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바위틈에 피워낸 붉은 꽃, 제주도사람을 닮았다

[주말엔 꽃] 남원읍 서중천 변 참꽃나무 자생지

한라산 청정고사리축제가 26일, 남원읍 한남리 소재 국가태풍센터 주변에서 열렸다. 날씨가 화창하고 남원읍 관내 마을회가 적극 참여한 덕에 행사는 성황을 이뤘다. 예상 외로 많은 주민이 찾아와 음식도 나누고 공연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서중천 변에서 고사리를 꺾는 사람들(사진=장태욱)

고사리축제인 만큼 무대 고사리를 꺾으러 오는 주민들도 많다. 이들을 위해 언덕 위 초원까지 트랙터 버스가 운행됐는데, 이걸 타고 이동하는 것도 하나의 즐길 거리였다. 언덕 위에서 고사리를 살피고 돌아오는 길에 길가에 빨갛게 핀 꽃이 눈에 들어온다. 주변이 온통 초록인데, 홀로 빨간 빛을 발하니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진달래인가 생각했는데, 진달래보다는 키가 훨씬 크다. 진달래나 철쭉은 키가 1미터 넘는 일이 드문데, 이 꽃나무는 키가 3미터에 이른다. 꽃나무는 한두 그루가 아니라 서중천 변을 따라 줄을 이어 자라고 있다. 자세히 잎의 모양이나 키로 판단해보니, 제주참꽃이다.


▲ 제주참꽃(사진=장태욱)

대한민국의 국화가 무궁화인데, 제주도의 도화(道花)는 제주참꽃이다. 바위틈에서 잘 자라는 특성이 척박한 땅을 일궈낸 제주도민과 비슷하기 때문에 정해진 것이라고 한다.

제주참꽃은 진달래, 철쭉에 비해 나무가 크게 자라고 꽃의 크기도 크다. 우리나라에는 제주도에만 자생하는데, 일본에도 분포한다. 너무 춥거나 건조한 곳에는 잘 자라지 못하고, 산기슭이나 산지 사면 등 볕이 잘 들고 낙엽이 쌓이는 곳에 잘 자란다. 서중천 변에 자라는 나무들도 하천 사면에서도 볕이 드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제주참꽃은 나무의 색이 갈색이나 붉은색으로 알려졌는데, 여기에 자생하는 것들은 대부분 갈색이다. 뿌리 근체에서 가지가 여러 개로 갈라져 자라기 때문에 나무 한 그루가 차지하는 부피가 꽤나 크다.


▲ 나무 가지는 갈색을 띠고 껍질이 갈라지는 구조다. 아래에서부터 가지가 갈라지기 때문에 한 그루가 차지하는 부피가 크다.(사진=장태욱)

▲제주참꽃(사진=장태욱)

제주참꽃은 5월에 잎과 동시에 핀다고들 하는데, 4월 말인데 서중천 변에는 벌써 꽃이 만개했다. 기후변화도 있고, 여기가 한라산보다는 봄이 일찍 찾아오기 때문일 게다.

제주참꽃의 색깔은 진한 주홍색이인데, 수술 10개, 암술 1개가 관찰된다. 암술과 수술은 크기가 비슷해서 꽃밥으로만 구분된다. 수술머리에는 꽃가루를 보관하는 꽃밥이 있는데, 짙은 갈색을 띤다. 암술머리에는 꽃밥이 없어서 밝은 색이다.

열매는 삭과인데 원통이나 달걀처럼 둥글고 길쭉한 모양이다. 열매 안쪽이 콩의 꼬투리처럼 여러 칸으로 나뉘고, 칸마다 많은 종자가 들어있는 구조다. 삭과의 길이는 2cm 미만으로 작고, 9월이나 10월에 익는다.

고사리를 구경하러 갔다가 기대하지 않았던 제주참꽃 자생지를 발견했다. 현장은 이렇게 예기치 않은 선물을 준비해놓고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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