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古都) 700년 고찰 지도자는 꼭두각시, 진짜 판첸 라마는 어디?

[2024 티베트 여행기 ⑤] 시가체 타쉬룬포 사원, 라싸로 이동

여행 5일차인 8월 7일, 시가체의 호텔에서 아침에 눈을 떠 보니 다행히도 머리 아픈 것이 어느 정도 사라지고 고산 증상이 가라앉았다. 친구는 여전히 컨디션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아침식사는 잘 했다.

16세기 티베트의 수도는 라싸가 아닌 시가체였다고 한다. 라싸 서쪽에 위치한 시가체는 네팔로 가기 위해 거치는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시가체는 ‘토지가 풍부한 정원'이라는 의미라 한다.


▲ 고도 시가체의 타쉬룬포 사원. 티베트 불교의 지도자 판첸 라마가 머무르는 곳이다. 승가대학이 있고, 승려 1천여 명이 거주한다.(사진=유효숙)

이날, 시가체의 타쉬룬포 사원을 탐방했다. 티베트의 불교인 탄트라 불교는 인도의 현자이며 제 2의 붓다로 지칭되는 구루 린포체(소중한 스승)에 의해 티송 데첸 왕 시절인 8세기에 전파되었다. 『티베트 사자의 서』를 쓴 파드마 삼바바(연꽃 위에서 태어난 자 ; 연화생보살)의 다른 이름이 구루 린포체이다. 장례의식용으로 사용되는 『티베트 사자의 서』는 고대로부터 구전되어 내려오는 내용을 최초로 기록했는데,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의 기록이다.

타쉬룬포 사원은 제 1대 달라이라마 겐덴 드룹이 1447년 창건한 사원으로 노랑모자파라 불리는 겔룩파의 4대 사원 중 하나이다. 17세기에 5대 달라이 라마가 그의 스승이었던 타쉬룬포 사원의 원장을 아미타불의 화신으로 인정하면서 판첸 라마(위대한 학자라는 뜻)로 칭했다. 판첸 라마는 티베트에서는 달라이 라마 다음가는 종교적 지도자이다.

타쉬룬포 사원은 판첸 라마의 거주 사원이기도 하며, 승가 대학도 이 사원 안에 있다고 한다. 전성기에는 5천여 명의 승려들이 있었다 하는데, 지금도 천여 명의 승려들이 거주한다. (비정통) 11대 판첸 라마(기알첸 노르부)가 타쉬룬포 사원에 거주하고 있다는데, 현재의 판첸 라마는 중국이 선정한 종교적 지도자이기에 티베트 사람들은 그를 중국의 꼭두각시라 부르며 영적인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티베트인들이 영적인 지도자로 인정하는 (정통) 11대 판첸 라마(게둔 최키 니마)는 베이징에 억류되어 있다고 한다.


▲ 타쉬룬포 사원(사진=유효숙)

황금 지붕을 지닌 이 사원은 역대 달라이 라마와 판첸 라마들의 유해를 영탑으로 모시고 있었다. ‘신에게 헌납하는 그릇’이란 의미의 초르텐은 불탑인데, 타쉬룬포 사원에서는 10대 판첸 라마의 유해를 모신 거대한 초르텐을 볼 수 있다. 마니차를 들고 초르텐을 시계방향으로 도는 의식인 코라를 하는 티베트 순례자들을 볼 수 있었다.

인솔자가 시가체에서 플리마켓에 들를 계획이라고 했는데, 이는 결국 타쉬룬포 사원 입구의 길거리에 길게 늘어선 노천 가게들이었다. 각각의 가게는 대부분 비슷비슷한 물건들을 진열해 놓았는데, 주로 비싸지 않은 기념품들을 팔고 있었다. 중국어를 하는 일행 중 한 분을 따라 열쇠고리, 팔찌 같은 기념품 흥정에 나섰다. 세계 어디를 가든 시장에서의 쇼핑은 물건 값을 흥정을 잘해서 예쁜 물건들을 비싸지 않은 가격에 ‘득템’하는 묘미에 있다.


▲ 타쉬룬포 사원 주변에서 만난 순례자들(사진=유효숙)

먼저 시장 끝까지 걸어서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 가격은 얼마 정도인지를 대충 파악한다. 다시 되돌아오면서 점찍어둔 물건이 있는 가게에서 흥정을 시작한다. 1위안, 2위안을 깎아서 손에 넣은 기념품들이 티베트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인도에서 건너온 것이라 할지라도, 조금의 바가지를 썼을지라도, 나중에 시간이 흘러 마니차가 달린 열쇠고리를 보면, 시가체와 티베트가 다시 생각나지 않을까? 죽는 순간에 어쩌면 이 물건들이 예쁜 쓰레기가 될 지라도...


▲ 시가체 플리마켓에서 구입한 열쇠고리(사진=박은경)
타쉬룬포 사원을 떠나 얄룽창포 강변을 따라 라싸로 향했다. 라싸까지 5시간이 걸린다. 먼저 묶었던 라싸 외곽의 인터콘티넨탈 호텔로 돌아왔다. 티베트로 떠나며 호텔이나 음식 등이 무척 열악할 것이라고 미리 짐작했는데, 중국식으로 매 끼, 열 접시 가량이 나오는 풍요로운 식사가 점심, 저녁 제공되었다. 다양한 조식이 제공되는 호텔도 안락하기 그지없는 5성급이었다.


인솔자 이 차장은 6년 만에 라싸에 오는데 참 많은 것들이 변했다고 했다. 코로나로 전 세계가 봉쇄된 시절에, 한족 자본의 유입으로 이전에는 없었던 이러한 대형 호텔들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했다. 밀려오는 한족 자본의 습격에 정작 티베트의 주인인 장족들은 라싸의 중심부에서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호텔에 하루 맡겨두었던 짐을 찾아 방 배정을 받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 날은 드디어 하늘호수인 남쵸를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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