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하르방 별씨 귤밭에 내리고 가마솥에 돼지 삶는 냄새

하례1리 3일, 걸서악 일대에서 ‘하례귤꽃별씨축제’ 개최

초록 농장에 하얀 귤꽃이 눈처럼 내렸다. 5월 들어 조금씩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농민의 마음은 설레기만 하다. 하례1리 마을 주민과 여행객들이 주말, 마을 뒤편 걸서악에 모여 마을에 귤꽃을 내려준 백하르방을 환영하는 축제를 열었다.


▲ 도감이 고기와 순대를 썰어주는 장면(사진=장태욱)

하례1리 주민들이 3일 오후, 걸서악과 생태관광센터 주변에서 ‘하례귤꽃별씨축제’를 개최했다. 서귀포시 문화도시센터가 기획한 ‘봄꽃하영이서 귤꽃향기축제’의 연장으로 열리는 행사다.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는 지난해부터 제주감귤과 문화예술을 결합한 플랫폼 축제로 ‘귤꽃향기축제’를 기획·공모했는데, 하례1리와 의귀리를 포함해 6개 마을이 올해도 축제를 개최한다.

‘하례귤꽃별씨축제’는 마을 주민이 창작한 백하르방 이야기를 모티브로 기획됐다.

한라산을 지키는 백하르방은 상고대 지팡이와 밤하늘의 별씨를 모아서, 효돈천 냇길을 따라 정령들이 모여 사는 남쪽 마을로 내려온다. 거기서 정령들의 환대를 받고, 고마운 나머지 별씨오름에 올라 가지고 온 별씨를 마을로 뿌려준다.

별씨오름은 걸서악이고, 정령이란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들이다. 생태관광마을 하례리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이야기에 녹여냈다. 별씨는 귤꽃으로 피어나 마을에 풍요의 기원이 되니, 결국 생태(정령)를 귀하게 여기고 보존한 결실이 풍요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는 이야기다.


▲ 생태관광센터 주변에서 잔치가 벌어졌다.(사진=장태욱)

이날 축제는 크게 2부로 구성됐다.

1부는 하례 당근마켓, 별씨마을 음식잔치, 소원등 만들기, 난타 공연 등으로 구성됐다. 그 가운데 핵심은 음식잔치, 주민들은 돼지를 잡고 피순대를 담근 후, 음식반을 나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민 김성우 씨가 도감을 맡아 잔치를 총괄했다. 주민과 여행객들은 돼지고기, 순대, 두부, 하례빵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주민들이 백하르방을 맞이하기 위해 걸서악에 오르는 장면(사진=장태욱)

▲ 김시철 이장이 백하르방 복장을 하고 마을에 별씨는 내리는 장면(사진=장태욱)

2부는 ‘오름올랑 낭에올랑’ 행사로, 걸서악에서 백하르방을 맞이하는 이벤트다. 주민들은 만장을 앞세워 걸사악에 올라 오름 정상에 소원등을 달았다. 양일준 청년회장이 참가자들에게 백하르방에 대해 설명하고, 정령들이 나서서 백하르방을 맞았다. 김시철 하례1리 이장이 백하르방 분장을 하고 “참으로 착한 마을이구나, 내가 이들을 위해 별씨를 내리노라!”라고 선언했다. 주변에서 인공눈과 비눗방울이 쏟아져 공중에 날렸고, 걸서악 정상은 온통 흥분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 별씨를 받은 주민들은 풍물패를 앞세워 마을로 내려갔다.(사진=장태욱)

별씨가 날리는 행사가 끝나자 주민들은 마을 풍물패를 앞세워 마을로 내려왔다.

행사를 총괄 기획한 양의석 하례1리 농어촌휴양마을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민들이 축제에 많이 참여해줘서 고맙다.”라며 “원래 귤꽃축제는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가 공모해서 추진한 행사였는데, 문화도시 사업이 종료됐으니 내년부터는 자체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가 마을축제를 여러 차례 해본 경험이 있어서 적은 예산으로 내실 있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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