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온 거침없는 가위손, 유일한 고충은 ‘매운 음식’

위미농협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 베트남 근로자와 서귀포 농민 모두 만족

햇살이 따사롭게 비추는 가운데 6일,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 현창근 씨 감귤 농장에서 수확이 분주하다. 귤을 수확하는 가위질 소리만으로는 제주도 베테랑 농부의 솜씨인데, 자세히 보니 외국인 일꾼들이다. 올해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시행하는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에 베트남 남딘성 출신 근로자들이 참여해 수확을 돕고 있다.


▲ 베트남에서 온 계절근로자 팜띠홍넝 씨. 서귀포 생활은 매운 음식 말고는 모두 마음에 든다고 했다.(사진=장태욱)



농림축품부는 농촌의 일손 부족을 완화하기 위해 지자체가 선정한 농협이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고용해 농가에 지원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을 추진한다. 2022년 시범사업에 전북 무주군을 포함해 4개 지자체가 참여해 320명의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도입했다. 그리고 올해는 19개 지자체 990명으로 사업규모를 확대했다.


서귀포시(위미농협)도 올해 사업 대상에 포함됐다. 서귀포시와 위미농협(조합장 현재근)은 지난 9월 18일, 베트남 남딘성을 방문해 계절근로자 선정을 위한 면접 등을 진행했다.

위미농협 현대훈 과장은 “베트남 남딘성에서 계절근로자를 선발하기 위해 면접을 진행했는데,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340여 명 가운데, 기혼자를 기본으로 최적 인력 50명을 선발하려 했다”라고 말했다.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베트남 출신 계절근로자들이 10월 31일 입국해 농협이 정한 펜션에서 제주도 생활을 시작했다. 이들은 11월부터 수확에 참여했는데, 초창기만 해도 대부분 농가는 계절근로자들이 귤 수확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심했다. 귤을 수확하려면 가위를 이용하는데, 처음으로 해보는 일이라 귤에 상처를 내지나 않을지 우려가 많았다. “그 사람들이 귤 수확이 적응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일에 적응한 후에 인력을 신청하겠다”라고 말하는 농민도 많았다.


▲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 현창근 씨. 일주일 동안 계절근로자를 사용했는데, 매우 만족스럽다고 했다.(사진=장태욱)


그런데 이들이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고 지역 농가의 인식이 확 달라졌다. 일에 매우 빨리 적응했고, 생활에서도 문제가 없었다. 이들이 일을 잘한다는 소문이 나자, 인력을 신청하는 농가가 늘었다.

6일 현장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들의 손놀림이 무척 빠를 뿐만 아니라, 나무의 높은 곳까지도 올라가 거침없이 일을 했다.

현창근 씨는“ 6일까지 매일 3명 씩 일주일간 베트남 인력을 수확에 활용했다”라며 “이들을 활용해서 수확할 수 있어서 농가에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들의 성실성이나 능력에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베트남 팜띠홍넝(33) 씨는 “귤 수확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여기 농가들이 잘 도와줘서 잘 지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숙소생활에 대해서도 “불편이 없다. 같이 온 동료들이 함께 생활하므로 즐겁게 지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매운 음식 말고는 이곳 음식을 잘 먹는다”라며 “내년에도 기회가 되면 다시 계절근로자로 오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귤 수확철이 되면 서귀포의 농가는 인력난에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다. 수확 인력이 부족하기도 했거니와, 중국인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품삯이 터무니없었기 때문이다. 여성 기준으로 현지인 하루 삯이 8만원인데 중국인 불법체류 노동자가 10만원을 요구해, 농가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베트남 근로자들이 서귀포에서 일을 시작한지 한 달이 넘었다. 아직까지 농가와 계절근로자 모두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서귀포 농가가 겪었던 고충이 올해 위미농협 소속 농가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내년에도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농협은 계절근로자를 국내 근로기준법에 준해서 단기 고용하고, 급여를 지급하고 4대 보험도 지원한다.

농가는 계절근로자를 사용할 때 여성은 하루 7만5000원, 남성은 11만원을 농협에 지불한다. 이 돈이 노동자 급여와 4대 보험, 생활비 등의 재원이 된다.

그런데 올해 수확철 날씨가 좋아서 망정이지, 수확철에 비 날씨가 이어지면 농협 입장이 난처해질 수도 있다. 농협 관계자는 “이런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계절근로자의 업무 영역을 섬세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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