표에 노출된 화산체 중 가장 오래된 오름이라고 한다. 가장 오래된 화산체로 알려진 산방산보다 무려 6만 년 가량 앞선다고 한다. 어쩌면 이 지역 사람들은 오름의 특별함을 제대로 알고 전해야 하지 않을까. 아직도 마을 사람들은 가장 최근의 폭발한 오름이라고 믿고 싶은지 아직도 그것을 고집한다고 하니 말이다.

그런데 또 하나 남은 과제가 있다. 오름이름에 대한 어원이다. 군산이 그냥 군막처럼 생겼다는 데서 기원했다고 한다. 그때 당시의 군막이라는 말이 어떻게 나왔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군산은 굴메오름이라고도 부른다. 군산은 굴메의 한자표기이다. 고전을 살피면 . 쿨, 클, 글, 골, 굴은 투르크어 호수를 의미한다. 한자표기중 군산 구산 굴산등 다양하게 불리는데 ‘굴’자의 다른 표기이다. 고어에 굴메는 ‘굴+메’ 즉 호수가 있는 오름이라고 한다. 물이 흐르는 ‘월라봉(도래오름)과 대비되는 물이 고여 있는 호수라고. 서귀포시 상효동의 끌오름도, 굴메소의 명칭도 같은 뜻이다. 기회가 되면 탐방을 하면서 현장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군산(굴메오름)
서귀포시 안덕면 창천리 564일대
표고 334.5미터 자체높이 280미터

김미경
오름해설사, 숲해설가 등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다. 오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사단법인 오름인제주와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 사무국장으로도 열심이다. 한림북카페 책한모금을 운영하면서 오랫동안 개인 블로그를 통해 200여 편의 생태문화 관련 글과 사진을 게재해 왔다. 본 기획을 통해 수많은 독자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마당을 만들어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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