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으로 성경 필사, 신부님도 놀랐다”

제6회 서귀포운묵회전 24일, 서귀포시청 별관에서 개막

▲ 운묵회가 24일부터 30일까지 서귀포시청 별관 2층에서 작품 선시회를 열고 있다. 왼쪽에서 세 번째가 서예를 지도한 오창림 선생이고, 왼쪽 두 번째가 원종훈 회장이다.(사진=장태욱)

늦가을, 서귀포시청 별관 2층 로비에 묵향이 퍼졌다. 전시된 작품 가운데는, 초보 티가 나는 것도 있고, 여느 공모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한 작품도 있다. 깨알글씨로 신역성경 전편을 필사한 작품도 있는데, 모든 작품마다 서예에 대한 진심은 공통으로 담겼다.


제6회 서귀포운문회전이 24일 서귀포시청 2층 별관에서 열렸다. 그동안 소전 오창림 선생의 가르침을 받으며 서귀포 삼매봉도서관에서 먹을 갈고 붓을 다듬었던 회원 10명의 작품 20여 점이 별관 로비에 걸렸다. 전시된 작품 가운데는 10년 넘게 서예를 연마한 회원의 작품도 있고, 입문한 지 오래지 않은 회원의 작품도 있다.



10년 전 서예를 좋아하는 시민이 모여 운묵회를 창립했다. 회원들은 그동안 매주 수요일 오후, 삼매봉도서관에 모여 소전 오창림 선생의 지도를 받으며 먹을 갈고 붓을 다듬었다. 그동안 꾸준히 작품 활동과 전시를 했는데,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지난 2년은 전시회를 열지 못했다.

24일, 오랜만에 재개하는 전시 첫날이라 회원들은 사뭇 상기된 표정으로 전시에 임했다. 운묵회 원종훈 회장은 “그동안 전시를 못했는데, 코로나19에 따른 제약이 풀리면서 전시장을 마련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동안 서예를 공부하고 전시하는데 도움을 준비하는데 도움을 준 오창림 선생, 작품을 준비하신 회원들, 전시를 후원해준 삼매봉도서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총무 한명희 씨(사진=장태욱)


한명희 씨는 10년 전 제주도로 이주한 직후부터 오창림 선생에게 서예 지도를 받았다. 꾸준히 운묵회 회원으로도 활동했는데, 지금은 모임의 총무를 맡고 있다. 서예를 하면서 마음이 안정되고 삶이 활력을 띠고,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즐겁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명희 총무는 가톨릭 신자인데, 이번 전시회에 신약을 필사해서 전시했다. 붓으로 마태오복음서부터 요한묵시록까지 신약 27편을 깨알글씨로 써서 책으로 엮었다. 지난해에 성당에서도 전시를 해서 신부님이 많이 놀라고 칭찬도 했다.

조용환 씨는 운묵회에서 가장 필력이 오랜 회원이다. 운묵회가 결성되기 이전부터 평생학습관 서예프로그램에 참가한 이후 11년째 서예를 연마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소동파의 오언율시 ‘과대유령(過大庾嶺, 대유령을 넘으며)’를 포함  작품 두 편을 냈다.

과대유령은 지방관으로 좌천되어 대유령을 넘을 때의 심정을 표현한 작품인데, 조용환 씨는 “우리 나이가 되면 살아온 과정을 뒤돌아보며 후회도 한다. 작품을 쓰면서 1000년 전 소동파 선생의 심정이 내 마음에도 스며들었다”라고 말했다.

전시회에 서귀포시 문화체육관광극장을 포함해 공직자들이 전시를 관람하며 관심을 표했다. 그리고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도 묵향을 맡으며 작품을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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